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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무서운 카니 총리…120兆 잠수함으로 '경제 방어벽'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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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무서운 카니 총리…120兆 잠수함으로 '경제 방어벽' 세운다

한화오션 '장갑차 공장' TKMS '광물 동맹' 극한까지 짜내며 자동차·철강 막판 투자 압박
韓 대통령 "판세 읽기 힘들어 낙관 금물"…탈락국과 외교 균열 수습이 최우선 과제
지난 5월 25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콰이몰트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대한민국 해군의 KSS-III급 도산안창호함의 모습. 한국 한화오션은 실물 잠수함의 우수한 성능과 파격적인 현지 방산 공장 설립 카드로 독일 TKMS와 122조 원 규모의 수주전 막판 스퍼트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25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콰이몰트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대한민국 해군의 KSS-III급 도산안창호함의 모습. 한국 한화오션은 실물 잠수함의 우수한 성능과 파격적인 현지 방산 공장 설립 카드로 독일 TKMS와 122조 원 규모의 수주전 막판 스퍼트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대 12척, 후속 군수지원과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해 무려 1200억 캐나다 달러(약 120조 원·8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캐나다 해군 사상 최대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전례 없는 ‘지정학적 무역 전쟁’의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이번 초대형 국방 사업을 단순한 무기 획득을 넘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설 경제적 방어벽으로 활용하면서, 한국과 독일 두 후보국을 극한까지 쥐어짜는(Squeeze)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Bloomberg) 통신은 24일(현지 시각) 분석 기사를 통해 이번 잠수함 도입 결정이 카니 총리에게 향후 75년간의 국가 안보 노선과 외교·경제 파트너십을 결정지을 거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임 쥐스탱 트뤼도 정부의 방만한 국방 정책에서 벗어나 나토(NATO)의 국방비 지출 기준인 GDP 대비 2% 목표를 조기 달성하려는 카니 총리는, 이 막대한 방산 예산을 캐나다 국내의 투자 유치, 제조업 활성화, 첨단 기술 일자리 창출로 치환하겠다는 계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관세 방어책 된 잠수함


카니 내각이 한국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를 상대로 요구하는 핵심 조건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한 관세 보복 피해를 상쇄할 수 있는 '경제적 상쇄 조건(Sweeteners)'이다. 멜라니 졸리 혁신과학산업부 장관이 "잠수함 도입과 연계된 자동차 분야 공장을 원한다"고 공개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이미 한국 해군에서 실전 운용 중인 'KSS-III'를 앞세워 2035년까지 4척 인도를 공언한 한화오션은 "계약 성사 시 캐나다 현지에 군용 장갑차 생산 공장을 짓겠다"며 파격적인 카드로 화답했다. 나아가 현대자동차와 연계한 수소 네트워크 구축 및 알고마 스틸(Algoma Steel)과의 원자재 공급망 협력까지 묶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반면,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212CD형'을 내세운 TKMS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직접 오타와를 방문해 나토 동맹국 간의 긴밀한 상호운용성과 유럽 연대를 강조하며 조용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독일-노르웨이 연합팀은 자국 잠수함 1척을 캐나다에 선제 인도해 2036년까지 4척의 인도 시한을 맞추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캐나다의 핵심 광물 공급망 확충을 위해 'E3 리튬' 등 현지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캐나다 대형 조선소인 시스판(Seaspan), 항공 시뮬레이션 기업 CAE 등과 촘촘한 현지 정비 동맹을 맺으며 내실을 다졌다.

정상간 막후 외교전 최고조


두 국가의 제안이 캐나다의 자동차 및 철강 산업을 겨냥한 역대급 규모로 고도화되면서, 국가 정상들 간의 막후 외교전도 최고조에 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카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번 잠수함 조달 건을 직접 논의했으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결과를 가늠하기(gauge) 힘들다"라며 "전반적으로 기대감은 상당히 높지만 쉽게 낙관하기는 어렵고, 현 판세를 명확히 읽어내기가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토로하며 수주전의 치열한 교착 상태를 전했다. 반면 독일 정부 측은 피스토리우스 장관의 강력한 로비가 빛을 발해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세가 안개 속으로 흐르자 캐나다 정가 일각에서는 대서양 해안(동부)에는 독일 잠수함을, 태평양 해안(서부)에는 한국 잠수함을 분할 배치하는 '절충형 분할 발주'라는 대안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카니 총리를 비롯한 국방부 고위 관료들은 이 방식이 군수 정비의 복잡성과 천문학적인 비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필립 라가세 칼턴대 부교수는 "한국이 이기면 세계 무대에서 메이저 잠수함 수출국으로 우뚝 서는 역사적 사건이 되겠지만, 이미 나토 결속력이 단단한 독일에 비해 상업적 리스크가 크다"고 평했다. 롤랜드 파리스 오타와대 교수는 "어느 쪽이 승리하든 탈락한 국가와의 심각한 외교적 균열을 봉합하는 '외교적 수리 작전(diplomatic repair)'이 카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면이 바다임에도 현재 단 1척의 잠수함만 작전 가능 상태인 캐나다가 아시아의 떠오르는 방산 강국(한국)과 오랜 북대서양 안보 동맹(독일) 사이에서 내릴 세기의 결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