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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보다 생존이 먼저”… 美·이란 전쟁 속 亞 ‘석탄·화학’ 동맹 부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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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대응보다 생존이 먼저”… 美·이란 전쟁 속 亞 ‘석탄·화학’ 동맹 부활 폭발

中, 호르무즈 해협 봉쇄 틈타 연 3억 8000만 톤 석탄으로 가스·석유화학제품 양산
페트로차이나, 수압파쇄 기술로 ‘석탄암 가스’ 추출… 2035년 300억 ㎥ 생산 목표
인도, 40억 달러 투입해 ‘중국 모델’ 모방… 2030년 7500만 톤 석탄 전환 국산화 박차
중국 상하이의 석탄 화력 발전소 근처에서 남성들이 차 옆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상하이의 석탄 화력 발전소 근처에서 남성들이 차 옆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지정학적 갈등과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석유·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아시아의 두 거인 중국과 인도가 전 세계적인 ‘넷제로(탄소중립)’ 흐름을 뒤로하고 풍부한 매장량의 ‘석탄’을 첨단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에너지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

발전을 넘어 비료, 가스, 플라스틱까지 석탄으로 찍어내는 이른바 ‘석탄-화학(Coal-to-Chemicals)’ 산업이 아시아 안보의 핵심 가치사슬로 급부상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각) 글로벌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의 이리나 슬라브(Irina Slav) 수석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고유가 흐름에 발맞추어 석탄 기반 가스 및 석유화학 제품 생산 라인을 전방위로 전격 확대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명분보다 자국 경제의 ‘에너지 안보’와 ‘비용 효율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생존 본능이 작용한 결과다.

석탄으로 가스·화학제품 찍어내는 중국… “석탄-화학 부문이 세계 3위 소비국 규모”


올해 초 중국의 전통적인 발전용 석탄 생산량과 수입량은 표면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며 탈탄소 추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통계의 착시일 뿐, 중국의 실질적인 석탄 소비는 발전과 금속 제련의 범주를 넘어 석유화학 원료 분야에서 광폭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차이나(PetroChina)는 최근 석탄암 지층에서 수압파쇄(프래킹) 기술을 동원해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혁신했던 기술을 석탄암에 고스란히 이식한 세계 최초의 시도로, 지난해 42억 ㎥를 생산한 데 이어 오는 2035년까지 연간 300억 ㎥ 규모로 생산량을 폭발시키겠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중동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중국의 이 같은 석탄-화학 인프라는 진가를 발휘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119달러 선을 위협하는 와중에도 중국 내수 석탄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내며 완벽한 대체재로 안착했다.

투자자들의 보상이 집중되면서 관련 기업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30% 폭등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의 에너지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Javier Blas)에 따르면 현재 중국 석탄-화학 산업이 혼자 소비하는 석탄량만 연간 3억8000만 톤에 달하며, 이 부문이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할 경우 미국을 제치고 세계 3위의 석탄 소비국이 되는 거대한 규모다.

“우리도 취약하다” 인도, 40억 달러 배수진… ‘중국 성공방식’ 모방


석유 소비량의 8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해 오다 역사상 최악의 중동발 공급망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인도는 즉각 ‘중국 모델’ 복제를 선언했다. 발전용으로만 쓰던 막대한 자국 영토 내 석탄 매장량을 활용해 수입 의존도를 완전히 깨부수겠다는 구상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총 4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 규모의 대형 가공 시설 자금 수혈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7,500만 톤의 석탄을 비료, 플라스틱, 핵심 화학물질로 강제 전환해 내수 조달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의 추격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인도산 석탄은 중국산과 지질학적 조성이 달라 화학물질로의 합성이 공학적으로 훨씬 까다롭다.

또한, 중국은 이미 지난 20년간 독자적인 석탄-화학 추출 기술을 고도화해 왔으나 인도는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다. 향후 중동 전쟁이 종식되고 천연가스 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인도의 석탄-화학 기업들이 서구·중동 진영과 가격 경쟁을 벌이려면 인도 정부가 상상을 초월하는 보조금을 추가 집행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 위기 앞엔 넷제로도 3위로 전락… 실리주의 택한 아시아


아시아 전역으로 번지는 석탄-화학 벨트의 부활은 전 세계 서구 환경 운동가들이 주장해 온 넷제로 공급망 시나리오를 밑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다.

서방의 친환경 가전이나 태양광·풍력 장비를 만드는 중국의 제조 공장들 자체가 결국 자국산 석탄을 태운 청정 에너지가 아닌 석탄의 물리적 화합물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통상 전문가는 “수입 에너지에 목줄이 잡혀 통제 불능 상태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느니, 환경적 비판을 받더라도 내수 석탄 자원을 활용해 비료와 플라스틱 등 기초 산업 원료를 자급자족하는 것이 실리주의 관점에서 훨씬 탁월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대전환기 속에서 아시아가 보여준 석탄-화학 드라이브는 냉혹한 진리를 증명하고 있다.

에너지 가치사슬의 위기 국면에서 시장의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전력 공급의 ‘신뢰성’과 ‘경제성’이며, 탄소 배출가스 감축 문제는 언제든 뒷전(3순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 산업계에 뼈아프게 각인시키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