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W 10만 감원에 현대모비스 흔들…현대로템·한화에어로 유럽 23조 반사이익
독일 자동차 예산 국방비로 대이동…한국 증시 '부품주 매도·방산주 매수' 갈림길
독일 자동차 예산 국방비로 대이동…한국 증시 '부품주 매도·방산주 매수' 갈림길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 폴크스바겐(Volkswagen, 이하 VW) 그룹이 창립 89년 만의 최대 구조조정을 선언하면서 한국 증시에 뚜렷한 두 갈래 파장이 번지고 있다.
독일 경제지 매니저마가친(Manager Magazin)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VW가 전 세계 임직원 약 65만 7000명 가운데 최대 10만명을 수년 안에 감원하고 독일 내 공장 4곳의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 방송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날 이를 확인했다.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는 수조원대 수출 타격이 우려되는 반면, 유럽 국방비가 자동차 예산을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K-방산 종목에는 23조원 규모의 수주 반사이익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VW 구조조정의 규모는 자동차 업계 역사를 다시 쓸 수준이다. 회사는 2024년 말 노조와 합의를 거쳐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 3만 5000개를 줄이고 오스나브뤼크·드레스덴 공장 조립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고, 이후 그룹 전체 감원 목표를 5만명으로 확대해 2만 8000명의 퇴직이 이미 확정됐다.
이번에 거론된 10만명 감원안은 그 두 배다. 1990년대 제너럴모터스(GM)의 7만 4000명 감원이나 1993년 IBM의 6만명 감원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사상 최대 구조조정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폐쇄 대상에는 하노버·츠비카우·엠덴 세 곳의 VW 공장과 네카르줄름 아우디 공장이 포함됐다. 향후 5년간 자본 지출을 약 15% 줄여 1300억 유로(약 228조원) 이상으로 조이는 방안도 구조조정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주주총회에서 "독일에서 개발하고, 유럽에서 생산해, 전 세계에 파는 수십 년간의 사업 모델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공개 선언했다.
독일 금속산업노조 IG메탈은 "이런 계획이 추진되면 온 힘을 다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VW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 니더작센 주정부가 주요 의사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 추진 여부는 험난한 노사 협상에 달려 있다.
BMW·메르세데스도 감원 대열…부품사 도미노 위기
VW만의 충격이 아니다. 미국 관세, 중국 판매 부진, 높은 에너지·인건비라는 3중 압박이 독일 완성차 3사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BMW는 최근 이익 전망을 대폭 낮추며 자발 퇴직·자연 감원 방식으로 인력 5%를 줄이기로 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수익이 반토막 난 뒤 비용 절감 협상을 재개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 보쉬(Robert Bosch GmbH)는 지난 27일(현지시각) 1만 8500명 감원을 주도해 온 슈테판 하르퉁(Stefan Hartung) CEO가 이달 말 퇴임한다고 밝혔다. 셰플러(Schaeffler AG)와 아우모비오(Aumovio SE)도 공장 폐쇄와 인력 축소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 브랜드 비야디(BYD)와 샤오미(Xiaomi)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유럽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동안,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소비자에게 가격 면에서 밀리고 있다.
함부르크 인근 자동차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Matthias Schmidt)는 "한때 믿음직했던 독일 산업이 새로운 시장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며 "높은 비용 구조와 '메이드 인 저머니' 프리미엄에만 기댄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수조원 BSA 계약 흔들…한국 부품주 직격
VW 구조조정은 한국 자동차 부품 업계에 즉각적인 위협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모비스는 VW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들어갈 배터리시스템(BSA) 납품 계약을 따냈으며, 업계에서는 수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VW가 하노버·엠덴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중단하거나 생산 물량을 대폭 줄일 경우, 이 납품 계약의 실행 물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스페인 나바라 공장 인근에 VW향 전기차 배터리 팩을 조립·공급하는 전동화 거점을 신설하고 있다. VW가 자체 팩 조립 내재화를 포기하면서 현대모비스를 외부 공급사로 선택한 결과다.
이 거점은 VW의 보급형 전기차 생산 일정과 맞물려 가동될 예정이었던 만큼, VW의 생산 계획 전면 수정은 현대모비스의 유럽 전동화 사업 전략 전반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HL만도·현대위아 등 VW향 1·2차 협력사들도 수주 물량 축소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VW 공장 4곳 폐쇄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상당 규모 줄어들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블루메 CEO는 중국 파트너사가 유럽 내 가동률이 낮은 VW 공장에서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방안도 공개 거론하고 있다. VW 브랜드 자체를 그룹에서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구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VW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60억 유로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 하랄드 헨드릭세(Harald Hendrikse)는 보고서에서 "VW 경영진의 이번 행보를 지지한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조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EU 산업정책 환경과 구조조정 필요 규모가 그만큼 가혹해진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 자금 자동차→방산 대이동…K-방산 23조 수주 반사이익
독일 자동차산업의 후퇴가 한국에 위기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유럽이 자동차 산업 투자를 줄이는 대신 국방비를 냉전 종식 이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흐름 속에서,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방산업체로의 수주 이동 기대가 커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의 군사비는 전년 대비 17% 늘어나며 냉전 종식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폴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4.2%를 국방비로 투입하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기존 GDP 대비 2% 목표를 넘어 최대 5%까지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DB금융증권 서재호 연구원은 "2026년 기대 수출 수주는 2025년 대비 3.7배 수준으로 방산 수출의 도약이 기대되는 해"라고 분석했다. 기업별 기대 수주 규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3조 3000억원, 현대로템 23조 2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대로템은 이달 중순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 2026'에 참가해 루마니아 국방부 관계자와 K2 전차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6년 수출 파이프라인은 3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납품이 실적을 견인하지만, 다음 사이클에서는 현지화 전략이 수주를 좌우할 것"이라며 "유럽 내 생산설비 확대와 파트너십 구축 속도가 경쟁력을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은행(Bundesbank)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올 3분기 독일 경제 성장을 사실상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마르틴 아뎀머(Martin Ademmer) 이코노미스트는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은 독일 제조업 고용의 지속적인 하락 추세와 일치하며,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산업의 공백이 깊어질수록, 그 빈 자리를 어느 나라 어느 산업이 채우느냐는 질문이 한국 투자자들 앞에 놓여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