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객 확보 경쟁 격화…AI 사용료 핵심인 토큰 가격 낮춰 수요 방어 나설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오픈AI가 경쟁사 앤스로픽과의 기업 고객 확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사용료 산정의 핵심 단위인 토큰 가격을 낮춰 고객 이탈을 막고 기업용 AI 시장에서 앤스로픽의 추격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가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AI 서비스 가격을 크게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논의는 아직 유동적이며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인하 검토는 앤스로픽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기업 고객을 상대로 AI 도구와 모델 사용 서비스를 판매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최근 기업 고객 사이에서는 AI 사용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한 행사에서 “비용 문제가 엄청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적은 지출로 더 많은 가치를 얻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 토큰 가격 인하, 수익성엔 부담
AI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텍스트와 코드 등을 처리하는 기본 단위인 토큰을 기준으로 사용료를 부과한다. 이용자가 더 많은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AI가 더 긴 답변과 작업 결과를 생성할수록 더 많은 토큰이 소모되고 기업 고객의 청구액도 커진다.
오픈AI가 토큰 가격을 대폭 낮추면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AI 사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코딩, 문서 작성, 고객 응대 자동화, 사내 업무 보조 등에 AI를 폭넓게 도입한 기업들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 인하는 오픈AI와 앤스로픽 모두의 수익성을 압박할 수도 있다. 두 회사는 AI 모델이 질문을 처리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 비용 때문에 이미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앤스로픽, 클로드 코드 흥행으로 급부상
오픈AI가 가격 인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앤스로픽의 빠른 성장도 있다. 앤스로픽은 최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창업 5년차인 앤스로픽은 최근 기업가치에서 처음으로 오픈AI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이에 맞서 자체 코딩 도구 코덱스를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기업용 AI 시장에서 코딩 도구는 특히 중요한 전장으로 떠올랐다.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거나 수정하고, 오류를 찾고, 소프트웨어 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에 AI를 활용하면서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고객 사이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AI 코딩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실제 생산성 개선이 고객이 체감할 새 기능이나 수익 증가로 이어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기업들, AI 지출 통제 움직임
WSJ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앤스로픽 제품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지출한 뒤 비용 통제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우버의 한 임원은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 사용 예산을 이미 2026년 한도까지 소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 AI 코딩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새 고객 기능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실리콘밸리 안에서 ‘토큰맥싱’ 논쟁을 촉발했다. 토큰맥싱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토큰을 사용하는 관행을 가리킨다. 그러나 사용량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투자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도구가 업무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AI를 많이 쓸수록 청구액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사용량 관리와 비용 통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가격 인하는 이런 기업들의 부담을 낮춰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동시에 오픈AI와 앤스로픽 사이의 가격 경쟁을 본격화해 AI 서비스 시장 전반의 단가를 낮추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 상장 앞둔 AI 기업 모델 첫 시험
가격 전쟁은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상장을 앞두고 맞는 초기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두 회사는 새로운 AI 제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위험은 두 회사 제품이 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업 고객이 오픈AI 제품에서 앤스로픽 제품으로, 또는 반대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면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제품 차별화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기업 고객은 성능뿐 아니라 비용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오픈AI는 이번 주 초 비공개로 기업공개(IPO)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앤스로픽도 앞서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올트먼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슬랙 메시지에서 회사가 “내년 안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AI는 비공개 상장 신청 관련 입장에서 민간기업으로 있을 때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의 가격 경쟁은 단순한 할인 경쟁을 넘어 AI 산업의 수익 구조를 가늠하는 시험이 될 전망이다. 기업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가격을 낮출수록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커진다.
AI 기업들이 성장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향후 상장 과정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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