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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주, 급등 뒤 20%대 조정에 약세장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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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메모리주, 급등 뒤 20%대 조정에 약세장 진입

마이크론·샌디스크·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평가 엇갈려…실적 지속성과 가격 부담이 쟁점
마이크론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론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의 중심으로 떠올랐던 메모리 관련주들이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잇따라 약세장에 들어섰다.

다만 올해 전체로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샌디스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여전히 큰 폭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조정은 AI 메모리 수요 붕괴보다는 급등 이후의 가격 재평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24/7월스트리트는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가 최근 고점에서 급락했지만,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실적 구조와 밸류에이션은 서로 다르게 봐야 한다고 9일(현지시각) 진단했다.

카슨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고점 대비 마이크론 주가는 22%,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23%, 웨스턴디지털은 28%, 시게이트테크놀로지는 24% 하락했다. 통상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 진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올해 상승률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마이크론은 올해 들어 228%,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115% 올랐다. 샌디스크는 606% 급등했다. 최근 하락만 놓고 보면 메모리주가 급격히 식은 것처럼 보이지만 연초 이후 흐름까지 보면 초강세 이후 나타난 조정 국면에 가깝다.

◇ 급등의 배경은 AI 메모리 수요


메모리주의 강세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AI 서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고성능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데이터 처리량도 늘어난다. 이는 D램과 낸드플래시, 기업용 저장장치, 반도체 장비 수요를 함께 자극했다. 엔비디아 중심이던 AI 반도체 랠리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으로 확산된 배경이다.

다만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빠르게 오른 점은 부담으로 남았다. AI 인프라 투자 기대가 커지면서 메모리 기업의 이익 전망도 급격히 높아졌고 일부 종목에는 미래 성장 기대가 빠르게 선반영됐다. 최근 조정은 시장이 메모리주 내부에서도 실적 가시성과 가격 부담을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마이크론, 낮은 PER과 실적 개선 부각


24/7월스트리트는 세 기업 가운데 마이크론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가장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향후 주당순이익(EPS) 64.91달러(약 9만8000원)를 기준으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약 6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마이크론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486달러(약 225만원)로 분석 당시 주가 940.77달러(약 142만5000원)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선행 이익과 목표주가를 함께 고려하면 마이크론이 메모리주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적 흐름도 강하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3분기 매출 414억6000만달러(약 62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6% 증가한 수치다. 비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은 25.11달러(약 3만8000원)로 시장 예상치를 24%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중간값을 500억달러(약 75조7000억원)로 제시했다. 비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은 31달러(약 4만7000원) 안팎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수치는 마이크론 주가 상승이 단순한 AI 기대감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HBM과 고성능 D램, 기업용 저장장치 수요가 맞물리면서 메모리 사이클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샌디스크, 폭등 뒤 가격 부담 커져


샌디스크는 올해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메모리 관련주다. 주가는 연초 이후 606% 뛰었다.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저장장치를 필요로 하면서 낸드플래시와 기업용 스토리지 수요가 부각된 결과다.

하지만 급등 폭이 컸던 만큼 가격 부담도 커졌다. 샌디스크는 과거 실적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해 주가수익비율이 음수로 나타난다. 선행 PER은 27배 수준이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930.50달러(약 292만4000원)로 제시됐다.

샌디스크의 성장 논리는 AI 데이터 증가와 저장장치 수요 확대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이 늘수록 데이터 저장, 이동, 백업, 고속 접근 수요가 커진다. GPU와 HBM만으로는 AI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장장치 기업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낸드플래시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 수요가 강할 때는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르지만, 공급이 늘거나 가격이 꺾이면 수익성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샌디스크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시장은 향후 실적이 높아진 기대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분위기다.

◇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장비주 성격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와 성격이 다르다.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 때문에 D램과 낸드 가격 사이클에 대한 직접 노출은 상대적으로 낮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선행 PER은 38배다. 향후 EPS는 12.37달러(약 1만9000원) 수준으로 제시됐다. 목표주가는 586.63달러(약 88만8000원)로 분석 당시 주가 574.22달러(약 86만9000원)와 큰 차이가 없다.

