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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컴퓨팅 주권 전쟁, 유럽은 ‘에어버스 모델’ 성공 사례 전략 시급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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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컴퓨팅 주권 전쟁, 유럽은 ‘에어버스 모델’ 성공 사례 전략 시급 진단

유럽, 기술 패권 위기 속 독자적 AI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 시동
ASML 등 핵심 자산 활용한 ‘유럽형 AI 컨소시엄’의 실현 가능성 점검
유럽이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에어버스의 성공 사례를 본뜬 통합적 AI 산업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이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에어버스의 성공 사례를 본뜬 통합적 AI 산업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인 컴퓨팅 파워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건 패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유럽이 자칫 ‘디지털 종속’이라는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경제 정책 전문 매체인 ‘브뤼겔’은 “유럽이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기술 모방을 넘어, 과거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성공 사례를 본뜬 통합적 AI 산업 전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두 트랙’ 전략, 유럽이 눈여겨볼 대목


중국은 미국 주도의 AI 하드웨어 공급망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 외교적 유연성과 강력한 내수 집중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인 H200의 중국 수출 정책을 기존 ‘원칙적 금지’에서 ‘사안별 승인’으로 완화한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은 올 한 해만 140억 달러(약 21조644억 원) 규모의 미국산 칩을 수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화웨이의 AI 칩 ‘어센드(Ascend)’ 시리즈는 자국 데이터 센터의 41%를 점유하며 엔비디아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화웨이의 AI 칩 부문 매출은 지난해 75억 달러에서 올해 12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중국 모델들이 엔비디아의 ‘쿠다(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적 전환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으나, 중국 정부는 에너지 비용 보조와 공공 부문 강제 구매를 통해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파편화된 유럽’… 에어버스 방식의 해법은 무엇인가


유럽의 상황은 중국과 대조적이다. 프랑스의 미스트랄(Mistral) 등 유럽 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나,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결국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에 의존하거나 실리콘밸리의 자본을 찾아 떠나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의 문제는 파편화된 시장에 있다. 27개 회원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거대한 내수 시장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브뤼겔(Bruegel)’은 “유럽이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를 통해 성공했던 핵심 비결은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닌, 각국의 비교 우위를 결합한 ‘산업적 논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는 프랑스의 항전 장비, 독일의 제조 정밀도, 영국의 날개 설계 등 각자의 강점을 하나로 묶어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모델을 AI 하드웨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 △아이멕(IMEC)의 나노 공정 연구 △인피니온(Infineon) 등의 전력 반도체 강점을 결합한 ‘범유럽 AI 컨소시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략적 자율성 확보, 비용과의 타협이 관건


전문가들은 유럽이 추진 중인 ‘유럽형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과 ‘공통유럽이해관계 중요 프로젝트(IPCEI)’가 이미 기초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정부 조달을 통한 ‘유럽 우선 구매’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초기 시장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와 높은 비용을 상쇄해 줄 구체적인 보상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유럽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능 손실을 감수하고 독자 노선을 택하게 하려면, R&D 보조금은 물론 감가상각 혜택과 같은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수적”이라며 “에어버스 역시 성숙기에 진입하기까지 20년의 세월이 걸렸듯, AI 하드웨어 주권 확보 역시 장기적인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과제는 명확하다. 기술적 우위와 상업적 논리를 결합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대 시장 사이에서 독자적인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의 디지털 경제 성적표가 결정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