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제 초콜릿 명가, 법정관리 절차 돌입…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거래처 연쇄 도산이 주원인
이미지 확대보기독일의 프리미엄 수제 초콜릿 제조사 ‘드라이마이스터(DreiMeister)’가 50년 넘는 역사를 뒤로하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되었다.
23일(현지시각) 독일 일간지 ‘조에스터 안차이거(Soester Anzeiger)’와 소비자 보호 전문 매체 ‘소비자보호포럼 베를린(Verbraucherschutzforum Berlin)’의 보도에 따르면, 드라이마이스터는 최근 독일 아른스베르크 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독일 서부 베르(Werl)에 본사를 둔 드라이마이스터는 1973년 한스 슈뢰더가 설립한 이래, 프랄린(Pralinen)과 트러플, 고급 차(Tea) 쿠키 등을 생산하며 유럽뿐 아니라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 호텔과 항공사, 고급 레스토랑을 고객사로 둔 강소기업이다.
원자재값 폭등과 고객사 도산의 ‘나비효과’
이번 파산은 단순한 경영 실책을 넘어, 독일 제조업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를 투영하고 있다.
법원이 임명한 예비 관리인이자 Wirtschaftsjurist(경제법 전문 변호사)인 마이클 슈테(Michael Schütte)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가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드라이마이스터의 자체적인 비용 부담뿐 아니라, 그들에게 제품을 공급받던 주요 거래처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며 대금 회수가 막히는 ‘연쇄 파산’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독일의 전통적인 ‘미텔슈탄트(Mittelstand, 중소·중견기업)’들이 겪는 전형적인 위기라고 분석한다.
팬데믹 이후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건비와 원자재 수입 비용은 품질을 고수해야 하는 수제 제조 기업에 치명타가 되었다.
실제로 베르 소재 생산 공장은 현재 정상 가동 중이며, 고용된 110여 명의 근로자 임금도 당분간은 안전한 상태다. 하지만 법원의 감시 아래 진행되는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업 규모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의 승부수: ‘독립적 구조조정’과 시장 재편
드라이마이스터 경영진은 이번 파산 절차를 단순히 사업을 접는 과정이 아닌, ‘기업 재편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마르쿠스 루키(Markus Luckey) 대표는 전문 구조조정 컨설턴트들을 영입하여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현재 시장의 소비 흐름에 맞게 제품군을 간소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최근 독일 내 소비자들이 고물가 여파로 인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따지는 소비 패턴으로 급격히 전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고집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유통망을 효율화하고 타겟 고객을 정교하게 좁히는 ‘체질 개선’이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변수다.
향후 전망: 전통 제조 기업의 생존 시험대
전문가들은 드라이마이스터의 사례가 독일 내 다른 전통 식품 제조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수십 년간 쌓아온 장인 정신만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급변하는 소비자 구매 패턴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진단이다.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드라이마이스터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할지, 아니면 위기를 딛고 생존할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관리인의 감독하에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은 정리하고, 핵심 고객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가닥을 잡고 있다.
독일 경제 당국과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사례가 전통 가업을 잇는 독일 중소기업들의 향후 전략 수립에 일종의 지침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법원이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드라이마이스터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