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서방 잠수함 산업 붕괴"…오커스 핵잠수함 동맹 좌초 위기

글로벌이코노믹

"서방 잠수함 산업 붕괴"…오커스 핵잠수함 동맹 좌초 위기

미국 연 2.3척 목표에도 실제 생산 1.2척 불과
호주 핵잠 이전 차질 우려…중국 조선력 격차만 부각
2025년 12월 괌 인근 태평양 해역에서 기동 중인 미 해군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USS 애너폴리스(SSN-760). 미국은 버지니아급 연 2척 안정 생산이 2030년대에나 가능하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호주에 2030년대 초 3~5척을 이전하겠다는 AUKUS 약속을 이행하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미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2월 괌 인근 태평양 해역에서 기동 중인 미 해군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핵잠수함 USS 애너폴리스(SSN-760). 미국은 버지니아급 연 2척 안정 생산이 2030년대에나 가능하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호주에 2030년대 초 3~5척을 이전하겠다는 AUKUS 약속을 이행하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미 해군

미국·영국·호주의 핵잠수함 동맹 오커스(AUKUS)가 탄생 당시의 전략적 논리와 달리 미국 조선 산업의 냉혹한 현실에 가로막혀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커스가 오히려 서방 방산 제조업의 구조적 쇠퇴를 드러내는 역설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경고다.

미국 안보 전문 매체 19FortyFive의 브랜든 바이처트(Brandon Weichert) 선임 연구원은 최근 기고에서 "오커스 잠수함 협정은 결코 성립할 수 없는 수학 위에 세워져 있다"고 단언하며, 미 잠수함 산업 기반 붕괴와 공급망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오커스의 전략적 논리는 단순명쾌했다. 호주는 방대한 인도·태평양에서 효과적으로 작전할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했고, 미국은 중국 해군 팽창 견제를 위한 동맹 수중전력이 필요했으며, 영국은 급변하는 해양 세력 균형에서 존재감을 지키려 했다.

연 2.3척 필요한데 1.2척 생산…콜비 차관도 인정한 '불가능한 수학'


핵심 문제는 생산 능력의 구조적 결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국방정책차관은 미국이 핵추진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을 연 2.3척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오커스가 요구하는 생산 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국 조선소들이 달성한 버지니아급 실제 생산 속도는 연 1.2척에 불과하다. 여기에 미 해군 현대화의 최우선 과제인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 건조까지 병행되면서 미국 조선소의 산업 역량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의회에 잠수함 생산 지연이 해마다 악화되고 있으며 산업 회복 시점도 불확실하다고 경고했다. 다릴 카우들(Daryl Caudle) CNO 제독은 버지니아급 연 2척 안정 생산이 2030년대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공개 인정했다. 이 발언 하나만으로도 원래 오커스 일정은 근본부터 흔들린다. 호주는 2030년대 초 버지니아급 잠수함 3~5척을 인도받기로 돼 있다. 이 약속을 현재 미국의 산업 능력으로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단순 생산 지연만이 아니다. 미국 법률은 자국 해군 전투 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잠수함 이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 해군 공격형 잠수함 전력은 노후 로스앤젤레스급 퇴역 속도를 신규 건조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계속 감소 중이다. 미 해군의 장기 요구 기준은 66척이나 향후 10년간 전력이 이 기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황에서 법적 이전 금지 조항은 단순한 형식적 제약이 아니라 실질적 장벽이 된다.

이에 따라 미 의회 일각에서는 호주에 잠수함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미 해군 잠수함을 호주 항구에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오커스를 대폭 수정하자는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 이는 원래 오커스 구상의 사실상 후퇴를 의미한다.

'저스트인타임' 공급망 한계·中격차 확대…"중국 견제 만든 협정이 중국 이익"


미국 정부는 위기를 인식하고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입했다. 공급망 확대, 인력 채용 강화, 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도입, 취약 하청업체 직접 자금 지원 등 각종 응급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했다. 핵잠수함 건조에는 원자력 인증 기술자·전문 용접공·배관공·설계 엔지니어가 필수적이며 이들은 단기간 양성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구조적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방산 공급업체들은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물류 모델로 운영되며 가용 생산 여력이 극히 제한적이다. 팬데믹 공급망 충격이 이 모델의 치명적 약점을 입증했음에도, 공급업체들은 여전히 '경우를 대비한(Just-in-Case)' 모델로 전환하지 못했다. 수십 년간의 만성적 과소 투자가 미국 해양 제조 생태계의 상당 부분을 속 빈 껍데기로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은 국가 보조금, 통합 공급망, 낮은 인건비, 산업 전반의 국가 조율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군함과 상선을 압도적 속도로 찍어내고 있다. 바이처트는 "오커스는 원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 협정은 오히려 베이징에 유리한 장기 산업 불균형을 드러내는 결과가 됐다"며 "지연된 잠수함 납품 하나하나가 미국 방위산업 기계의 과부하를 세상에 알리는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호주의 불안감도 폭발 직전이다. 기존 콜린스급 잠수함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조선업 모두 지연이 겹치면서 호주가 2030년대에 위험한 전력 공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 의회 역시 최근 조사에서 영국 잠수함 가동 가능 비율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오커스 전체 비용은 2050년대까지 최대 2450억 달러(약 367조 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바이처트의 결론은 냉혹하다. "이 속도라면 캔버라는 미국과 영국이 약속한 잠수함이 결코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착하더라도 필요한 수량도, 의미 있는 시간표도 없을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