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절반 '기능적 문해력' 취약… 인공지능이 감춘 '인지적 항복'과 오류 비용
재무제표에서도 포착되는 착시, IT 비용 늘고 인건비 둔화… 실질 총요소생산성 잠식
재무제표에서도 포착되는 착시, IT 비용 늘고 인건비 둔화… 실질 총요소생산성 잠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노동자 기초 문해력 부실 문제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보급으로 표면화되지 않으면서 중장기 거시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악시오스(Axios)는 지난 8일(현지시각) 수백만 명의 미국 직장인이 기본적인 읽기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AI 도구가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은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는 업무 생산성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인적 자본의 질적 저하와 이에 따른 '오류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사안은 미국 기술주와 글로벌 제조업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인적 자본의 공급망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성인 절반 '기능적 문해력' 취약… AI가 만든 '생산성 착시'
미국 성인의 기초교육 결핍은 거시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및 성인 문해력 추산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현지 성인 인구의 절반 내외가 기초 문해력 취약군에 속하며, 최대 1억 명 이상이 일상적인 기능적 문해력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성인 교육 단체 프로리터러시(ProLiteracy) 조사에서도 미국 성인 약 4300만 명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읽기, 쓰기, 기초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AI가 이러한 기술 격차를 외형적으로 감춘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노동자들이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검증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현상을 '인지적 항복'으로 규정한다. 노동자가 문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AI 도구를 활용해 문서를 작성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면서, 관리자는 직원의 실제 업무 역량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국가기술연합(National Skills Coalition)의 선임 연구원 아만다 버그슨-실콕은 과거 노동자들이 가족이나 동료에게 의존해 감추던 문해력 격차를 이제는 AI가 신속하게 대체하며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이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결국 기업 팀 단위의 실질 생산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인지적 항복'이 부른 오류 비용… 거시경제 펀더멘털 위협
단기적으로 AI는 인적 자본의 공백을 메우는 해결사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숨은 비용(hidden cost)'을 폭발시키는 부메랑이 된다. AI 결과물에 대한 노동자의 검증 실패는 생산 현장의 재작업률 증가, 규정 위반 리스크, 고객 클레임 확대로 전이된다. 이는 전통적인 단기 생산성 지표에는 즉각 반영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본과 노동 투입으로 설명되지 않는 잔여 생산성인 총요소생산성(TFP)을 심각하게 잠식하는 요인이다. 특히 이러한 오류 비용은 공식 생산성 통계에 즉각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이 가장 늦게 반응하는 리스크로 작용한다.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응용언어학 명예교수인 스티븐 레더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직장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은 노동자의 기본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도화한 능력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짚었다. 레더 교수는 AI를 계산기에 비유하며, 계산기가 수학 계산을 돕지만 풀고자 하는 문제 자체를 이해해야 하는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동자가 AI의 답변을 평가하고 오류를 잡아낼 만한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지 못하면, 기업은 예상치 못한 운영 리스크와 규정 위반 문제에 직면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AI가 오히려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을 한시적으로 끌어올려 전체 노동 공급을 확장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AI가 내놓은 결과물의 결함을 최종 스크리닝할 수 있는 인간의 인지 능력 격차는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재무제표에서도 포착되는 착시… 중장기 인건비 부담 가중 전망
이러한 생산성 착시는 이미 미국 기업들의 재무제표에서도 일부 포착된다. 최근 S&P 500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상승은 순수한 인건비 절감이 아닌, 'IT 투자 확대와 자동화 효과'에 기인한다.
실제로 기업들의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SG&A) 항목을 보면 전통적인 인건비 비중은 둔화하는 반면, AI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구독 등 IT 비용 비중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노동자의 숙련도 저하를 기업들이 IT 인프라 지출로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서구권의 고질적인 블루칼라 인력난을 AI가 외형적으로 메워주면서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중장기 관점에서는 심각한 인력 양극화와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 AI 결과물을 검증하고 고도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고숙련 노동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하위 노동자들은 단순 반복 업무에 갇혀 실질 임금이 정체될 확률이 높다.
이는 미국 내 사회적 비용 증가와 공급망 전반의 관리 부실로 이어져, 미국 기업에 투자한 국내 주주들에게 중장기 생산성 쇼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미국 경제지표를 볼 때 단순 고용률 외에 기업들의 노동생산성 변화 추이와 단위노동비용을 면밀히 대조해야 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미국 노동부 비농업 노동생산성 및 총요소생산성(TFP)이다. AI 도입이 실제 기업의 시간당 산출량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있는지 인지적 항복에 따른 착시 효과를 걷어내고 검증하는 핵심 지표다.
둘째, 구인·이직 보고서(JOLTS) 내 고숙련 직무 구인율(High-skill Vacancy Rate)도 봐야 한다. AI 결과물을 검증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의 구인난이 얼마나 심화하고 있는지 파악하여 기업의 잠재적 인건비 압박을 측정한다.
셋째, 분기별 단위노동비용(ULC) 변동률이다. 저숙련 노동자의 오류 비용과 고숙련 인력 유치를 위한 임금 인플레이션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실질 지출 부담을 직접 보여준다.
넷째, S&P 500 주요 기업의 판매관리비(SG&A) 내 IT/소프트웨어 비용 추이다. 인간 노동력의 숙련도 결함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이 지불하는 고정성 구독 비용이 마진율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추적하는 지표다.
미국 노동시장의 '보이지 않는 문맹' 리스크는 AI라는 화려한 포장지에 가려진 구조적 약점이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세에 취하기보다 기업의 실질 펀더멘털을 좌우할 인적 자본의 질적 변화를 추적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의 높은 마진이 구조적 효율이 아닌 AI 보조에 의존한 착시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