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I 6월 회의 앞두고 동결 전망 vs. 선제 인상론 맞불… 인플레이션·엘니뇨·자본 유출 '삼중 압박'
인도네시아·스리랑카 선제 긴축 전환… 아시아 신흥국 통화 방어전 본격화
인도네시아·스리랑카 선제 긴축 전환… 아시아 신흥국 통화 방어전 본격화
이미지 확대보기CNBC는 지난 3일(현지시각) 이 같이 보도하며 아시아 신흥국 통화 방어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이번 주 6월 3~5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를 열고 있다. CNBC가 경제학자 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다수는 현행 기준금리 5.25%를 유지하되, 금리 인상은 올해 말에나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달러 대비 루피화 환율이 한때 달러당 97루피를 웃돌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추락한 데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기상 이변이 겹치면서 선제적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번스타인의 인도 리서치 책임자 베누고팔 가레 전무는 CNBC '인사이드 인디아'에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이 더 논리적"이라며 "최근 글로벌 금리 흐름과 보조를 맞추고, 정책 입안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통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이웃나라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연 5.25%로 0.5%포인트 올렸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루피아화 가치가 잇따라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페리 와리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중동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변동성 확대가 루피아화에 미치는 영향을 방어하고 통화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밝혔다.
인도 중앙은행도 외환시장 개입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은행은 루피화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금리 인상 외에도 50억 달러 규모의 달러-루피 스왑 경매, 해외 거주 인도인을 통한 외환 유입 유도 계획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외화 절약에 동참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할 만큼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RBI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루피화 가치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정책 입안자들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다"며 "현재 RBI의 최우선 과제는 루피화의 추가 하락을 막는 것"이라고 전했다.
엘니뇨·에너지·식량… 인플레이션 압력 '3중 악재'
금리 인상론에 힘을 보태는 또 다른 축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다.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3.48%로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인도 정부가 그동안 유류 가격을 동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수치다.
그런데 지난 보름 사이 정부가 잇따라 연료 가격을 올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씨티는 누적 인상 폭이 리터당 7.5루피(약 120원)로 자사 기본 전제인 5루피를 웃돌자 2026/27 회계연도 평균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4.6%에서 4.9%로 올려 잡았다.
엘니뇨도 변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엘니뇨가 90% 확률로 수개월 안에 닥쳐올 것"이라며 이를 "긴급 기후 경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인도 몬순 강수량 전망치를 장기 평균의 90%로 낮췄다. 4월 전망치인 92%에서 더 하향 조정된 것으로, 11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인도 농업의 약 60%가 빗물에 의존하는 만큼 식량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수석 경제학자 막시모 토레로는 "걸프 분쟁 장기화와 평년 이하 몬순이 겹칠 경우, 인도는 수입 비용 증가와 국내 비료 공급 차질로 밀·쌀·채소 등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HDF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삭시 굽타는 "에너지 비용 상승분의 소비자 전가와 엘니뇨에 따른 기상 충격이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에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씨티 "6월 동결 후 8월·10월 두 차례 인상 전망"
씨티는 6월 통화정책위원회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되, 8월과 10월에 각각 25bp씩 두 차례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다수 의견은 여전히 동결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루피화 가치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이중 위험(dual risk)' 구도에서 RBI 총재 산자이 말호트라의 발언이 주목된다.
말호트라 총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경제 전문 매체 민트(Mint)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의 질서 있는 가격 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신호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는 6971억 2천만 달러의 외환보유액이라는 완충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EBC 파이낸셜 그룹은 "이 같은 버퍼는 변동성을 완화할 뿐 구조적 압력을 없애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가 선제적 긴축으로 돌아선 가운데, 인도가 같은 길을 택할지 여부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 안정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BI의 결정은 6일(현지시각) 발표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