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M-R 부품 40% 중국산…EU 강제 배제 법안 추진
노키아·에릭슨 대체 수요…韓 통신장비株 주목
노키아·에릭슨 대체 수요…韓 통신장비株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독일 국영 철도 도이체반(Deutsche Bahn)의 디지털 열차 무선망에서 화웨이(Huawei) 부품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지난 23일(현지시각) 발생한 전국 단위 운행 중단 사태를 계기로 독일 여야 안보 전문가들이 중국 기업 부품의 즉각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 일간지 아우크스부르거 알게마이네(Augsburger Allgemeine)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른 사보타주(sabotage·파괴 공작)나 스파이 활동이 현실화할 경우 나토(NATO) 핵심 물류망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40% 화웨이 부품, 2033년까지 유지보수 계약 유지
문제의 핵심은 GSM-R(철도용 이동통신 시스템)이다. 2G 이동통신 규격을 철도 전용으로 개조한 이 시스템은 기관사와 관제소 간 음성 통화, 긴급 호출, 열차 제어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사실상 열차 운행의 신경망이다. GSM-R 연결이 끊기면 독일 전역의 열차가 전부 서야 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 2023년 원내 의원들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도이체반 접속망 부품의 40%가 화웨이 제품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2015년부터 지멘스 컨버전스 크리에이터스(Siemens Convergence Creators)와 화웨이 컨소시엄, 그리고 노키아 네트웍스가 1억 1000만 유로(약 1925억 원) 규모의 현대화 계약을 맺고 GSM-R 기지국 3300여 개와 제어 장치 40개가량을 교체했다.
이 계약에는 시설 유지보수 의무가 포함돼 있으며, 그 기간은 2033년까지다. 2024년 독일 정부가 공공 5G 이동통신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할 때도 철도망은 이 조치에서 제외됐다.
지난 23일 자정 무렵 GSM-R 핵심 부품 유지보수 작업 중 오류가 발생하면서 관제소와 기관사 간 무선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도이체반은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나 통신 두절 자체만으로 독일 전역의 여객·화물 열차가 수 시간 동안 멈춰섰고, 수만 명의 승객이 역사와 철로에 발이 묶였다. 이 같은 전국 동시 운행 중단은 극히 이례적인 사태로 평가된다.
CDU·녹색당 동시 요구…"중국 업체 전면 배제 늦었다"
이번 사태는 독일 의회 내 안보 논쟁을 즉각 촉발했다. 기독민주당(CDU) 안보 전문가 로데리히 키제베터(Roderich Kiesewetter) 의원은 "중국 기업 모두의 부품을 핵심 인프라와 안보 관련 시설에 설치·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며, 이 조치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밝혔다.
키제베터 의원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신뢰 불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국가 협력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핵심 인프라의 취약점을 평시에 미리 파악해뒀다가 사보타주, 영향력 행사, 협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 정보 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인 녹색당 콘스탄틴 폰 노츠(Konstantin von Notz) 의원도 같은 날 "도이체반 시스템에는 우리의 핵심 인프라를 의도적으로 염탐하고 반복적으로 파괴 공작을 펼치는 국가들의 부품이 지금 이 순간에도 가동 중"이라며 "연방정부와 철도 당국은 즉각 시정에 나서야 하며, 이 문제는 수차례 지적해왔다"고 말했다.
키제베터 의원은 안보 위협이 평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독일은 나토의 물류 허브"라며 "유사시 발트해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병력과 물자는 독일 철도를 통해 전선으로 이동하고, 부상자는 독일 후방 병원으로 후송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독일 철도망에 대한 접근·통제 가능성을 쥐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토 전체의 전략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U, 중국 통신장비 퇴출 입법 추진…대안은 노키아·에릭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미 독일을 비롯한 회원국들이 특정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를 강제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방안에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가 사실상 겨냥돼 있다.
노키아나 에릭슨 같은 기존 유럽 공급업체들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계적 이전과 병행 테스트 환경 구축을 통해 기술적으로는 전환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2025년 액센추어 철도 전문센터(Accenture Railway Center of Excellence)가 유럽 철도 경영진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계 설문에서 95%가 GSM-R의 후속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80%는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완전한 전환은 2030년대 중반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GSM-R은 적어도 2035년까지 일부 구간에서 계속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안보 당국과 의회가 직면한 과제는 계약상 의무와 안보 논리 사이의 충돌이다. 2033년까지 유지보수 계약이 남아 있는 화웨이 부품을 조기에 배제하려면 법적·재정적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독일 여야 안보 의원들은 이번 사태가 보여준 철도망의 취약성을 볼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