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합의로 제트유 가격 급락…항공권 인하보다 수익성 회복에 무게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의 평화 합의로 국제유가와 항공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 항공사들이 연간 400억달러(약 61조5000억원)가 넘는 연료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항공사들이 이 혜택을 항공권 가격 인하로 곧바로 돌리기보다는 재무구조 안정과 수익성 회복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 이후 브렌트유와 제트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미국 항공업계의 연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전날 기준 배럴당 79.22달러(약 12만2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과 60일 협상에 합의한 뒤 배럴당 약 20달러(약 3만1000원) 낮아진 수준이다.
제트유 현물 가격도 갤런당 2.85달러(약 4400원)로 떨어졌다. 앞서 제트유 가격은 갤런당 4.88달러(약 7500원)까지 치솟았다. 항공유는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인건비와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 연료비 충격 완화
유가 급락은 올해 항공사 실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란 전쟁 기간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사들은 급격한 비용 압박을 받아왔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제트유 가격이 1월부터 5월까지 항공권 가격보다 세 배 빠른 속도로 올랐고 이 과정에서 항공사들이 약 1000억달러(약 153조8000억원)의 추가 연료비 부담을 떠안았다고 전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앞서 폭등한 연료비 때문에 올해 전 세계 항공업계 순이익이 230억달러(약 35조4000억원)로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항공권 인하는 제한적 전망
연료비가 낮아졌다고 해서 항공권 가격이 곧바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과거 유가 하락기에는 항공사들이 좌석 공급을 늘리면서 운임 경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시장 여건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우선 공항 수용 능력이 빠듯하다. 주요 공항의 슬롯과 터미널 여력이 제한돼 있어 항공사들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운항을 늘리기 어렵다. 항공기 인도 지연도 공급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 글로벌 항공기 주문잔고는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실제 인도는 과거 정점보다 약 30% 뒤처져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체력도 예전보다 약하다. 유가 급등과 금리 부담, 항공기 확보난이 겹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이 공격적으로 운임을 낮추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대형 항공사들도 굳이 요금 인하 경쟁에 뛰어들 필요성이 줄었다.
레이먼드제임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여행 일주일 전 예약한 미국 국내선 평균 항공권 가격은 전주보다 9%, 1년 전보다 34.1% 높았다. 항공권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연료비 절감분을 소비자에게 바로 돌려줄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 좌석 공급도 제자리
미국 국내선 공급도 제한적이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 항공사들의 3분기 좌석 공급이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는 전쟁 전 예상치였던 4.6% 증가에서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좌석 공급이 거의 늘지 않으면 항공권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운임을 낮추기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회복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이번 유가 하락은 항공사 재무제표에는 분명한 호재다. 연료비 절감은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고 고유가 기간 쌓인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휘발유 가격 하락과 달리 항공권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전쟁 비용 회수 나선 항공사
항공사들은 올해 초부터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충격을 겪었다. 연료비가 급등하자 일부 항공사는 노선 조정과 운항 축소, 비용 절감에 나섰다. 높은 제트유 가격은 특히 저비용항공사와 재무 여력이 약한 항공사에 더 큰 부담이 됐다.
이제 유가가 내려가면서 항공업계는 손실 만회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당장 운임을 낮추기보다 그동안의 연료비 충격을 메우고 재무 안정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결국 유가 급락은 미국 항공업계에 400억달러가 넘는 비용 절감 효과를 안겨줄 수 있지만 승객이 곧바로 싼 항공권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낮아진 제트유 가격이 항공권 가격에 반영되려면 유가 안정이 장기간 이어지고 항공기 인도와 공항 수용 능력 문제가 풀리며, 항공사 간 운임 경쟁이 다시 살아나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