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다시 열리면 '걸프 곡물 수요' 몰린다

글로벌이코노믹

호르무즈 다시 열리면 '걸프 곡물 수요' 몰린다

이란 전쟁 뒤 우회 운송에 수입 급감…재고 보충 수요와 항만 병목 동시 부각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면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밀린 곡물 수입 수요와 항만 물류 정상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커지면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밀린 곡물 수입 수요와 항만 물류 정상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과 이란의 임시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걸프 지역의 곡물 수입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란 전쟁 이후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걸프 국가들은 더 길고 비효율적인 우회로에 의존해왔고 그 결과 곡물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이란의 임시 합의가 수개월간 이어진 전쟁을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재개방할 경우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밀린 곡물 수입 수요가 한꺼번에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 아니라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교역에서도 핵심 통로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이란을 겨냥한 첫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닫히면서 지역 곡물 흐름은 크게 바뀌었다. 수입업체들은 해협 밖 항만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들 항만은 곡물 화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사일로 등 전문 설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 식량 90% 수입 의존하는 걸프


걸프 지역은 세계에서 식량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전체 식량 소비의 약 90%를 해외 공급에 의존한다.

이란은 세계 최대 대두박 수입국 중 하나이며 브라질산 옥수수의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제벨알리, 사우디아라비아의 담맘, 이란의 반다르이맘호메이니 등 주요 곡물 수입 거점은 모두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있다.

해협 폐쇄로 이들 항만 접근이 제한되자 수입 흐름은 크게 위축됐다. 원자재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걸프 지역 전체 곡물 수입은 94만2000t에 그쳤다. 이는 1년 전보다 50%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대체 항로가 기존 호르무즈 경유 물량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곡물은 벌크선으로 운송된 뒤 항만의 전문 저장·하역 설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항구로 돌린다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 벌크선 하루 20척서 3척 수준으로


알렉시스 엘렌더 케이플러 건화물 수석 애널리스트는 "곡물 처리에는 사일로 같은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며 “결국 중동 걸프 지역 항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걸프 안팎을 오가는 선박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하루 건화물선 3척 정도”라며 “평소라면 20척을 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운송량이 크게 줄면서 지역 내 식량 수입업체들은 재고를 충분히 보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면 그동안 미뤄진 곡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루이자 폴리스 클락슨 건화물 분석 책임자는 “이 지역은 재고를 다시 채우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재개방돼도 단기 혼잡 불가피


다만 호르무즈 재개방이 곧바로 물류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해협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이 많이 쌓여 있어 단기적으로는 해운과 항만 네트워크 전반에 병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스는 “정리해야 할 물류 문제가 많다”며 “시장에는 상당한 비효율이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재개방은 걸프 곡물 수입 회복의 출발점이지만 수개월간 꼬인 항로와 항만 처리 능력을 정상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곡물 수입 거점 항만에 선박이 몰리면 하역 지연과 운임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블룸버그 보도는 해협 폐쇄가 원유뿐 아니라 식량 수입과 곡물 물류에도 큰 충격을 줬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란의 임시 합의가 이행되면 걸프 지역의 곡물 수입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밀린 수요와 항만 혼잡이 겹치면서 단기적으로는 곡물 운송 시장의 불안정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