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싱가포르 선박 드론 공격… 유엔 대피 작전 전면 중단
브렌트유 1.9% 반등… 한국 원유 수입 95% 통과하는 해협 불안 재점화
브렌트유 1.9% 반등… 한국 원유 수입 95% 통과하는 해협 불안 재점화
이미지 확대보기유엔 국제해사기구(IMO)는 25일(현지시각) 억류 선박 대피 작전을 즉각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국제 유가는 피격 소식이 전해지자 1.9% 반등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복수의 외신은 25일(현지시각) 미국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란 혁명수비대가 오만 항구 다히트 남동쪽 약 13.9㎞(7.5해리) 해상에서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Ever Lovely)'에 드론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해군 해상무역작전센터(UKMTO)는 선박 우현 선교(bridge) 부분에 피해가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와 환경 오염은 없다고 확인했다.
"안전 보장 전제 무너졌다"… IMO, 대피 작전 긴급 중단
에버 러블리는 이라크 움 카스르항에서 화물을 싣고 싱가포르로 향하던 선박으로, 100일 넘게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다가 IMO 지정 오만 해안 항로를 따라 탈출을 시도하던 중 피격됐다.
에버 러블리를 운용하는 에버그린 마린 아시아(싱가포르)는 현재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피격 선박은 IMO 대피 프로그램 소속이 아니었다"면서도 "선원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대피 계획에 포함된 선박들의 안전 보장이 유효한지 재확인하기 위해 작전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피 작전은 지난 23일 시작된 것으로, 미국·이란·오만과 연안국들이 협력해 페르시아만 억류 선박 600여 척과 선원 1만 1000여 명 이상을 두 개 항로로 이송하는 계획이었다. IMO는 대피 작전 개시 불과 수시간 전 기자 브리핑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해사 정보 분석 업체 빔코(BIMCO)의 야코브 라르센 안전보안 책임자는 "이번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선박 대피와 항로 재개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사건"이라며 "일부 통항은 계속 이뤄질 수 있겠지만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루비오 경고 당일 도발… GCC 공동성명 발표 수시간 만에 현실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바레인에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무장관들과 회담을 마친 뒤 "이란이 해협 통항을 위협하거나 막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CC와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어떠한 통행료나 수수료, 통제 시도도 없는 자유롭고 무조건적인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 수시간 만에 에버 러블리가 피격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IMO가 지정한 남부 항로를 이용하려는 유조선 3척에게 회항을 명령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란의 승인 없는 항로를 통한 통항은 용납할 수 없고 완전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해사 정보 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이날 5척의 선박이 방향을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또 "이란의 페르시아만 해협청(Persian Gulf Strait Authority) 승인 항로를 벗어난 선박에는 보험 적용과 안전 통항 보장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공식 천명했다.
이 사태의 핵심 쟁점은 항로 주도권이다. 오만은 IMO와 협력해 오만 해안을 따르는 남부 항로를 독자 개설했으나, 이란은 협의 없이 공표된 항로라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프로젝트 디렉터 알리 바에즈는 알자지라에 "혁명수비대가 곧 이란 국가다. 양자를 구분할 수 없다"며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기 시작한다면 양해각서(MOU)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유가 반등·협상 불확실성 재점화… 韓 에너지 시장도 촉각
이번 공격 직후 브렌트유(국제 원유 기준가) 선물은 1.9% 오른 배럴당 75달러 안팎까지 반등했다. 공격 직전 브렌트유는 장중 72달러 24센트까지 떨어져 전쟁 발발 전 수준(66달러대)에 근접한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발발 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전쟁 전 하루 평균 110~140척이 통항했으나, 해운 분석 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피격 전날인 24일에도 70척 수준에 그쳐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95%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흐름 불안이 에너지 비용 전반에 연쇄 파급될 수 있다.
한편 이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케르 갈리바프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가 동결 해제 자산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에 쓰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공개 부인했다.
미·이란 양측은 동결 자산 사용처, 이란 핵 사찰 범위, 레바논 내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중단 등 굵직한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ICG의 바에즈 디렉터는 "이란 측은 60일 내 포괄적 합의 달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면 협상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합의 전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다"고 경고했다.
오는 30일 재개 예정인 전문가급 실무 협상에서 이들 쟁점을 다루게 돼 있으나, 이번 피격 사건은 협상 환경을 한층 험악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