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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가 당긴 원전 방아쇠… 롤스로이스 SMR 1조 달러 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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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가 당긴 원전 방아쇠… 롤스로이스 SMR 1조 달러 시장 ‘전망’

내 지갑 흔드는 AI 전력난… 전기 부족에 글로벌 원전주 강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독일 전력망의 고품질 전력 공급 한계로 현지 기업들이 자가발전에 나서면서 소형모듈원전(SMR) 수요가 수면 위로 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독일 전력망의 고품질 전력 공급 한계로 현지 기업들이 자가발전에 나서면서 소형모듈원전(SMR) 수요가 수면 위로 올랐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폭증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독일 전력망의 고품질 전력 공급 한계로 현지 기업들이 자가발전에 나서면서 소형모듈원전(SMR) 수요가 수면 위로 올랐다.

안정적인 전력 확보 여부가 첨단 산업의 생존 변수로 부상하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SMR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 몸값이 강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거시적으론 안정, 미세 변동엔 취약… 독 기업들 자가발전 선언


독일 일간지 디벨트(Die Welt)는 지난 5(현지시각) 전력 수요 급증과 전력망 신뢰성 문제로 소형 원전 시장이 거대한 전환 국면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독일 전력망은 정전 시간을 나타내는 국제 지표인 SAIDI(정전 시간) 기준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안정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는 거시 구조 관점의 통계일 뿐이다. 고도로 자동화한 반도체 공장, 화학 설비,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제조업 기준에서는 몇 밀리초(ms, 1000분의 1) 단위의 미세한 전압 변동이나 주파수 불안정도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시스템 전반을 마비시켜 수십억 원대 생산 손실을 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세 품질 저하에 직면한 독일 기업들은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자가발전 설비 구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영국 엔지니어링 기업 롤스로이스의 에너지 부문 자회사인 롤스로이스 파워시스템즈는 비상발전기인 가스엔진과 디젤발전기 판매 호조로 이익이 세 배 늘었고, 현금흐름은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몇 초만 끊겨도 데이터 유실"… 데이터센터가 SMR 수요 견인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에너지 시장 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면, 향후 늘어날 전력 인프라 수요의 핵심 축은 단연 AI 데이터센터다.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99.999% 가동률을 뜻하는 '파이브 나인(Five-Nines)' 수준의 고품질 전력을 요구한다. 이는 연간 누적 정전 시간이 5분을 밑돌아야 함을 의미한다.

데이터센터가 거대언어모델(LLM)을 며칠씩 연속 학습시키는 도중 전력이 단 몇 초라도 중단되면, 그동안 축적되던 학습 상태가 유실돼 직전 체크포인트 단계로 롤백하거나 처음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인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나 기존 전력망 구조로는 이 정도의 극단적인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4시간 일정한 전력을 뿜어내는 '무탄소 기저부하'SMR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정부 산하 '그레이트 브리티시 뉴클리어(GBN)'SMR 3기 건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체코 전력공사(CEZ)와 최대 6, 스웨덴 바텐팔을 비롯한 유럽 발전사들과 최소 3기 도입을 차례로 합의하며 유럽 시장 발주를 주도하고 있다.

"20501조 달러 시장" 장밋빛 전망 뒤에 숨은 SMR 리스크


조오그 스트라트만 롤스로이스 파워시스템즈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SMR 시장 규모가 오는 2050년까지 1조 달러(1516조 원)에 이르고 수백 기의 원자로가 건설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2050년 고성장 시나리오 기준으로 신규 추가되는 원전 설비 용량 중 SMR 비중이 약 24%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다만 이는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과 전력망 연계 기술 상용화가 완전히 전제된 시나리오다. SMR 시장은 크게 원전 설비 건설을 뜻하는 자본지출(CAPEX) 시장과 장기 운영·유지보수 시장으로 나뉜다.

그러나 장밋빛 서사 뒤에 숨은 현실 리스크도 명확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 불확실성과 규제 지연이다. SMR은 공장 직렬 생산 방식으로 비용을 낮춘다고 주장하지만, 전 세계에서 상업 운영 중인 SMR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실제 선행 사례였던 미국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유타주 SMR 프로젝트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자재비 폭등으로 건설비가 53억 달러(8조 원)에서 93억 달러(14조 원)75%나 치솟으면서 결국 좌초됐다.

표준화 디자인이 실제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증명되지 못한다면 'FoAK(최초 호기 비용)'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사 수익 가르는 PPA… 글로벌 원전주 몸값 들썩


이 같은 리스크에도 대안이 없다는 절박함은 주식시장을 자극한다. 영국 런던증시에서 롤스로이스 주가는 지난 1년간 두 배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뉴욕증시에서 SMR 설계 인증을 확보한 뉴스케일 파워를 비롯해 가스터빈과 원전 설비 기술을 보유한 GE 버노바(GE Vernova) 등 글로벌 원전 기업들 주가는 높은 변동성 속에서도 장기 우상향 국면을 모색 중이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SMR 발전 사업의 성패와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 지표로 '전력구매계약(PPA)'을 꼽는다. PPA는 발전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수요처가 10~20년 동안 장기로 고정된 가격에 전력을 거래하는 계약이다.

초기 건설비가 예상보다 늘어나더라도 대형 빅테크 기업들과 높은 단가로 장기 PPA를 맺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면 SMR 투자는 탄력을 받는다. 투자자들은 장기 시나리오에만 의존하기보다, 각국 원전 규제 기관의 인허가 승인 시점과 함께 빅테크 기업들과의 실질적인 PPA 체결 단가 추이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한국 원전 생태계의 기회와 과제… 파운드리 선점 가속해야


유럽의 SMR 발주 본격화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한국 원전 기자재 공급망에 대형 기회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주기기 제작 역량과 시공 능력을 보유해 글로벌 SMR 설계 기업들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꼽힌다. 뉴스케일 파워와 테라파워 등 미국 선두 기업들이 한국 제조업 기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유다.

다만 대형 원전에 치우친 국내 규제 체계를 SMR 맞춤형 표준 설계 인허가 체계로 빠르게 개편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려면 단순 하청 기지를 넘어 원전 수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공급망을 독점하는 'SMR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략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