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 패권' 균열과 밸류체인 재편… 시험대 오른 한·미 반도체 동맹

글로벌이코노믹

'AI 패권' 균열과 밸류체인 재편… 시험대 오른 한·미 반도체 동맹

규제 완화가 부른 대중 수출통제 구멍… HBM '핵심 병목 자산'으로 급부상
글로벌 데이터센터 리스크 속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대 실무 지표
미국 중심의 인공지능(AI) 패권 체제가 중동과 중국의 공세로 구조적 안보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중심의 인공지능(AI) 패권 체제가 중동과 중국의 공세로 구조적 안보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9(현지시각) 미국 중심의 인공지능(AI) 패권 체제가 중동과 중국의 공세로 구조적 안보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수출통제 완화 조치가 동맹 간 결속력을 약화하고 기술 격차를 좁히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대장주는 물론, 미국 AI 생태계와 동기화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가와 공급망 향방을 뒤흔들 정책 변수다.

지정학적 화약고 노출된 AI 스택… 인프라 분산과 CAPEX 재배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최근 군사 작전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과 팔란티어의 통제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동 지역 작전 당시 AI 시스템을 활용해 다수의 정밀 타격을 감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이란 측이 미국 테크 기업의 중동 기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겨냥하면서 불거졌다. 하드웨어와 전력망을 아우르는 'AI 스택'이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SAIS) 할 브랜즈 교수는 저서를 통해 AI 인프라가 분쟁 위험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글로벌 테크 공급망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가 북미 등 안전지대로 재배치되는 방어적 투자를 유발할 수 있다.

대중 규제 완화가 부른 추격… HBM, AI 전쟁의 '병목 자산' 재정의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차세대 모델로 거론되는 '미토스' 관련 논의가 확산하면서 사이버 보안 전선의 고도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혁신 전선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사실이나, 대중국 기술 봉쇄망에는 균열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인 경제적 실리를 취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완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에게 우회로를 열어주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모델의 설계를 역공학으로 추출하는 '증류' 기법과 알고리즘 효율화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이에 따라 백악관 내에서는 첨단 모델의 정부 사전 승인제를 검토하는 등 규제 기조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직 국가안보 관료인 벤 부캐넌과 탠텀 콜린스는 정부가 전력망을 확충하는 대신 기업은 보안 협력을 강화하는 민관 협력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AI 패권 경쟁은 엔비디아 GPU의 핵심 부품이자 '병목 자산'HBM 공급을 통제하는 쪽이 주도권을 쥐는 구조로 수렴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구멍을 막기 위해 HBM 최종 사용자 추적이 한층 엄격해질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국 매출 비중과 조달 경로에 직접적인 정책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 변수 확대에 따른 밸류체인 시나리오


향후 글로벌 시장은 미국의 안보 정책 수정과 규제 강도에 따라 세 가지 경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단기 전망을 보자면, 미국 정부의 규제 기조가 안보 통제로 선회하면서 테크 기업들의 법규 준수 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대중국 추가 제재 발효 여부에 따라 서방 테크 공급망 전반의 주가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은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 파운드리 보조금을 다변화하고 동맹국인 한국, 일본, 네덜란드와의 밸류체인 결속을 강행할 확률이 높다. 반면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저가형 AI 인프라를 패키지로 공급하는 전략('팍스 실리카')을 통해 대항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국내 테크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지금 당장 주목해야 할 실무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의 분기 CAPEX 증가율(YoY)이다. 빅테크의 전년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이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흐름은 중요하다. 특히 중동 리스크에 따른 투자 지역 다변화는 국내 장비 공급사의 수주 모멘텀과 직결되는 변수다.

둘째, HBM ASP(평균판매단가) 상승률 및 하이닉스 가동률이다. 고성능 메모리의 공급망 통제가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HBM ASP의 분기별 상승세와 SK하이닉스 등의 가동률이 90% 내외에서 유지되는지는 공급 통제 환경에서도 가격 결정력이 유지되는지를 판단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PER 밴드 18~20배 구간이다. 지정학적 규제 위험이 하드웨어 주가에 선반영되는 과매도 구간을 파악하기 위해, 지수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변동성 하단으로 인식돼온 18~20배 구간에 근접하는지는 과매도 판단의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AI 경쟁은 기술 우위를 넘어 공급망 통제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향후 시장의 주도권은 '누가 기술을 보유했는가'보다 '누가 병목 자산을 통제하는가'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