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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가 죄?”… 자동차 시장 뒤흔든 ‘가장 지루한 차’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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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가 죄?”… 자동차 시장 뒤흔든 ‘가장 지루한 차’ 10선

시장 점유율 높지만 ‘운전의 재미’ 실종… 소비자들 ‘개성 상실’에 혹평
‘완벽함’이 오히려 독… 자동차산업의 평준화가 가져온 역설적 위기
2026년 토요타의 ‘코롤라 크로스’ 사진=유튜브 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토요타의 ‘코롤라 크로스’ 사진=유튜브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잘 만든 차’에 대한 정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고장 나지 않고 실용적인 차가 최고의 찬사를 받았으나, 이제는 개성 없는 완벽함이 오히려 ‘나쁜 차’보다 더 큰 비판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잘롭닉(Jalopnik)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독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평범해서 더 최악인 자동차’를 조사한 결과, 대중적인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들이 대거 지목되며 자동차산업의 획일화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아무도 감동시키지 못한 결과”


이번 조사는 단순히 기계적 결함이 있는 차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안전한 설계로 인해 ‘개성’과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한 모델들을 가려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완성차 업체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평균적인 설계’에만 몰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도로나 주차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배경처럼 사라지는 차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독자들이 꼽은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혼다와 도요타의 세단들(혼다타 캄코드)’이다.

과거의 명성을 뒤로하고 이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무단변속기(CVT)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현재의 세단 라인업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더 이상 자극을 주지 못한다.

토요타의 ‘코롤라 크로스’ 역시 “따뜻한 오트밀 같다”는 혹평을 받으며, 기능적으로는 훌륭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도로 위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기차 시대의 ‘지루함’… 혁신 멈춘 테슬라의 딜레마

놀라운 점은 전기차 분야의 선구자였던 테슬라가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모델 3를 비롯한 테슬라 전 라인업에 대해 “출시 당시에는 혁신적이었으나, 의미 있는 업데이트가 멈추면서 평범함 속으로 침몰했다”고 입을 모았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략으로 차의 상품성을 개선하고는 있지만, 디자인과 하드웨어의 정체는 소비자로 하여금 ‘메마른 기술의 집합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빈패스트(Vinfast)와 같이 초기 모델이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브랜드와 대비되는 지점으로, 소비자들이 더 이상 테슬라를 ‘흥미로운 브랜드’로 보지 않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폭스바겐 ID.4는 경쟁력 있는 상품성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난해서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막대한 재고 물량(716일 치)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졌다.

데이터가 낳은 ‘안전한 실패’… 시장의 경고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완성차 업체들의 ‘데이터 만능주의’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와 대규모 판매 데이터를 최우선시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과감한 디자인이나 드라이빙 다이내믹스는 거세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차는 결국 아무도 열광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자들이 꼽은 차들은 결함이 있어서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의 감성을 전혀 자극하지 않는 ‘영혼 없는 기계’로 느껴지기 때문에 구매가치가 희석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비자들의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과감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재도입할지가 관건이다.

실용성을 넘어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린 브랜드들은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완벽하게 지루한 차는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서 가장 빠르게 잊힐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