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관 추정치보다 50% 높아… 서방 제재 속 통계 불투명성 논란
금 보유고는 되레 25년 만에 최저… 전쟁 재원 마련 위한 '금 팔기' 가속
금 보유고는 되레 25년 만에 최저… 전쟁 재원 마련 위한 '금 팔기' 가속
이미지 확대보기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재정 압박이 극심해진 러시아가 돌연 세계 최대 금 생산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독립 조사기관들은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광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mining.com)은 지난 3일(현지시각) 러시아 자원부 장관이 공식 발표한 금 생산 수치가 세계금위원회(WGC) 추정치를 50% 웃돌며, 신규 광산 개발도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급증을 설명할 근거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보도했다.
"480~500t 생산" 공식 발표… 업계는 고개 갸웃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TASS)는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자원부 장관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러시아의 2025년 금 채굴량이 480~485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2026년에는 480~500t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채굴 전문지 '골드 앤드 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총 생산량을 약 360t으로 추산했다.
WGC는 2024년 러시아 금 채굴량을 약 330t으로 추정했고, 중국의 380.2t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했다. 독립 조사기관 메탈스 포커스(Metals Focus)는 같은 해 러시아 생산량을 345t으로 집계했다.
코즐로프 장관의 발표치는 이들 수치를 최대 50% 웃도는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자원부는 코즐로프 장관이 언급한 수치가 재생 금속을 제외한 순수 채굴량을 가리킨다고 확인했으나 추가 세부 자료 제공은 거부했다.
러시아 주요 금 채굴 기업 두 곳의 고위 임원들도 블룸버그에 이 수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식 금 생산 통계 발표를 전면 중단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가 데이터 투명성을 훼손하면서, 세계 최대 금 생산국 중 하나인 러시아를 둘러싼 정보 불투명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 보유고는 25년 만에 최저… 전쟁 재원 마련에 '금고 열어'
생산량 급증을 주장하는 러시아의 금 보유고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올 들어 금 보유량을 꾸준히 줄여, 5월 1일 기준 보유량이 7390만 온스(약 2298t)로 2022년 2월 전면 침공 개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 1월부터 4월까지 약 27.9t의 금을 매각해 40억 달러(약 6조 1320억 원) 이상의 외화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금융 분석가 나탈리아 밀차코바는 "2026년 예산 주기의 재정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깝게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이 급증하는 한 금 매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초를 기점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내 내부 거래 방식에서 벗어나 실물 금을 시장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가 모든 사회복지 지출을 웃돌기 시작하면서 국부펀드 유동 자산이 급격히 고갈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올 1~4월 금 매각량 약 27.9t은 200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으로, WGC는 이를 24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통계 전쟁'의 이면… 진실은 어디에
금 생산량 급증 주장과 보유고 급감이라는 상반된 흐름은, 러시아의 금 통계가 얼마나 불투명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메탈스 포커스는 2025년 러시아 금 생산량이 330t에서 345t으로 5% 늘었지만, 같은 기간 중국(384t)에는 여전히 뒤처진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최대 금 채굴 기업 폴류스(Polyus)의 생산이 줄었음에도 전국 각지 여러 광산의 광석 처리 확대와 성과 개선으로 전체 생산량이 소폭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정부가 생산량 수치를 전략적으로 부풀려 발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국제 금 시장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서방 제재의 경제적 타격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2년 이후 서방 시장이 막히면서 러시아는 중국을 주요 금 수출처로 삼고 있으며, 러시아 국내 금 소비량도 2024년 75.6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즐로프 장관의 발표에 대해 WGC는 2025년 공식 국가별 생산 통계를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으로, 러시아 주장의 사실 여부는 그때 가서야 일부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