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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대항마’ 로켓랩, 로켓 덮개까지 재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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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대항마’ 로켓랩, 로켓 덮개까지 재사용

뉴트론 ‘헝그리 히포’ 페어링 시험 완료…발사비 절감 경쟁 본격화
로켓랩의 뉴트론 로켓 완성도. 사진=로켓랩이미지 확대보기
로켓랩의 뉴트론 로켓 완성도. 사진=로켓랩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이 중형 재사용 로켓 뉴트론에 적용할 새 페어링 기술을 공개했다. 로켓 본체뿐 아니라 탑재체를 보호하는 덮개까지 버리지 않고 회수하는 방식이다.

모틀리풀은 로켓랩이 뉴트론 로켓에 적용할 ‘헝그리 히포’ 페어링 기술을 선보였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페어링은 로켓 상단에서 위성 등 탑재체를 감싸는 보호 덮개다. 일반적으로 로켓이 대기권을 벗어나면 두 쪽으로 갈라져 떨어져 나간다.

그러나 모틀리풀에 따르면 로켓랩의 방식은 다르다. 뉴트론의 페어링은 로켓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로켓이 충분한 고도에 도달하면 페어링 양쪽이 턱처럼 열리고, 2단 로켓과 탑재체가 빠져나간 뒤 약 1.5초 만에 다시 닫힌다. 이후 페어링은 1단 로켓과 함께 지구로 돌아온다.

◇버리지 않는 페어링

재사용 로켓은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스페이스X의 팰컨9은 1단 로켓을 회수해 여러 차례 다시 쓰는 방식으로 발사 비용을 낮췄다.

그러나 페어링은 여전히 대부분의 발사에서 소모품에 가깝다. 페어링은 위성이나 우주선을 발사 초기의 공기저항과 열, 진동에서 보호하지만 임무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분리돼 바다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떨어진 페어링을 회수해 재사용하지만 이 경우에도 바다에서 건져 올리고 다시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해수와 충격에 노출된 구조물을 점검하고 수리해야 해 비용과 시간이 든다.

로켓랩 입장에서는 이 절차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뉴트론의 페어링은 처음부터 로켓에 붙어 있도록 설계됐다. 임무 중 열렸다가 닫히고, 1단 로켓과 함께 돌아온다. 페어링을 따로 회수하거나 해상에서 건져 올릴 필요가 없는 구조다.

엔지니어들은 이 모습이 입을 벌렸다 닫는 하마와 닮았다고 보고 ‘헝그리 히포’라는 별칭을 붙였다.

◇뉴트론의 비용 절감 장치

로켓랩이 이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페어링과 로켓 상단 구조물은 발사체에서 비싼 부품에 속한다. 이 부품을 매번 버리면 발사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페어링을 온전한 상태로 회수하면 정비 시간을 줄이고 반복 발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로켓랩은 뉴트론을 중형 발사 시장 공략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뉴트론은 저궤도에 최대 1만3000kg의 탑재체를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1단에는 자체 개발한 메탄 연료 엔진인 아르키메데스 엔진 9기가 들어간다.

뉴트론은 로켓랩의 기존 소형 로켓 일렉트론보다 훨씬 큰 발사체다. 로켓랩은 이를 통해 소형 위성 발사 중심 기업에서 중형 위성, 대형 위성군, 국가안보 관련 발사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 한다.

헝그리 히포 페어링은 이 전략의 핵심 부품이다. 발사체를 더 빨리 다시 쓰고, 회수 절차를 단순화하며, 발사당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단 로켓을 더 가볍게 만드는 효과

모틀리풀에 따르면 페어링을 붙박이 구조로 만든 데는 또 다른 효과도 있다.

뉴트론의 2단 로켓은 페어링 안에 감싸인 상태로 올라간다. 이 구조에서는 2단 로켓이 상승 과정의 바람과 열에 직접 노출되는 정도가 줄어든다.

2단 로켓이 외부 환경을 덜 견뎌도 되면 구조를 더 가볍게 만들 여지가 생긴다. 상단부 무게가 줄면 같은 로켓으로 더 많은 탑재체를 궤도에 올릴 수 있다.

재사용성과 성능을 동시에 노리는 설계인 셈이다. 로켓랩은 페어링을 단순한 보호 덮개가 아니라 뉴트론 전체 성능과 경제성을 좌우하는 구조물로 보고 있다.

◇아직 궤도 비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기술은 아직 실제 비행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로켓랩은 헝그리 히포 페어링 설계가 시험을 통과했고 뉴트론 첫 비행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트론의 첫 발사는 여러 차례 지연됐다. 현재 목표는 2026년 말로 밀린 상태다.

올해 초에는 1단 로켓 탱크가 압력시험 도중 파열되는 사고도 있었다. 로켓랩은 제조 방식을 바꾸고 개발 일정을 조정했다. 새 페어링이 아무리 독창적이어도 로켓이 궤도에 도달하고 1단이 온전하게 돌아와야 기술적 의미를 입증할 수 있다.

로켓랩은 아직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뉴트론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새 기술의 잠재력은 크지만 상업적 성공은 첫 비행과 반복 발사 능력으로 확인돼야 한다.

◇스페이스X 추격의 기술 승부

뉴트론은 스페이스X의 팰컨9이 장악한 중형 발사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을 상업 발사 시장의 표준으로 만들었다. 1단 로켓 회수와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 비용을 낮췄고, 스타링크 위성망 구축으로 대량 발사 수요도 직접 만들었다.

로켓랩은 같은 방식으로 정면 승부하기보다 중형 로켓과 자체 위성 제조, 발사 서비스, 재사용 기술을 결합해 틈새를 넓히려 한다. 뉴트론이 성공하면 로켓랩은 소형 로켓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더 큰 상업·정부 발사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헝그리 히포 페어링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술로 평가된다. 로켓을 회수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로켓을 감싸는 덮개까지 회수 대상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