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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개방 협상 표류… 트럼프 '최종 결정' 없이 골프장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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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재개방 협상 표류… 트럼프 '최종 결정' 없이 골프장行

미·이란 양해각서 교착, 핵·기뢰 제거·동결자금 해제 등 3대 쟁점 충돌
브렌트유 배럴당 91달러대… 합의 불발 시 여름 '에너지 적색경보'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결정적 고비에서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며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주재했으나 2시간 만에 결론 없이 종료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골프장으로 향했다.

로이터통신, AP, CBS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30일(현지시각)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협상 결렬 시 재공격 능력이 개전 당시보다 강하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최종 결정' 없이 끝난 상황실 회의… 트럼프 3대 레드라인 고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논의 중인 양해각서(MOU)의 핵심 조건으로 세 가지를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 무조건 즉각 개방, 이란 고농축 우라늄의 미국 주도 추출·파기, 이란이 부설한 기뢰의 완전 제거가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보유해선 안 된다"며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어떠한 자금도 이란에 이전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같은 날 국영TV에 출연해 "현 단계에서 핵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인 모흐센 레자에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가 해군 봉쇄를 유지하며 외교를 배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 측 협상단 관계자 사이드 아조를루는 "최종 텍스트가 승인되면 60일간 세부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타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해각서에 이란 재건을 위한 3000억 달러(약 452조 원) 규모의 투자펀드 조성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방안은 트럼프의 협상 대표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제안한 것으로, 미국 기업들이 이란과 합작투자를 추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헬파이어 미사일로 민간 선박 무력화… 봉쇄는 현재진행형

협상이 표류하는 가운데 미군은 같은 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강경 봉쇄 작전을 이어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감비아 국적 화물선 리안스타(M/V Lian Star)가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를 향해 항진하자 20차례 이상 경고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며, 미군 항공기가 헬파이어 미사일로 엔진룸을 직격해 선박을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까지 5척의 상선을 무력화하고 116척의 항로를 강제로 돌렸다고 밝혔다.

이란 측도 맞섰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기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규정 준수를 모든 상·군용 선박에 재촉구했고, 이란군은 남부에서 특정 목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만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서쪽 해역에서 의심 기뢰로 추정되는 부유 물체를 발견했다며 선박들에 주의를 촉구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회의에서 "이란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오고 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재교전 태세가 갖춰져 있고 개전 첫날보다 훨씬 강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브렌트유 91달러대… 합의 불발 땐 7월 '에너지 적색경보'

에너지 시장은 합의 기대와 교착 우려를 동시에 반영하며 혼조세를 이어갔다. 3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1.89달러, 미국산 원유(WTI)는 87.86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는 협상 교착 당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낮아진 수준이지만, 전쟁 전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높다.

UBS 애널리스트들은 메모에서 페르시아만 내 원유 선적량이 "극히 낮은" 상태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개방은 부분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공동성명을 통해 "여름 성수기 수요가 늘기 전에 해협 통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연료 안보와 시장 안정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BC 캐피털마켓 상품 전략 대표 헬리마 크로프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이란이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질 경우 통과 물량이 전쟁 이전의 60~7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개전 이후 미국 가계의 연료 관련 추가 지출이 평균 447달러(약 67만 원)에 달했으며, 에너지 가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전쟁 1주년까지 가계당 추가 부담이 2000달러(약 301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로이드리스트 에디터 리처드 미드는 "이번 사태는 불황을 촉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동맹 관계에 따라 통행 여부가 결정되는 '영구적으로 양분된 해협'이라는 더 교묘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