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코르벳에 '해궁' 1400억 계약… 기아 섀시 기반 AI 안티드론 차량 NATO 무대 데뷔
이미지 확대보기국내 방위산업이 동남아 정밀유도무기 시장과 유럽 지상 방산 플랫폼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국 방산이 미사일 수출을 넘어 NATO 공급망 플랫폼으로 진입했다.
LIG D&A의 함대공미사일 '해궁'이 말레이시아 해군 차세대 군함의 표준 유도무기로 확정된 데 이어, 한국산 신형 픽업트럭 섀시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안티드론 차량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 앞에서 기술력을 증명했다.
이번 성과는 완성형 무기체계 수출을 넘어 한국 방산이 '무기 수출국'에서 '글로벌 방산 플랫폼 공급망 국가'로 올라가는 중요한 전환 신호다.
말레이 코르벳에 해궁 16발 장착… 동남아 정밀무기 교두보 확보
주목할 부분은 이 군함의 핵심 대공 방어망으로 한국산 해궁 미사일 탑재를 확정했다는 점이다. 진수된 코르벳함에는 대공미사일(SAM) 수직발사대 2기가 장착되며, 척당 총 16발의 해궁 미사일을 운용한다.
LIG D&A는 최근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9400만 달러(한화 약 1420억 원) 규모의 해궁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국산 함정의 부속 무기로 간접 수출되던 해궁이 외국 해군이 발주한 최신형 전투함의 표준 대공 무기체계로 단독 선택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남아시아 해상 유도무기 시장에서 유럽산 제품을 제치고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TM은 오는 8월까지 3번함까지 모두 진수하고, 내년 무장 통합 과정을 거쳐 오는 2027년까지 말레이시아 해군에 전량 인도할 계획이다.
한국산 픽업 섀시에 美 AI 결합… 네덜란드 'DMV 타스만' NATO 공개
유럽 지상 무대에서는 한국산 자동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첨단 방산 차량이 등장했다. 네덜란드 특수차량 제조업체 DMV는 기아의 특수차량 부문이 공급한 신형 픽업트럭 '타스만'의 섀시를 기반으로 개발한 AI 안티드론 전술차량 'DMV 타스만'을 네덜란드 국방부와 NATO 관계자들에게 선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가 미사일 대비 저가 드론 대응 비용 문제가 부각되면서, NATO는 '저비용 대량 요격'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단거리 대공방어(SHORAD) 시장 규모는 2025년 172억 5000만 달러(약 26조 원)에서 2030년 233억 2000만 달러(약 35조 25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6.2%씩 성장할 전망이다. DMV 타스만은 이러한 수요 변화를 겨냥한 근접방역(VSHORAD) 플랫폼이다.
차량 후면에 탑재된 미국 ACS의 AI 무인총탑 '불프로그'는 기존 전술 차량과 달리 레이더를 쓰지 않는다. 능동 신호를 발산하지 않는 컴퓨터 비전 AI 기반의 패시브 광학 센서로 800미터 이내의 드론을 탐지하고 조준한다. 7.62mm 기관총을 장착한 이 시스템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프로젝트 컨버전스 훈련에서 7대의 드론 떼를 한 번의 오차 없이 격추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AI 조준 기술 덕분에 드론 1대당 격추 비용을 10달러 수준으로 낮춘 점에 주목한다.
가격 경쟁력과 50년 군용차 노하우… 유럽 방산 공급망 틈새 뚫었다
유럽 방산 기업이 자국이나 미국산 섀시 대신 한국산 픽업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성능과 비용, 납기 속도에 있다. 신규 전술 차량을 처음부터 개발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수억 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대량생산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용을 낮추고 전력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현재 유럽 방산 시장은 전면전 재발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각국 국방 재정의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가성비 높은 하드웨어의 적기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기아 특수차량 부문이 대한민국 국군 전술 차량을 공급하며 쌓아온 50년 이상의 개조 노하우도 신뢰를 더했다. 차량 총중량 3500kg급인 DMV 타스만은 207마력의 2.2리터 디젤 터보 엔진과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춰 험지 돌파 능력이 우수하며, 무거운 AI 무장탑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군용 차단등 시스템과 수중 도하용 스노클 등 작전 요구 성능도 반영됐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공급망 병목 현상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플랫폼에 자국이나 미국의 소프트웨어를 얹는 하이브리드 수주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 통합과 규제 장벽… 투자자가 짚어야 할 리스크
다만 이러한 하이브리드 수출 모델에는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변수도 공존한다. 한국산 하드웨어와 미국·유럽의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 통합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상용 섀시를 군용 무장탑과 실시간 연동하는 과정에서 체계 통합 에러가 발생할 경우 전력화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또한 미국산 AI 무장 시스템인 '불프로그'가 결합된 만큼, 향후 제3국으로의 추가 수출 시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강력한 수출 승인 통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NATO 표준 채택 여부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점도 단기 실적 모멘텀 측면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목이다.
방산 투자자가 주목할 단기 시나리오와 리스크 점검 지표
국내 방산 기업의 영토 확장은 실적 지표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방산주 투자자들이 단기와 중장기 관점에서 점검해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단기 관점에서는 수주 계약 모멘텀이다. 말레이시아 2, 3번함의 추가 진수 일정에 따른 LIG D&A의 해궁 미사일 추가 계약 공시 시점과 초도 물량 집행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기아가 루마니아 방산 전시회(BSDA 2026) 등 동유럽 시장에서 타스만 기반 군용 지휘차의 실질적인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는지 주시해야 한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수출 다변화 효과를 봐야 한다. 해궁의 말레이시아 해군 실전 배치는 향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 동남아 국가들의 해군 현대화 사업에서 국산 유도무기의 추가 채택 가능성을 높이는 기준이 된다. NATO 동맹국들의 안티드론 차량 도입 예산 배정 추이와 연동해 한국산 방산 섀시 플랫폼의 수출 물량 추이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필수 체크포인트
첫째, LIG D&A 해궁의 1400억 원 규모 계약에 따른 분기별 실적 반영 시점 확인이다. 말레이시아 차세대 코르벳 3척에 탑재될 해궁 미사일의 실제 납기 일정을 파악해 유도무기 부문의 매출 인식 시점을 예측해야 한다.
둘째, 기아 특수차량 부문의 유럽 경전술차 섀시 공급 실적 및 마진율 추적이다. 기아의 군용 섀시가 상용차 모델을 넘어 NATO 표준 전술 차량 플랫폼으로 안착해 고부가가치 방산 매출을 견인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수출 통제 정책 변화와 완충 요인 점검이다. 미국산 AI 무장 결합에 따른 수출 규제 리스크가 국산 섀시의 독자적 유럽 진출이나 추가 계약에 미칠 영향력을 상시 감시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