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서버 수요 폭발에 범용 부품 공급 절벽…'낮은 수익성·제한된 증설'이 낳은 병목
삼성전기 등 상위사 고부가 시장 독식…중소 OEM·가전업계 원가 폭탄 비상
삼성전기 등 상위사 고부가 시장 독식…중소 OEM·가전업계 원가 폭탄 비상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하드웨어 투자 열풍이 고성능 주문형반도체(ASIC)를 넘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같은 기초 범용 부품의 공급 절벽으로 번지고 있다.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는 19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범용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급망 충격은 첨단 칩에 가려져 있던 성숙 공정 부품들이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병목 원인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서버 수요가 폭발하자 전원 공급과 신호 보조를 담당하는 레거시 부품 수요가 동반 급증했다. 반면 이들 부품은 수익성이 낮은 성숙 공정 기반이라 제조사들의 증설 투자가 극히 제한되어 왔다. 결국 폭발적인 전방 수요와 경직된 공급 탄력성이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과 납기 지연이라는 극단적인 병목현상을 낳았다.
이미지 확대보기고신뢰성 소재와 레거시 노드의 기술적 병목
부품별 수급난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보면 MLCC와 MCU의 특성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소재·부품 영역인 MLCC는 과점화된 시장 구조 속에서 기술 진입 장벽이 수급을 가로막는다. 인공지능 서버용 MLCC는 내부 적층 수를 극한으로 늘리고 유전체를 미세화해야 해 생산 난이도가 급증하는 데다, 높은 고온·고전압 신뢰성 기준을 충족해야 해 공급 확대가 까다롭다.
반면 설계와 파운드리 분업 구조인 MCU의 공급 병목은 철저히 공정 캐파(생산능력)의 문제다. 차량용·산업용 레거시 MCU는 안정성 검증 문제로 40나노미터(nm) 이상의 기존 공정을 고수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가 수익성이 높은 첨단 노드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레거시 노드의 생산 우선순위는 갈수록 뒤로 밀리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계층별 파급 경로와 리드타임 급증
이러한 가격 상승의 파급 경로는 IT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며 계층별 타격을 입히고 있다. 빅테크와 서버 제조업체들이 고부가 부품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전반적인 부품 공급망의 내부 비용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대량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와 가전·산업용 기기 제조사들은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으며 마진 축소 압박에 직면했다. 복수의 부품 유통사 및 채널에 따르면 이미 일부 범용 부품의 리드타임(주문부터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12주에서 20주 이상으로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부품 수급 동향을 분석하며 한·일 주요 부품사의 주문 대비 출하 비율(Book-to-bill, 주문 증가 속도가 출하를 상회하는지 보여주는 선행 지표)이 지난 4월부터 매달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수급 긴장감은 오는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메타의 자체 ASIC 양산 타이밍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서버 출하 시기가 이 시점에 집중적으로 몰려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통제력에 따른 투자 희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부품 공급망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 진단한다. 공급 제약을 통제할 수 있는 글로벌 최상위 부품사로 시장의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공급 타이트 지표와 기업군별 손익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우선 공급 타이트 지표로는 주요 부품사의 주문 대비 출하 비율과 주 단위로 변동성이 큰 MLCC 리드타임 변화 추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해야 한다.
수혜 기업군으로는 고부가 서버용 MLCC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대표적이며, 레거시 MCU 공급 부족의 반사이익을 얻을 대만·중국 설계사와 UMC, SMIC 등 성숙 공정 파운드리 업체들이 꼽힌다.
반면 리스크 기업군으로는 구매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 OEM과 가전·산업 장비 업체, 그리고 부가가치가 낮은 저가 MLCC 의존도가 높아 원가 쇼크의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큰 후발 제조사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