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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의 역설, 인프라 잔치 끝에 남을 투자자의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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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의 역설, 인프라 잔치 끝에 남을 투자자의 청구서

기술 확산 가속하는 생산 거품… 가치 중심축은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이동
문제는 기술 아닌 가격표… 확정 비용과 불확정 수익 사이 위험한 불일치
인류의 기술 혁신사는 언제나 과잉 투자와 거품이 함께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류의 기술 혁신사는 언제나 과잉 투자와 거품이 함께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류의 기술 혁신사는 언제나 과잉 투자와 거품이 함께했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투자 플랫폼 시킹알파는 지난 7(현지시각) 분석에서 현재의 AI 광풍이 거대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좋은 거품'이 될 수 있지만, 지금 진입하는 투자자에게는 위험한 거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은 옳지만, 가격이 틀렸다는 시장의 오랜 역설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일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AI 투자 대비 수익성 둔화 우려가 시장에서 뜨거운 논쟁으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경고는 현실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거품의 사회 효용, 비효율이 낳은 초고속 기술 확산

역사로 보면 자본주의 시장은 철도 광풍이나 1990년대 닷컴 거품처럼 거대한 기술 도약이 있을 때마다 거품을 형성했다. 거품은 개별 투자자의 자본 효율성을 크게 훼손하지만, 전체 사회 측면에서는 기술 확산 속도를 빠르게 가속하는 순기능을 한다.

AI 역시 초기 과잉 투자가 향후 저비용 확산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고 있다. 당장 유의미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데이터 센터, 고성능 반도체, 초고속 통신망 같은 방대한 인프라가 선제 구축되는 단계다.

닷컴 거품이 붕괴한 후 남겨진 광섬유 케이블이 2000년대 후반 모바일 혁명과 빅테크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듯이, 현재의 비효율 자본 배분은 역설적으로 미래 AI 생태계의 한계비용을 떨어뜨려 장기 경제 생산성을 끌어올릴 토대가 된다. 인류와 기술 발전의 관점에서 이 거품은 순기능이 뚜렷하다.

확정 비용과 불확정 수익의 위험한 불일치


그러나 사회 효용과 투자 수익은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투자 관점에서 현재의 AI 랠리가 위험한 거래로 꼽히는 이유는 수익 모델의 구조 불일치에 있다.

현재 AI 공급망의 핵심인 하드웨어 기업들은 제품을 파는 순간 확실한 수익을 올린다. 반면 이 비싼 칩을 사들여 인프라를 짓는 빅테크 기업들과 AI 서비스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에 기댄다.

빅테크의 자본 지출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이나 기업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실제 매출은 비용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현재 주가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시장의 모든 변수가 통제된 완벽한 성공을 전제로 형성되어 있다. 기대 시나리오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주가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반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되어 리스크의 비대칭성이 커진 시점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빅테크의 자본력이 과거 닷컴 시절보다 탄탄해 거품 붕괴로 직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시스코의 함정과 수익 풀의 이동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시대를 열었던 최고의 인프라 기업 시스코 사례는 오늘날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하드웨어 선두 주자들에게 강한 경종을 울린다.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지만 시스코 주가는 2000년 정점을 찍은 후 수십 년 동안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인프라 기업이 가진 공통 한계 탓이다. 초기의 독점 지위는 경쟁 심화와 기술 상향 평준화로 인해 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시장 가치는 하드웨어 인프라에서 플랫폼으로, 최종적으로는 인프라 위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응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동한다. 가치 창출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스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시장 전환 계기, 빅테크 자본 지출의 정점 신호


AI 거품이 영원할 수는 없다. 시장의 냉정한 재평가를 유발할 결정적 계기는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꺾이는 시점이다.

수익화 속도가 비용 지출을 따라잡지 못해 기업들이 IT 예산을 재조정하거나 AI 서비스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순간, 통상 가장 먼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주문 둔화 신호가 포착된다.

하드웨어 공급망 전체가 타격을 입는 연쇄 둔화 현상이 시작되면 시장은 기대감의 영역에서 실질 이익의 영역으로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긍정, 가격은 부정, 전략은 선별


AI는 의심할 여지 없는 확실한 미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에 붙은 가격표다. 현재의 AI 주식은 미래 가치를 이미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의 투자자들은 기술의 장기 가치와 단기 금융 시장의 과열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AI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이지만 지금의 가격은 서둘러 잡을 이유가 없는 구간일 수 있다.

단순히 AI라는 타이틀에 편승해 인프라 확장에 올인하는 기업보다는, 인프라 구축의 정점을 지나 진정한 서비스 혁신이 일어나는 다음 단계를 차분히 준비하고 실질 수익 모델을 증명해 내는 기업을 선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