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SK 시총 비중 50% 돌파… ‘노키아형 편중’ 리스크 커진 한국 증시

글로벌이코노믹

삼성·SK 시총 비중 50% 돌파… ‘노키아형 편중’ 리스크 커진 한국 증시

코스피 시총 절반이 반도체 투톱에 쏠린 전례 없는 기형 구조
AI 투자 둔화나 경기 하강 시 자금 이탈·장기 불황 우려
국내 증시가 소수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50%를 돌파하는 유례없는 집중 현상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인한 자금 쏠림이 멈추거나 반도체 경기 순환 주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다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동시에 심각한 구조적 충격을 입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증시가 소수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50%를 돌파하는 유례없는 집중 현상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인한 자금 쏠림이 멈추거나 반도체 경기 순환 주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다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동시에 심각한 구조적 충격을 입는다. 이미지=제미나이3

국내 증시가 소수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한국 경제 전반의 취약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50%를 돌파하는 유례없는 집중 현상이 발생했다. 인공지능(AI) 특수로 인한 자금 쏠림이 멈추거나 반도체 경기 순환 주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한다면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동시에 심각한 구조적 충격을 입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30(현지시각) 에반 램스타드(Evan Ramstad) 연구원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 뒤에 숨은 취약성을 지적했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코스피는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수요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동안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형적 구조 속에서 AI 투자 둔화나 반도체 시황 악화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동시에 심각한 구조적 충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일 산업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과거 핀란드 경제를 견인하다 몰락한 노키아 사례처럼 심각한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해도 한국의 편중도는 독보적이다.

스위스는 네슬레 등 상위 3개 기업의 비중이 약 40% 수준이며, 미국은 역사상 시장 집중도가 가장 높았던 1901년에도 상위 2개 기업(US스틸, 스탠더드오일)의 합산 비중이 20%를 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단 두 기업이 증시 절반을 지배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중순 기술주 동반 매도세가 나타나자, 반도체·IT 섹터 지수가 하루 만에 10% 안팎 급락했고 코스피 전체 지수도 7% 가까이 밀렸다.

패시브 자금 연쇄 이탈 우려… 빚투로 버틴 반도체 랠리의 그늘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 국내 금융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투자 자금의 질적 구조 역시 취약성이 가중되는 흐름이다. 올해 초 27조 원 안팎이던 신용 융자 잔고는 최근 38조 원 수준으로 4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이 중 약 9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급락 시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이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에서 한꺼번에 출회될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및 인덱스 펀드 자금까지 연쇄적으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과열 양상은 노동시장과 비용 구조 등 실물 지표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최대 10% 수준을 성과급 기준으로 제시했고, 삼성전자 역시 영업이익 10.5% 기반의 특별성과급 지급 보상안을 타결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대규모 보상 쏠림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의 고임금·고용 흡수가 여타 산업군의 인력난과 임금 상승 압력으로 번지며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왜곡시키는 부작용도 제기된다. 향후 경기 순환 주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할 경우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고용 구조조정 및 인력 재배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혁 무색한 실리콘 사이클의 귀환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반도체 착시에 가려 효과가 반감되는 형국이다. 정부는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명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자 했다. 중복 상장 제한 등의 주주 환원 확대 정책도 제시됐다.

이러한 제도 개선이 투자자 신뢰를 일부 높였으나, 최근의 주가 폭등은 지배구조 개혁의 성과라기보다 반도체 가격 상승 주기에 편승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설비 투자와 실제 가동 사이의 시차로 인해 공급 과잉과 부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본래 지배구조 개혁은 반도체 외 산업과 중소형주로 자금이 골고루 분산되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극단적인 반도체 쏠림 속에 그 효과가 희석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1년 만에 4배 폭등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나, 글로벌 생산라인의 대규모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급락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기업이 서남부 지역에 5000억 달러(80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 역시, 향후 글로벌 전방 수요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안기는 부메랑이 될 위험이 상존한다.

과거 핀란드가 노키아 몰락 이후 고용과 성장의 공백을 감내하며 IT·게임·클린테크로 체질을 개선했던 것처럼, 한국도 방산과 배터리 등 다변화된 산업 성장 축을 견고히 확보해야만 편중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확실성 시대의 투자 생존법… 시나리오별 자산 배분과 3대 지표


국내외 투자 전문가들은 자산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거시경제 환경과 업황 주기에 맞춘 단계별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AI 서버 증설 수요가 완만하게 유지되며 공급 과잉 전환 시점이 지연되는 '기존 전망(기준)' 하에서는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가계와 개인 투자자 모두 레버리지를 축소하고 분산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예상을 웃돌고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단가가 강세를 이어가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지되는 만큼 반도체 비중을 가져가되 신용 융자 비율은 대폭 낮추는 전략이 유효하다.

반면 AI 수익성 의문으로 빅테크가 투자를 전격 축소하는 '비관 시나리오'가 도래할 경우, 빚투 물량의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코스피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맞먹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이 시점에는 고위험 성장주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현금, 달러,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어적 자산 배분이 권고된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및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국면 전환의 선행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시장의 세 가지 핵심 지표를 면밀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주시해야 할 지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CAPEX) 증감률이다. 이는 전방 산업의 AI 투자 지속성과 실제 수익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두 번째는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집계되는 HBM 및 범용 D램의 고정 거래 단가 추이다. 공급 과잉 전환 시점과 메모리 사이클의 고점 도달 여부를 가장 직접적으로 선행하여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당국이 매달 발표하는 증시 신용 융자 잔고 추이를 살펴야 한다. 대출을 통한 투자 자금의 과열 정도를 측정하고, 주가 하강 국면에서 강제청산(반대매매) 리스크의 총량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 경색 위험을 선제적으로 진단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