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없는’ 베이징 방문… 3.5% 급락한 가즈프롬 주가로 확인된 ‘냉혹한 경제 성적표’
러·중 밀착 속 에너지 협력은 뒷전… 대미(對美) 안보 연대만 재확인한 ‘반쪽짜리 정상회담’
러·중 밀착 속 에너지 협력은 뒷전… 대미(對美) 안보 연대만 재확인한 ‘반쪽짜리 정상회담’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9~20일(현지시각) 베이징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힘의 시베리아-2’ 가스관 건설이라는 최대 현안을 풀어내려 했으나,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RMF24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20일(현지시각) 보도를 종합하면, 양국은 정치적 밀월 관계를 과시하는 공동성명에는 합의했으나 에너지 계약에서는 중국 측의 완강한 가격 압박에 발목이 잡혔다.
에너지 실리 챙긴 중국, 정치적 명분만 얻은 푸틴
이번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은 5명의 부총리를 포함한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았다. 연간 1000억 세제곱미터(㎥) 규모의 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힘의 시베리아-2’ 프로젝트는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 경제에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그러나 중국은 회담장에서 ‘에너지 협력’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되풀이했을 뿐, 가스 도입 가격과 물량 등 핵심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철저한 실리 계산’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국제 에너지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내수용 가스 가격과 비슷한 1000㎥당 50달러 수준의 파격적인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유럽 고객들이 지불하는 단가보다 약 8.5배 낮은 가격이다. 러시아 경제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대안이 없는 ‘절박한 처지’임을 간파한 중국이 협상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다.
증시가 보여준 냉혹한 현실… 대미 견제는 ‘동상이몽’
투자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실패한 경제 행보’로 규정했다. 회담 종료 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의 주가는 3.5% 급락했으며, 해당 가스관에 강관을 공급할 예정이었던 TMK 역시 주가가 6% 하락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양국이 미국을 정조준하며 보조를 맞췄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Golden Dome)’과 미국의 핵 정책을 “글로벌 전략 안정성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관리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시 주석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미리 통보받았음을 밝히며 “나는 두 사람 모두와 잘 지낸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와 연대하는 동시에 미국과도 긴장의 끈을 조절하려 한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지정학적 연대 뒤에 숨은 경제적 셈법
이번 베이징 회담은 ‘글로벌 다극화’라는 구호 속에 가려진 두 나라의 불평등한 경제 구조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시 주석은 화려한 의전과 오페라 공연으로 푸틴 대통령을 환대하며 정치적 동맹 관계를 과시했으나, 정작 러시아가 가장 필요로 했던 자금줄인 가스관 계약은 차기 협상으로 미뤘다.
중국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가치를 활용해 미국을 견제하면서도, 자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러시아산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는 선을 긋는다.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도 러시아가 중국의 요구에 맞춘 가격 인하와 조건 양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른바 ‘무제한 협력’이라는 외교적 수사가 실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러시아의 고립은 길어지고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지는 ‘비대칭 밀착’ 관계가 당분간 지속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