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는 12개의 연방준비은행이 있다. 은행마다 총재가 따로 있다. 그중에 대장은 단연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를 관할하는 뉴욕 연방은행은 자산 규모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글로벌 거시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심장부에서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가지는 위상은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중은 흔히 연준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며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에 환호하거나 절망하지만, 연준의 의사결정 구조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의장의 전략적 판단을 뒤에서 설계하고 조율하는 ‘막후 실력자’가 따로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존 윌리엄스(John C. Williams)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다.
윌리엄스 총재는 단순히 지역 연방은행의 수장에 머무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연준 통화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연직 부의장을 맡으며, 교대 없이 상임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일한 지역 연방은행 총재다.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과 연준의 정책 대전환기 속에서 그의 학문적 배경과 정책적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윌리엄스의 출생과 성장, 학문적 여정, 그리고 그가 왜 연준의 지워지지 않는 실세이자 막후 실력자로 군림하고 있는지 그 인생 스토리와 구조적 권력을 심층 분석한다.
존 윌리엄스는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도인 사크라멘토에서 태어났다. 서부의 온화하고 실용적인 학풍 속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데이터와 통계, 그리고 사회적 현상을 수치로 분석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의 학업 여정은 미국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관통한다.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거시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그는 1984년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경제학의 본고장인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로 건너가 1989년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으며 국제적인 학문적 안목을 넓혔다. 그의 학문적 깊이가 완성된 곳은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진학한 스탠퍼드 대학교였다. 그는 1994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정통 계량경제학 및 거시경제학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2011년 옐런이 FRB 부의장으로 영입되면서 비어버린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자리는 자연스럽게 윌리엄스에게 승계되었다. 그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연준을 이끌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 정책을 정교하게 뒷받침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존 윌리엄스라는 이름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결정적으로 각인된 계기는 그가 창시한 '자연이자율(중립이자율, Natural Rate of Interest)' 개념, 일명 '알스타(R-star, r ∗)' 모델 덕분이다.윌리엄스는 토마스 로바흐(Thomas Laubach) 등과 함께 경제가 과열되지도 않고 냉각되지도 않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게 만드는 이론적 금리 수준인 중립이자율을 실증적으로 측정하는 'Laubach-Williams(LW) 모형'과 'Holston-Laubach-Williams(HLW) 모형'을 개발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현재의 금리가 긴축적인지 아니면 완화적인지를 판단하려면 기준점이 필요한데, 윌리엄스가 개발한 $r^$이 바로 그 절대적인 기준점 역할을 한다. 만약 실제 시장의 실질금리가 $r^$보다 높으면 중앙은행은 경제를 긴축하고 있는 것이고, $r^*$보다 낮으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저성장·저물가 기조 속에서 $r^$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인물이 바로 윌리엄스다. 연준의 정책 위원들은 윌리엄스가 제시하는 $r^$의 추정치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했다. 학자와 정책 입안자로서의 역량을 동시에 갖춘 그의 보고서는 FOMC 회의 때마다 위원들의 치열한 논쟁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발제 자료였다. 그가 연준 내부에서 '이론적 구루(Guru)'이자 막후 실력자로 대접받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년 6월, 윌리엄스는 윌리엄 더들리의 뒤를 이어 제11대 뉴욕 연방은행 총재로 취임한다. 이는 그가 연준의 이인자이자 실세로서의 지위를 명문화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미국 연준 시스템은 12개 지역 연방은행과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 구성되어 있다. 외견상 평등해 보이는 구조지만, 대장 격인 뉴욕 연방은행이 가지는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FOMC에서 다음과 같은 독점적이고 무제한적인 특권을 누린다.타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은 4개 그룹으로 나뉘어 매년 돌아가며(로테이션 방식) FOMC 투표권을 행사한다. 즉, 올해 투표권이 있어도 내년에는 발언권만 가질 뿐 표결에는 참여할 수 없다. 반면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순번과 무관하게 FOMC의 당연직 부의장으로서 상임 투표권을 100% 보장받는다. 그는 모든 회의에 무제한 참석하여 결정을 내리는 확고한 투표권을 행사한다.
FOMC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기로 결정하면, 실제로 월스트리트의 채권과 자금을 사고팔아 시장 금리를 통제하는 실무 집행 기관이 바로 뉴욕 연방은행이다. 뉴욕 연준의 '데스크(Trading Desk)'만이 연준의 자금을 움직여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회수할 수 있다. 정책의 수립보다 중요한 것이 집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뉴욕 연준 총재는 시장의 목줄을 죄고 풀 수 있는 실질적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뉴욕 연준은 해외 중앙은행 및 외국 정부의 달러 자산을 관리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창구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시기 전 세계 중앙은행들과 체결한 '통화스왑(Currency Swap)'의 실무 역시 뉴욕 연준이 총괄했다. 이러한 구조적 특권 때문에 뉴욕 연준 총재는 워싱턴의 연준 의장과 함께 세계 금융 질서를 좌우하는 '투톱'으로 인식된다. 윌리엄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오랜 학문적 경험과 뉴욕의 구조적 권력을 결합하여 연준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막후 실력자로 자리매김했다.
존 윌리엄스는 정통 학자 출신의 깊이 있는 이론적 배경과 뉴욕 연방은행 총재라는 막강한 제도적 권력을 동시에 거머쥔, 현대 금융사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그가 만든 r∗ 모델은 여전히 전 세계 금리 정책의 표준 지침서로 작동하고 있으며, 그가 이끄는 뉴욕 연준의 트레이딩 데스크는 매일 글로벌 자금 시장의 맥박을 조절하고 있다.12개 연방은행 중 단연 대장인 뉴욕 연준의 수장으로서, 그는 FOMC 회의 때마다 무제한으로 참석하여 표를 던지고, 회의가 끝난 후 월스트리트로 돌아와 정책을 직접 집행한다. 의장이 연준의 얼굴이라면, 윌리엄스는 연준의 두뇌이자 손발이다. 그의 존재는 글로벌 거시경제를 분석할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 변수다.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파고, 그리고 연준 수뇌부의 정책 성향 변화가 맞물린 복합 위기 시대다. 우리가 워싱턴의 의장뿐만 아니라 뉴욕의 존 윌리엄스 총재의 입과 그가 제시하는 데이터에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바로 세계 경제의 막후에서 거대한 돈의 흐름을 설계하는 진정한 실세이기 때문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