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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에너지 위기, 인도·동남아 다시 석탄으로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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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에너지 위기, 인도·동남아 다시 석탄으로 밀어낸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긴급 조치 발동… 글로벌 탈탄소화 목표 ‘뒷전’
태국·인도 석탄 발전 최대 가동 지시, 베트남은 LNG 프로젝트 철회
에너지 안보 비상에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
인도네시아의 치레본-1 석탄 화력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보류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의 치레본-1 석탄 화력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보류되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혼란이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가혹한 타격을 입히면서,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기존의 기후 변화 대응 목표를 버리고 즉각적인 해결책으로 석탄 의존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하는 구조 속에서, 이번 해협 차단은 필리핀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역내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안겼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이 중장기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공급과 가격에 대한 당장의 우려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이미 석탄이 전력 생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아시아 국가들은 즉각적인 긴급 조치로 석탄을 선택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석탄 화력 발전소 재가동… 아시아 각국 ‘에너지 사수’ 총력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전력 수요는 지난 20년간 세 배로 급증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석탄 화력 발전소가 건설되어 왔다.

현재 석탄 화력 발전은 아시아 전체 전력 생산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나 LNG와 달리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국내에서 석탄을 직접 생산할 수 있어 자원 무기화 환경에서 방어력이 높다. 특히 인도는 자국 내 석탄 소비량의 약 70%를 자체 생산 기지에서 조달한다.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자 각국 정부는 일제히 석탄 확대를 지시하고 나섰다. 태국 전력발전청(EGAT)은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 화력 발전소 유닛 2기를 재가동했으며, 인도 정부는 수입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들에 일제히 최대 가동 명령을 내렸다.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은 북부 지역에서 추진하던 LNG 화력 발전소 프로젝트를 전격 철회하기로 했다.

조기 폐쇄 계획 번복…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착화된 ‘석탄 회귀’


이러한 석탄 복귀 움직임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이란 전쟁 발발 전부터 탈탄소화 전선에는 균열이 가 있었다.
인도네시아 자바 중부에 위치한 치레본-1(Cirebon-1) 석탄 화력 발전소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에너지 전환 메커니즘을 적용해 오는 2042년 계약 만료 전 조기 폐쇄를 추진하는 첫 번째 상징적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일본 무역회사 마루베니 등이 참여한 이 계획은 재생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꼽혔으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에너지가 다급해지자 조기 폐쇄 결정을 번복했고 사업의 미래는 불확실해진 상태다.

또한, 태국 EGAT와 필리핀 아보이티즈 파워는 일본 스미토모가 운영하는 베트남의 최첨단 석탄 화력 발전소 지분을 각각 25%씩 인수하며 화석 연료 투자를 오히려 확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 세계 LNG 물량을 사들이면서 예고된 결과다. 당시 유럽에 입찰 경쟁에서 밀린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극심한 정전을 겪었고, 중국·인도·인도네시아는 국내 석탄 생산량을 10% 이상 늘리며 전력망을 방어했다.

파리협정 무력화 지적… 개발도상국 “선진국이 자금 지원해야”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목표인 지구 기온 상승 1.5도 제한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년대 중반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세로 돌아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을 향해 석탄의 단계적 퇴출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나, 신흥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 역시 과거 저렴한 화석 연료를 마음껏 사용해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장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하길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금융·자금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의에서는 자금 지원 문제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쿠마가이 쇼타로 일본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장기 발전 계획에서 석탄 억제 정책의 큰 틀을 공식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번 석탄 복귀가 단기적 처방이라 할지라도, 국내에 석탄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은 경제적 생존과 전력 안보 상황에 따라 향후 산업 및 가정용 분야에서 석탄 사용을 계속해서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