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국 대상 전면 관세 철폐 단행
美 통상 고립 속 아프리카 ‘경제 우군’ 확보 전략
美 통상 고립 속 아프리카 ‘경제 우군’ 확보 전략
이미지 확대보기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통상 정책과 대비되는 중국의 대대적인 대(對)아프리카 무역 개방 행보가 국제 경제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1일부터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아프리카 53개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가 아프리카 주요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이어지며 무역 장벽을 높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다.
‘실리’와 ‘명분’ 다 잡은 중국… 美의 공백 파고드는 아프리카 전략
중국의 이번 무역 정책은 단순히 아프리카 물산을 수입하는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그널 리스크(Signal Risk)의 로낙 고팔다스 이사는 WSJ를 통해 “이번 결정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매우 정치적으로 영리한 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최근 몇 년간 보여준 ‘거래적이고 불안정한’ 통상 태도와 대비해, 중국은 아프리카의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장기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재확인시켰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관세 면제 조치를 통해 코발트, 구리, 콜탄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프리카 현지 정부와는 물류, 인프라, 제조 프로젝트 전반에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킬슈르 킨디키 케냐 부통령 역시 지난 3월 나이로비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자국산 커피, 차, 마카다미아, 아보카도 등의 중국 시장 진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반면, 미국은 아프리카 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0%, 광물 부국 콩고민주공화국에 1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아프리카 무역 성장의 젖줄이었던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의 지속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고, 국제개발처(USAID) 사무소를 폐쇄하는 등 외교·경제적 연결 고리를 스스로 끊어내고 있다.
아프리카의 고질적 한계, ‘원자재 의존형 무역’ 탈피가 관건
전문가들은 중국의 관세 철폐가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아프리카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까지 이뤄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부스 반 스타덴 차이나-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 연구소장은 “이번 정책만으로는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비관세 장벽과 열악한 물류 체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지 기업들이 중국의 높은 위생 검역 기준을 통과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거나, 내륙 물류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수출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레소토의 모케티 셸릴 전 무역부 장관 역시 “중국 시장이 거대한 성장 엔진이 되려면 아프리카 현지의 생산 역량과 가공 기술 투자, 그리고 체계적인 수출 지원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조치 또한 기존의 ‘아프리카 원자재 수출-중국 완제품 수입’이라는 불균형한 무역 구조를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의 이번 ‘통 큰’ 개방은 아프리카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혹은 기존 종속 관계를 재편하는 또 다른 고리가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포용 전략이 향후 아프리카 각국의 산업 다각화로 이어질지, 혹은 자원 공급처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그칠지는 현지 각국이 얼마나 빠르게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