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PER 22배냐 29배냐는 ‘E’ 정의 문제”…비GAAP 조정이 밸류에이션 판단 흔들어
이미지 확대보기주가수익비율(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대표적 밸류에이션 지표지만 분모인 이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시장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S&P500의 PER을 볼 때 투자자들이 숫자 이면의 회계 기준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같은 지수라도 최근 4개 분기 실제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PER이 약 29배에 이르지만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2026년 예상 조정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약 22배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WSJ는 이같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22배와 29배 모두 S&P500의 평가 수준을 설명하는 숫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수치가 가리키는 이익의 성격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하나는 기업들이 공식 회계 기준에 따라 보고한 실제 순이익에 가깝고, 다른 하나는 애널리스트들이 각종 조정을 거친 미래 예상 이익에 가깝기 때문이다.
◇ PER의 핵심은 주가보다 이익
PER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평가 지표다. 같은 주가라도 이익이 커지면 PER은 낮아지고, 이익이 줄면 PER은 높아진다. 따라서 시장이 비싸 보이는지 싸 보이는지는 주가뿐 아니라 이익 산정 방식에 크게 좌우된다.
문제는 S&P500 이익 숫자가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실적을 쓸 수도 있고, 미래 전망을 쓸 수도 있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을 쓸 수도 있고, 일회성 비용이나 특정 비용을 제외한 비일반회계기준 이익을 쓸 수도 있다.
월가에서는 보통 비일반회계기준 또는 조정이익을 더 많이 활용한다. 기업 인수 관련 비용, 구조조정 비용, 주식보상비용 등을 제외해 본업의 이익 흐름을 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경제적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WSJ는 “애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조정이익이 주식보상이나 구조조정 비용처럼 현실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이익은 더 커 보이고 PER은 낮아진다는 얘기다.
◇ 2026년 이익 성장률 24%의 함정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최근 자료에서 S&P500의 2025년 주당순이익이 약 275달러(약 41만원)에서 2026년 약 341달러(약 51만원)로 늘어날 것으로 집계했다. 증가율은 약 24%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미국 기업 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고, 현재 주가도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일반회계기준만으로 계산된 숫자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부 기업은 일반회계기준 이익이 반영되고, 다른 기업은 비일반회계기준 이익이 반영된다. 팩트셋은 특정 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다수가 비일반회계기준 이익을 사용하면 그 기준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집계한다.
LSEG 같은 다른 금융정보업체도 비슷한 방식의 이익 자료를 제공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 전략가들이 이런 수치를 시장 전망에 널리 활용하면서 조정이익 기반 지표는 사실상 월가의 표준처럼 쓰이고 있다.
WSJ는 “문제는 성장률”이라고 지적했다. 이익의 출발점과 비교 대상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산되면 성장률이 실제보다 높아 보일 수 있어서다. 지난해 이익은 비교적 보수적인 기준이고 내년 이익은 조정이익 기준이라면 증가율은 과장될 여지가 있다.
◇ GAAP 기준으로 보면 다른 그림
일반회계기준 숫자는 다른 그림을 나타낸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와 블룸버그통신은 S&P500의 2025년 일반회계기준 주당순이익을 약 241달러(약 36만원)로 집계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0%대 초반이다. 탄탄한 증가이지만 24% 급증과는 거리가 있다.
일반회계기준은 기업들이 공식 재무제표에서 사용하는 회계 기준이다. 업종과 기업이 달라도 비교 가능한 공통 잣대를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S&P500 기업 이익은 늘고 있지만 월가의 조정이익 전망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S&P 자체의 컨센서스 자료에도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다. 2026년 일반회계기준 순이익 전망치는 주당 약 337달러(약 50만3000원)로 제시돼 있다. 2025년 241달러와 비교하면 40% 증가하는 셈인데 이는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수치와 미래 추정치가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2026년 일반회계기준 추정치도 약 323달러(약 48만3000원)로 연간 증가율이 34%에 이른다. 이 역시 일부 비일반회계기준 추정치가 섞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WSJ는 분석했다.
◇ 애널리스트들도 GAAP 전망은 적게 낸다
자료가 뒤섞이는 이유는 애널리스트들의 관행에도 있다는 지적이다.
WSJ에 따르면 상당수의 월가 애널리스트는 기업별 이익 전망을 낼 때 일반회계기준 순이익보다 조정이익을 더 중시한다. 기업 실적 발표에서도 조정 주당순이익이 시장 예상치와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데이터 제공업체가 설문 양식에서 일반회계기준 전망을 요구하더라도 애널리스트들이 이를 일관되게 제출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컨센서스 전망은 여러 방식의 이익 추정치가 섞인 자료가 된다. 어떤 기업은 공식 순이익 기준, 어떤 기업은 조정이익 기준, 또 어떤 기업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별도 방식이 반영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숫자는 시장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PER처럼 정밀한 밸류에이션 판단에 쓰일 때는 왜곡을 낳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보는 것은 하나의 PER 숫자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이익 기준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이 실제보다 싸 보이거나 이익 성장률이 실제보다 강하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전했다.
◇ ‘E’가 정해지지 않은 PER 논쟁
이번 논란은 PER이라는 익숙한 지표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한다.
PER의 P, 즉 가격은 시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E, 즉 이익은 선택의 문제다. 과거 4개 분기 순이익인지, 올해 예상 이익인지, 내년 예상 이익인지, 일반회계기준인지, 비일반회계기준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회계 기준의 본래 목적은 서로 다른 산업의 기업을 공통 잣대로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지수 이익 전망에서 여러 방식이 뒤섞이면 그 공통 잣대가 흐려진다.
S&P500의 현재 가격이 적정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 대형기업의 수익성과 AI 투자, 글로벌 경쟁력, 주주환원은 여전히 강한 평가 근거로 꼽힌다. 다만 시장이 싸 보인다는 주장과 비싸 보인다는 주장이 서로 다른 이익 기준을 쓰고 있다면 논쟁은 같은 출발선에 서 있지 않은 셈이다.
WSJ는 S&P500 밸류에이션 논쟁의 초점이 지수 수준만이 아니라 이익 산정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미국 증시가 싸 보이는지 비싸 보이는지는 결국 PER의 분모인 ‘E’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