밸류에이션만 보면 마이크론보다 부담이 크다. 그러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파운드리, 로직 반도체, 메모리, 디스플레이, 첨단 패키징 등 다양한 분야에 장비를 공급한다. 특정 메모리 제품 가격보다 반도체 설비투자 전체 흐름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배당 이력도 차별점으로 거론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9년 연속 배당을 늘려왔다. 이는 메모리 제조사보다 경기순환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장비주 역시 고객사의 설비투자 사이클에 민감하다. AI 반도체 투자 속도가 둔화하면 장비 주문 전망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 웨스턴디지털·시게이트도 동반 하락


이번 조정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웨스턴디지털과 시게이트도 최근 고점 대비 각각 28%, 24% 떨어졌다. 저장장치와 낸드 관련주 전반이 약세장에 들어간 셈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를 동시에 키웠다. 그러나 시장은 이 수요가 어느 정도까지 지속 가능한지 이미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다시 따지고 있다.

특히 저장장치 기업들은 AI 데이터 폭증의 직접 수혜주로 주목받았지만 주가가 빠르게 오른 만큼 조정도 빨랐다. 데이터센터 고객의 장기 계약, 가격 협상 구조, 공급 부족 지속 여부가 향후 실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메모리와 저장장치주는 과거에도 강한 상승 뒤 급격한 하락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는 AI라는 구조적 수요가 기존 메모리 사이클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 AI 반도체 랠리, 선별 국면으로


메모리주 조정은 AI 반도체 랠리의 확산과 피로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초기 AI 랠리는 엔비디아 중심이었다. 이후 시장은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 기업, 저장장치 기업, 반도체 장비주까지 수혜 범위를 넓혀왔다.

그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상대적 매력은 낮아지고 메모리주와 후발 반도체주가 새 주도주로 부상했다. 그러나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메모리주 밸류에이션도 빠르게 높아졌다.

최근 조정은 AI 반도체 테마가 사라졌다는 뜻이라기보다 시장이 수혜주를 다시 선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AI와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종목이 오르는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 실제 이익 증가율, 공급 부족 지속성, 장기 계약 구조, 가격 부담이 함께 평가되는 단계다.

◇ 한국 반도체주와도 맞물린 흐름


미국 메모리주 조정은 한국 반도체주 흐름과도 연결된다. SK하이닉스는 HBM 주도권을 바탕으로 올해 급등했지만 최근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삼성전자도 실적 개선 기대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기관 수요를 확인했지만, 단기 주가는 AI 반도체주 조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장기 기대와 단기 가격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제 HBM 공급 부족만 보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 가격, 설비투자, 경쟁 구도, 고객사 수요 지속성까지 함께 평가하고 있다. 한국 메모리 기업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 약세장 표현이 가리는 것


메모리주가 약세장에 들어섰다는 표현은 최근 조정의 강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 상승률까지 함께 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마이크론은 올해 228%, 샌디스크는 606%,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115% 올랐다. 고점 대비 20% 넘게 빠졌어도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번 하락은 랠리의 종료라기보다 급등 이후의 정상적인 가격 재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쟁점은 조정 이후 어떤 기업이 실적으로 높아진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마이크론은 낮은 선행 PER과 실적 개선이 강점으로 제시됐다. 샌디스크는 AI 저장장치 수요라는 성장 기대가 크지만, 올해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도 크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직접 메모리주보다 안정적인 장비주 성격이 부각되지만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 메모리 사이클의 새 시험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시대를 맞아 과거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PC와 스마트폰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경기순환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은 AI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구조적 수요로 등장했다.

그러나 구조적 수요가 있다고 해서 사이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은 가격을 끌어올리지만, 높은 가격은 생산능력 확대를 부른다. 몇 년 뒤 공급이 늘어나면 다시 가격 압박이 생길 수 있다.

시장 관심은 AI 수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HBM과 낸드 공급 부족이 얼마나 깊은지, 고객사 장기 계약이 가격 안정성을 얼마나 뒷받침할지로 이동하고 있다. 설비투자 확대가 언제 공급 과잉으로 바뀔지도 중요한 변수다.

마이크론, 샌디스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주가 조정은 이 질문들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다. AI 반도체 랠리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메모리 관련주가 같은 속도로 오르는 국면도 지나가고 있다.

메모리주는 약세장에 진입했지만, AI 수요라는 장기 재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시장은 급등 자체보다 급등 이후의 이익 지속성과 가격 정당성을 따지고 있다. 메모리 랠리의 다음 국면은 누가 더 많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 실적으로 높아진 기대를 견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