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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에 1081억원 넣은 체리…한국 교두보·미래사업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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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에 1081억원 넣은 체리…한국 교두보·미래사업 노림수

표면금리 0% CB, 전환 땐 16.22%…수익보다 전략 결속
SE10·후속 차종 공동개발…직접 진출보다 협력 우선
그랜드 하얏트에서 지난 2일 열린 'KGM–체리자동차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계약서 서명 후 장귀빙 체리자동차 사장(왼쪽부터),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곽재선 KGM 회장, 황기영 KGM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그랜드 하얏트에서 지난 2일 열린 'KGM–체리자동차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계약서 서명 후 장귀빙 체리자동차 사장(왼쪽부터), 인퉁웨 체리자동차 회장,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곽재선 KGM 회장, 황기영 KGM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중국 체리자동차의 1081억원 투자는 KG모빌리티(KGM)에 신차 개발 시간과 자금을 공급하는 동시에 체리에 한국의 개발·판매 기반을 활용할 통로를 열어주는 거래다. 플랫폼을 매개로 협력해 온 양사 관계가 자본으로 묶이면서 KGM은 체리의 기술과 규모를, 체리는 KGM의 브랜드와 시장 경험을 활용하는 장기 동맹의 틀을 갖추게 됐다.

3일 KGM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75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체리자동차의 홍콩 계열사가 KGM이 발행하는 1081억4250만원 규모의 3년 만기 사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1%로 단순 이자 수익을 겨냥한 재무적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KGM이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KG에코솔루션이 미상환 원금과 이자를 연대보증해 투자 위험도 보완했다.

전환가액은 주당 2760원이다. 전량 주식으로 바뀌면 3918만2065주가 새로 발행돼 공시상 전환 후 주식 총수의 16.22%에 해당한다. KGM은 이번 투자가 경영권이나 경영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체리는 향후 주요 주주가 될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했다. 양사가 신차 한두 종의 협업을 넘어 이해관계를 장기간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KGM에는 당장 신차 개발에 투입할 실탄과 플랫폼이 생긴다. 조달 자금은 신차와 미래차 기술, 생산·품질 경쟁력, 글로벌 사업에 투입된다. 독자 플랫폼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제품군을 빠르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직접적인 효과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280만여대를 판매하고 134만여대를 수출한 체리의 규모도 KGM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체리는 23년 연속 중국 승용차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KGM은 개발 속도, 체리는 한국시장 경험


양사 협력의 첫 결과물인 프로젝트 'SE10'은 체리의 T2X 플랫폼을 활용한 중형(D+세그먼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2.0리터(L) 가솔린 모델로 구성된다. KGM은 지난 2일 간담회에서 SE10을 중국 판매차 그대로 들여오는 방식이 아니라 내·외장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춰 개발해 내년 1월 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차종으로 협력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파생 모델과 대중형 C세그먼트 신차가 검토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을 겨냥한 두 번째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현지 법규와 안전기준, 고객 요구를 상품기획 단계부터 반영해 특정 지역에 묶이지 않는 전략차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체리가 얻는 것은 KGM이 확보하는 개발비와 시간 못지않다. 한국은 품질과 상품성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고 기존 완성차의 판매·서비스망이 촘촘해 해외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진입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체리는 KGM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대규모 판매망을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자사 플랫폼과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국내 수용성을 확인할 수 있다. KGM의 상품기획과 디자인, 차량 개발 노하우를 결합하면 중국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경계와 현지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체리 측은 간담회에서 한국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 직접 진출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KGM과의 협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체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KGM을 통해 기술과 제품을 검증하고 시장 반응을 살피는 단계적 접근으로 읽힌다.

생산망 공유 가능성…확정되지 않은 과제도


협력의 무대는 한국에 머물지 않는다. 양사는 해외 생산시설과 공급망,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서로 활용하고 사업성이 확인된 전략시장에는 생산·사업 거점 공동투자도 검토하기로 했다. 체리 측은 간담회에서 해외 생산능력 공유 역시 협력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차종이나 생산 물량, 지역은 제시하지 않았다.

자동차 밖에서는 로봇과 반도체를 비롯해 원자재와 철강 분야까지 협력 가능성이 거론됐다. 차량용 반도체 공동투자·개발과 공동 연구·실증, 사업화를 검토하고 분야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실행 과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신차 기술에서는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반 E/E 아키텍처까지 협력 범위를 넓힌다. 자동차와 소재 사업을 함께 보유한 KG그룹과 체리의 공급망이 맞물리면 협력 범위가 차량 공동개발보다 넓어질 수 있다.

다만 두 번째 공동개발 차종의 사양과 생산·판매 지역, 역할 분담은 아직 협의 단계다. 해외 생산거점 공동투자 역시 가능성을 확인하기로 한 수준이다. 체리 플랫폼을 활용한 차종이 늘어날수록 KGM이 고유한 디자인과 주행 특성, 개발 주도권을 얼마나 지킬지도 과제가 된다. CB가 전환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고, 체리의 한국 직접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의 파트너가 잠재적 경쟁자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투자의 성패는 1081억원 자체보다 양사가 서로의 빈틈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달렸다. KGM이 체리의 규모와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과 개발 역량을 지키고, 체리가 KGM을 일시적인 한국시장 통로가 아닌 공동개발·생산 파트너로 대우할 때 자본 결속의 의미도 완성될 수 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