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기 맞먹는 1GW급 시설… 美 주요 테크 기업과 중서부 지역 공동 개발 착수
美 전력망 마비 피해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로 직접 전력 공급하는 ‘오프그리드’ 방식 채택
빅테크 ‘빅4’, AI 인프라에만 7,250억 달러 투입… 전력난에 ‘가스 발전’ 구원투수 부상
美 전력망 마비 피해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로 직접 전력 공급하는 ‘오프그리드’ 방식 채택
빅테크 ‘빅4’, AI 인프라에만 7,250억 달러 투입… 전력난에 ‘가스 발전’ 구원투수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폭주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목줄을 쥐고 흔들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의 핵심 거물로 부상하겠다는 대담한 승부수다.
2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의 합작사인 일본 최대 산유·발전 기업 제라는 미국 내 ‘공동 위치(Co-location)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다이렉트로 공급하기 위해 총 5,000억 엔(약 4조 7,600억 원)을 투입해 대형 가스 화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일본 전력회사가 미국 현지에서 데이터센터 전 전용 발전소를 공동 개발해 직접 이식하는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고성능 GPU 먹여 살릴 ‘1GW 전력 괴물’… 10년 걸리는 전력망 패싱하고 ‘오프그리드’ 직결
이번에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는 천문학적인 매개변수를 처리해야 하는 차세대 거대언어모델(LLM) 훈련 및 추론 전용 시설로 기획됐다. 인프라 전체 투자 규모만 수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완공 시 미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규모의 인공지능 컴퓨팅 콤플렉스 중 하나로 군림하게 된다.
AI 연산의 심장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칩들은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수십 배 이상의 가혹한 전력을 밤낮없이 소모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저부하(지속 전력) 공급이 좌우된다.
제라는 그동안 일본 전역에서 대규모 화력 발전소를 개발·관리하며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가스터빈 운영 노하우를 미국 현지에 고스란히 이식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가스 화력 발전소를 현지에서 운영할 경우 원천 원가와 연료 조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최적의 경제성을 보장받는다.
특히 테크 업계가 제라의 이번 행보에서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공공 전력망을 거치지 않는 고도의 ‘오프그리드(Off-grid·독립형 전력 공급)’ 직결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로 인해 기존 공공 송전망과 전력망 인터커넥션(연결 큐)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발전소를 지어 전력망에 연계하는 데만 보통 10년 이상의 극심한 행정 지연이 소요된다.
제라는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로 초고압 전력을 다이렉트로 꽂아주는 Behind-the-meter 시스템을 가동해 이 같은 수년의 대기 시간을 완벽히 패싱(우회)했으며,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력 손실률까지 제로화하는 데 성공했다.
빅테크 올해만 7,250억 달러 쏟아붓는다… 소프트뱅크·오픈AI ‘스타게이트’와 정면 대결
미국 기술 공룡들의 AI 인프라 유치 전쟁은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력으로 전개되고 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빅 포(Big Four)’ 테크 기업들이 가혹한 전력 소비 리스크 속에서도 올해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에 쏟아붓는 총합산 투자 금액은 무려 7,250억 달러(약 1,115조 원)라는 가공할 만한 액수에 달한다.
S&P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빅테크가 운영하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수요는 오는 2030년 134.4GW로 치솟아 2024년 대비 무려 2.7배 이상 폭발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미 육상 데이터센터의 목줄을 쥐기 위한 전력 인프라 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대한 블루오션이 됐다.
이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과 샘 올트먼의 오픈AI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공동투자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Stargate)’를 가동, 텍사스 유전 지대에 자체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를 선제적으로 건설하며 포문을 열어젖힌 바 있다.
제라는 일본 자본의 소프트파워와 축적된 자원 조달력을 무기로 이 서방의 동맹 구도에 정면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일·미 무역 협정 우회한 ‘조용한 기여’… 탄소 배출 규제 맞서 친환경 암모니아 전환 검토
정치·외교적 아키텍처 측면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는 고도의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앞서 일본 정부는 미국 대선 정국 속에서 가혹한 지정학적 보복 관세와 통상 압박을 피하기 위해, 미국의 핵심 내수 산업에 총 5,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는 이른바 ‘2025 일·미 경제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제라의 이번 30억 달러 데이터센터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해당 정부 간 공식 협정 범주의 바깥에서 민간 독자 노선으로 실행되는 비즈니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 자본이 미국의 미래 핵심 안보 인프라인 AI 컴퓨팅 핏줄에 직접 기여하고 있음을 워싱턴 지도부에 노골적으로 각인시키는 든든한 외교적 방호벽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물론 대규모 천연가스 터빈 가동에 따른 이산화탄소(CO2) 및 메탄 배출량 증가는 미국 내 환경운동가들과 지역 사회의 강렬한 반발과 소송 리스크(미시시피 xAI 천연가스 발전소 스캔들 등)를 자극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제라는 미국의 탄소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자사가 전 세계 LNG 유통량의 10%를 쥐고 흔드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십분 활용하기로 했다.
제라는 루이지애나 청정 암모니아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할 저탄소 연료 기술을 응용, 오는 2030년경부터 미 중서부 신설 발전소에 수소 및 암모니아를 천연가스와 함께 섞어 태우는 ‘친환경 혼소 화력 발전’ 시스템으로의 순차적 업그레이드 전환을 정밀하게 검토 중이다.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고션)의 파산 소송 전이나 G7의 중요 광물 동맹 가동 등 미·중 테크 냉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 세계 인공지능 두뇌를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일본 시골 영토의 정밀 세라믹 가마 기술(토토 1나노 정전기 척)과 오프그리드 가스 발전소의 핏줄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다극화 무역 시대의 기묘한 역설이 깊어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