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특화 스웨덴 A26 클래스 최종 낙점, 2030년 첫 인도 확정
단순 무기 판매 넘어선 산업 패키지 딜… 유럽 시장 진입 위한 공급망 전략 전면 재수정 과제
단순 무기 판매 넘어선 산업 패키지 딜… 유럽 시장 진입 위한 공급망 전략 전면 재수정 과제
이미지 확대보기폴란드가 스웨덴과 손잡고 발트해 잠수함 전력 현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폴란드 정부는 29일(현지시각) 그디니아항에 계류한 프레깃함 선상에서 스웨덴과 A26 클래스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정부 간 계약을 맺는다.
최대 무기 수입국인 폴란드 시장을 겨냥하던 한국 방위산업체에는 고배를 마신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전 결과가 가격과 납기 중심이던 K-방산 수출 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선 공급망 연대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0억 즈워티 규모 오르카 사업, 발트해 맞춤형 스웨덴 A26 낙점
폴란드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잠수함 도입 프로그램인 오르카 사업 사업비는 약 200억 즈워티에 이른다. 한국 돈으로 약 8조 168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이번 계약은 선박 건조뿐 아니라 정비 인프라 구축과 승조원 교육 훈련을 포함한 종합 군수 지원 패키지를 포괄한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번 도입으로 가동하는 잠수함 전력이 발트해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고 적의 움직임을 선제 감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가 가장 두려워할 은밀한 정찰 능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작전 환경과 산업 역거래가 가른 승패… K-방산의 구체적 한계
한국 방산 업계는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성공적 수출을 발판 삼아 KSS-III 계열 잠수함 제안에 공을 들였다. 뛰어난 가성비와 유연한 납기를 무기로 내세웠으나 유럽의 복잡한 지정학 장벽과 작전 요구 조건을 넘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가격 경쟁력으로 동맹 구조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작전 환경의 차이가 컸다. 대형 원양 작전 중심인 한국형 잠수함과 달리 스웨덴의 A26 클래스는 평균 수심이 50m 안팎으로 얕고 해저 지형이 복잡한 발트해 환경에 철저히 특화했다. 배수량이 큰 대형 플랫폼일수록 얕은 해역에서는 기동과 은밀성 유지가 불리하다.
KSS-III의 원양 작전 최적화 설계가 발트해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반면 사브의 A26은 저소음 설계와 자기장 감소 기술을 적용해 초천해 구역에서 탐지 회피 능력이 우수하며 해저 침투나 정보 수집 같은 특수작전 역량에서도 폴란드 해군의 작전 요구를 정확히 충족했다.
신뢰 체계와 인프라의 부재도 뼈아픈 대목이다. 유럽 내 정비·유지·보수(MRO) 네트워크가 부족한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으로서 즉각적인 후속 군수 지원이 가능하다.
여기에 스웨덴이 제안한 파격적인 산업 상호주의 거래가 쐐기를 박았다. 스웨덴은 잠수함 공급의 반대급부로 폴란드가 자체 건조 중인 구조함 라토브니크를 구매하는 역거래를 제안했다. 현지 방산 기업들을 오르카 사업 공급망과 공동 생산에 대거 참여시키는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선 양국 간 산업 파트너십 계약으로 승화시켰다.
과점 시장 틈새 노리는 전략 전환과 리스크 분산 필요
이번 수주 실패는 한국 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현재 유럽 잠수함 시장은 독일(TKMS)과 스웨덴(사브)이 최근 10여 년간 발주된 서유럽·북유럽 사업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견고하게 과점하고 있다. 노르웨이 등 주요국의 유로 동맹 중심 입찰 사례에서 보듯 서유럽 안보 동맹의 벽은 높다.
한국이 이 굳건한 벽을 뚫고 들어가려면 단독 제품 수출이라는 기존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유럽 현지 조선소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현지 고용을 창출하고 생태계 내부에 진입하는 전략이 구체적 대안으로 꼽힌다.
타깃 시장의 정교한 재설정도 요구된다. 자체 조선 산업 기반이 탄탄하거나 NATO 핵심국 간 연대가 강한 서유럽보다는 비용 민감도가 높고 독자적 방산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동유럽 체제나 비핵심 NATO 국가들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현지화 요구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와 공동 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지연 리스크는 철저히 분산하고 관리해야 할 과제다.
K방산 도약을 위해 앞으로 지켜볼 3가지 핵심 지표
업계와 투자 관점에서 한국 방산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려면 세 가지 흐름을 주의 깊게 추적해야 한다.
첫째는 유럽 현지 방산 생태계와의 융합 속도다. 폴란드 이후 전력 현대화를 추진할 루마니아나 네덜란드 등의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조선소와 얼마나 실효성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단순 부품 납품을 넘어 기술 이전 범위와 현지 생산 비율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지가 수주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둘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할 안보 연계 패키지의 개발 여부다. 무기체계의 우수성만으로는 NATO 동맹 구조를 흔들기 어렵다. 수출 대상국의 안보 현안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공동 훈련 프로그램이나 다국적 군수 지원 인프라 제안을 무기 판매 전략과 어떻게 결합해 내는지 검증해야 한다.
셋째는 수중 무인 체계 등 미래 해양 기술력의 조기 확보 여부다. 대형 잠수함의 열세를 극복하려면 유인 잠수함과 연동해 정찰과 타격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반 수중 무인 드론(UUV) 기술이 필수적이다. 차세대 해양 방산 시장에서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얼마나 빨리 입증하느냐에 따라 한국 방산의 글로벌 체급이 결정될 수 있다.
유럽 시장은 더 이상 성능이나 가격표만 보고 지갑을 열지 않는다. 안보 동맹의 가치와 현지 산업에 미치는 장기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저울질하는 철저한 계산이 작동한다.
이제 K-방산은 싸고 빠르게 만드는 제조 역량의 과시를 넘어, 현지 파트너와 같이 만들고 같이 싸우는 신뢰 체계 자체를 수출하는 고도화한 전략으로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 유럽 시장에서 방산 수출은 더 이상 단순한 무역 계약이 아니라 동맹 참여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