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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130대, 30개 직종 실전 투입… 항저우에 구현 AI 국가 시범기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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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로봇 130대, 30개 직종 실전 투입… 항저우에 구현 AI 국가 시범기지 출범

중국 15차 5개년 계획 핵심 미래 산업 지정, 유니트리 본거지서 공급망 통합 플랫폼 가동
칩·운영체제·개발 도구 자립화 정조준… 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 새 변곡점
저장성 항저우에 구현 AI 응용 국가 시범기지가 공식 출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저장성 항저우에 구현 AI 응용 국가 시범기지가 공식 출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이 가상 공간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 발을 내딛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環球時報)는 17일(현지 시각) 신화통신을 인용해 저장성 항저우에 구현 AI 응용 국가 시범기지가 공식 출범했다고 보도했다.

130대 이상의 로봇이 음식점 서비스, 무인 소매, 공연, 전력선 점검, 과일 수확, 지하 작업 등 30개가 넘는 직종 현장에 동시 투입되는 이 기지는 분산된 로봇산업 공급망을 하나로 묶어 중국 구현지능 산업의 규모화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사족 로봇 80%·휴머노이드 50% 장악한 로봇 수도 항저우


시범기지의 운영법인인 항저우 구현지능 시범기지 테크놀로지 유한공사의 리싱텅(李興騰) 부총경리는 "현재 로봇 기술과 산업 공급망은 모션 제어나 스마트 로봇 팔 제조 등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시범기지는 전국 로봇 기업과 산업체인 상·하류 기업들을 연결해 각자의 강점을 통합된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는 현재 중국 사족 로봇 기업의 80% 이상,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50% 이상이 집결한 도시로, 구현 로봇산업 체인에서 700개가 넘는 기업이 활동하며 지난해 생산액 1068억 위안(약 23조5130억 원)을 기록했다.

유니트리(Unitree)를 포함한 핵심 기업들이 이 도시에 뿌리를 내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장대 출신 창업자들이 잇달아 유니콘 기업을 키워내며 항저우는 알리바바·딥시크(DeepSeek)에 이어 AI·로봇 스타트업의 새로운 산실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로봇 전문매체 분석에 따르면 2026년은 구현 AI 로봇이 대규모 상용화에 진입하는 원년으로 평가된다.

기술 면에서는 구현 대형 AI 모델과 월드 모델이 기본 구성으로 자리 잡으며 로봇이 자율 의사결정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수만 대 규모의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제조 단가도 눈에 띄게 내려가고 있다.

15차 5개년 계획 '미래 산업' 지정…칩·운영체제 자립이 핵심

이번 기지 출범은 중국 중앙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중국의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략적 선제 대응이 필요한 미래 산업으로 명시해 국가 예산과 정책 지원이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다.

리싱텅 부총경리는 "기반 칩, 운영체제, 개발 도구 등 여러 층위에서 중국 로봇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해 구현지능 분야의 생태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단순한 로봇 조립 수준을 넘어 AI 칩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공급망 전체를 자력으로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로봇연맹(IFR) 분석에 따르면 감속기와 모터, 희토류 자석, 배터리, 센서, AI 칩까지 로봇 핵심 부품 상당수가 이미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최근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국가표준체계를 발표해 기술 규격과 인증 체계까지 선점하려 하고 있다.

중국공정원(中國工程院) 원사이자 이번 기지 학술위원회 위원인 왕야오난(王耀南)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산업 생태계의 꾸준한 개선이 맞물릴 때 구현지능과 로봇 분야에서 더 큰 혁신이 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실과 산업 현장 사이, 좁혀지지 않는 '마지막 간격'


산업계에서는 이번 시범기지의 의의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검증 플랫폼'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로봇 핸드(정교한 조작 능력)와 멀티모달 인지 기술이 크게 향상되면서 사람과의 상호작용 정밀도도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까지는 기술적·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에서 "중국은 기술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정부 지원도 많아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아틀라스(Atlas) 로봇의 제조 공정 도입, 2030년 연간 3만 대 생산이라는 로드맵을 내세우고 있다.

항저우 국가 시범기지 출범은 이처럼 가속화되는 글로벌 로봇 경쟁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