중국의 갈륨 등 규제 여파에 InP 밸류체인 긴장… 러시아 장비는 "독립 검증 제한적" 선전성 데이터 경계해야
첨단 소재와 구형 장비 양 축의 이중 변수… 고부가 제품군 마진 압박 대비 시급
첨단 소재와 구형 장비 양 축의 이중 변수… 고부가 제품군 마진 압박 대비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여기에 서방의 제재를 받던 러시아가 독자적인 노광장비 시제품 완성 소식을 알리며 특정 제재 시장 내 범용 반도체 자급화를 시도하고 있다. 첨단 소재와 레거시 장비라는 양 축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동시에 분절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
대만 디지타임스와 베트남 젠크 등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갈륨, 게르마늄, 희토류 등 주요 반도체 원자재에 대한 수출 규제 기조를 꺾지 않고 있다. 미국 중심의 AI 인프라 독주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동시에 러시아 젤레노그라드 나노기술센터(ZNTC)는 4년간 75억 1000만 루블(약 1620억 원)을 투입해 수 세대 뒤처진 구형 공정이지만 군용 및 산업용 칩 생산에 쓰이는 350nm(나노미터)급 독자 노광장비 '프로그래스 STP-350' 개발을 완료하고 실제 생산 라인 인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핵심 광물 규제 여파, InP 밸류체인 간접 타격 우려
중국은 전 세계 갈륨(Ga) 공급의 90%, 텅스텐의 80%, 희토류 가공품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인듐인화물(InP) 자체가 중국의 '직접 통제 품목'으로 공식화된 사례는 제한적이지만, 갈륨 등 화합물 반도체 전반에 걸친 중국의 강경한 수출 규제 기조가 InP 웨이퍼 및 소자 공급망에 간접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모양새다.
현재 전면적인 공급 부족(쇼티지) 컨센서스가 형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800G 이상 고속 트랜시버 밸류체인 일부 구간에서 원자재 수급 타이트닝 징후가 관측된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통신 장비 출하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올해 하반기가 공급망 안정을 가름할 분수령이다.
국내 통신장비 업계와 부품 업계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중국의 소재 통제 기조가 장기화하고 대체재 확보가 지연될 경우, 특정 장비 및 모듈 단가 기준으로 최대 10~15% 수준의 부분적 비용 압박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총 설비투자(CAPEX) 대비 영향은 제한적일지라도, 고부가 제품군의 마진율 관리에 다소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350nm 노광기 가동한 러시아, "안보 자립" 선전의 명암
러시아가 개발했다고 밝힌 '프로그래스 STP-350'은 글로벌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한 네덜란드 ASML의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등과 비교하면 수 세대 뒤처진 공정이다. 러시아 측은 벨라루스 기업 '플라나르’(Planar)의 정밀 광학 기술 자산을 흡수해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전통적인 수은등 대신 365nm 파장의 고체 레이저를 탑재해 시간당 150mm 웨이퍼 63장을 처리하는 성능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거대 자본을 들여 구형 레거시 공정에 집착한 이유를 안보 관점의 '물리적 안정성'에서 찾는다. 반도체 공학 전문가들은 "350nm 공정으로 만든 칩은 트랜지스터 크기가 커서 방사능이나 전자기펄스(EMP) 같은 외부 충격과 고전압 환경에서 첨단 미세 공정 칩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구동한다"라며 "전투기, 미사일 제어장치, 레이더 시스템 등 군사 안보 분야에서는 처리 속도보다 100% 자급 자족과 100V 이상의 고전압을 견디는 내구성이 더 중요하다"라고 설명한다. 서방의 반도체 제재망 틈새를 뚫고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리스크 대응과 미래 지표
공급망 분절이 고착화하는 국면에서 국내 IT 기업과 투자자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원 무기화 추이와 블록화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표를 추적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러시아가 계획 중인 130nm급 공정 국산화 확대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시장의 불확실성을 판별하고 투자 방향성을 잡으려면 다음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미국 AXT사의 미국 내 생산 비중 확대 속도다. AXT는 중국 내 공장을 두고 인듐인화물(InP) 등 화합물 반도체 기판을 생산해 온 미국 기업이다. 중국의 규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기업인 만큼, 이들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느냐는 글로벌 IT 업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탈중국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속도를 가름하는 핵심 신호다.
둘째, 국내 화학 기업들의 형석(Fluorspar) 중국 의존도 탈피율이다. 반도체 세정 및 식각 공정의 핵심인 불산의 원원료인 만큼, 해당 광물의 공급선 다각화 진척도는 국내 공급망 안보의 가장 민감한 지표다.
셋째, 러시아 국산 노광장비의 130nm 양산 성공 여부다. 실제 양산 검증이 이뤄질 경우, 제재권 범용 반도체 시장의 지형 변화와 충격을 촉발할 실질적인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