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타타모터스, 중국 체리 플랫폼으로 프리미엄 EV 출시 앞당겨

글로벌이코노믹

타타모터스, 중국 체리 플랫폼으로 프리미엄 EV 출시 앞당겨

인도 최대 전기차 업체, 中 기술 의존 공식화…2027년 아비냐 첫 모델 출격
마힌드라·MG에 1·2위 자리 흔들리자 '중국 기술 빌려 시간 사기' 승부수
인도 타타 모터스의 알트로즈 레이서가 인도 뉴델리 전시장에 전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타타 모터스의 알트로즈 레이서가 인도 뉴델리 전시장에 전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타타모터스(Tata Motors)가 자국 내 전기차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중국 자동차 제조사 체리(Chery)의 플랫폼을 빌려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아비냐(Avinya)'를 2027년 출시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현지시각) 단독 보도했다.

인도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중국 자본의 자동차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술이 우회로를 통해 인도 전기차 시장의 핵심 토대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JLR 플랜 좌초…체리 플랫폼이 구원투수로


타타모터스는 당초 재규어랜드로버(JLR)의 전동화 모듈 아키텍처(EMA)를 기반으로 아비냐 모델을 2025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JLR이 인도에서 EMA 기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접으면서 타타의 로드맵 전체가 흔들렸다.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했던 타타가 택한 대안이 체리·JLR 합작사(CJLR)가 중국에서 개발한 '프리랜더(Freelander)' 플랫폼이다.

첫 아비냐 모델은 중국에서 부품 묶음(키트) 형태로 들여와 인도 타밀나두주의 신규 공장에서 조립되며, 현지 부품 조달 작업도 이미 시작됐다. 두 번째 모델은 2029년 출시 예정이고, 이후 추가로 두 개 차종까지 확장할 여지를 남겨뒀다.

타타 측은 "아비냐는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개발 중이며, JLR 및 협력사와의 협업이 핵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리도 "타타모터스 승용차 부문의 부품 공급사 역할을 하게 되며, 사업별로 별도 계약을 체결한다"고 확인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관계자는 이번 체리 플랫폼 도입이 "임시방편(stopgap arrangement)"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것 없이는 타타가 전기차 선두를 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타는 장기적으로 자체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지만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만큼, 체리 플랫폼이 그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좁혀오는 경쟁자들…시장점유율 방어가 시급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인도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판도 변화가 자리한다. 타타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14%로,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와 JSW MG모터가 빠르게 격차를 좁히며 시장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시장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4월 인도 전기 승용차 시장에서 타타는 8543대를 판매해 36.6%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지만, 마힌드라가 5413대(점유율 약 23%), JSW MG모터가 5006대(약 21%)로 추격하며 3사 합계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타타 혼자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26 회계연도 기준 인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84% 급증해 19만 8000여 대에 달했으며, 타타의 시장점유율은 39.2%, 마힌드라는 21.2%, MG는 74% 성장세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라인업 공백을 방치할 경우 시장 판도가 더 빨리 뒤집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체리 플랫폼 도입을 서두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자본은 막고, 중국 기술은 사는 인도의 딜레마


이번 사례는 인도 자동차산업이 처한 구조적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인도 정부는 2020년부터 중국을 겨냥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해 자동차산업에서 중국 자본의 대규모 참여를 사실상 차단했다.

전자 등 일부 분야에서는 규제가 다소 완화됐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 기술의 우회 침투는 이미 현실이다. 철강·시멘트 재벌 사잔 진달이 이끄는 JSW모터 역시 체리와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 지분 투자는 막고 있지만 기술 도입과 부품 공급 계약은 열어둔 셈이다.

체리는 중국 최대 자동차 수출 업체로, 토요타와 테슬라를 벤치마킹해 유럽·동남아·중남미 등 주요 시장에서 외국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생산 방식으로 글로벌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JLR과의 협업, 타타·JSW와의 플랫폼 공급 계약은 그 전략의 연장선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완성차 수출 대신 기술·플랫폼 수출이라는 형태로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전기차 플랫폼 위에서 인도 브랜드가 성장하는 구조가 굳어질 경우, 인도 완성차 업체들이 독자 기술 개발 의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장기 과제로 남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