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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력난 심화 속 냉각수 고갈로 에너지 위기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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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력난 심화 속 냉각수 고갈로 에너지 위기 재발

폭염·가뭄에 다뉴브강 수위 역대 최저…원전 감발·수력 가동률 급감
군 폭파 작업·자발적 감축 총동원…WNA "2050년까지 6조 달러 필요"
민간 금융 유치 난항 및 기후 변화 속도 못 따라가는 인프라 한계 뚜렷
유럽이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원자력과 수력 발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 등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이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원자력과 수력 발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 등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이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원자력과 수력 발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 등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202683(현지시각) 루마니아가 원전 냉각수를 확보하려고 군 폭약까지 동원해 8월 한 달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유럽연합(EU) 내 전력망 붕괴를 막기 위한 비상조치가 잇따르고 있으나 근본적인 전력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다.

강물 마르고 원전 멈춘 동유럽…전력망 붕괴 위기


2026년 여름 유럽을 덮친 기후 위기는 동유럽 전력망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장기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주요 원자력 발전소와 수력 발전소 가동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다.
루마니아 유일의 원자력 발전소인 체르나보다 원전은 냉각 유량 부족으로 2개 원자로 중 1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발전량 급감에 대응하려고 8월 한 달 동안 '전력 및 에너지 부문 전국 비상 경보 상태(State of Alert in the energy sector)'를 선포했다.

헝가리 전력 생산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팍스 원전 역시 다뉴브강 수온 상승과 수위 저하가 맞물려 발전 출력을 전체 용량의 절반 이하로 줄여 운영 중이다. 세르비아에서는 다뉴브강 저수위 영향으로 국영 수력발전소 가동률이 20%까지 급락하며 동유럽 전체로 전력 대란 위험이 번지고 있다.

군 폭파 작업부터 6조 달러 자금 조달 로드맵까지


유럽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전력망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전례 없는 비상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해군 공병부대를 투입해 체르나보다 원전 냉각 수로로 물길을 돌리고자 180kg의 폭약을 터뜨렸다. 강복판의 암석을 제거해 임시 물막이 둑을 쌓는 긴급 토목 공사를 감행한 것이다. 라두 미루처 루마니아 국방장관은 원전이 하루 더 가동되는 가치가 폭파 작업 비용의 세 배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정부는 전력망 붕괴를 막으려고 산업계에 자발적인 전력 감축을 요청했다. 페터 마자르 헝가리 총리는 절전 캠페인으로 하루 700MW의 전력 수요를 줄였다고 밝혔다. 제약사 릭터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도 조업 시간을 조정해 향후 3주간 전력 소비를 50%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단기 대책을 넘어 중장기 전력 인프라를 재건하려는 금융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세계원자력협회(WNA)2026729일 발표한 '원자력 금융 로드맵'을 통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446GWe로 늘리기 위해 총 6조 달러(8556조 원)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해마다 평균 2500억 달러(3565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 기존 정부 재정 의존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인프라 자산군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기후 변화 속도 못 따라가는 구조적 한계


이러한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전력 문제 해결에는 세 가지 명확한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냉각 기술의 입지적 한계다. 유럽 내 기존 대형 원전과 수력 발전소는 강물이나 내륙 수자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매년 정례화되는 가뭄과 폭염 속에서 강물 수온이 올라가고 수량이 줄어들면 설비 자체의 이상이 없어도 가동을 멈춰야 하는 기후 취약성이 노출됐다.

둘째, 민간 금융 유치 및 투자 구조의 전환 지연이다. 사마 빌바오 이 레온 WNA 사무총장은 세계 전력 시장의 도전 과제가 자본 부족이 아니라 자금이 프로젝트로 원활히 흘러갈 수 있게 하는 표준화된 투자 구조와 위험 분산 장치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주도 재정에만 의존해온 기존 인프라 체계로는 대규모 민간 자본을 신속히 유치하기 어려워, 전력난을 극복할 신규 설비 건설과 공랭식·해상 SMR 등 대안 기술 도입이 지연되는 실정이다.

셋째, 규제 절차와 시공 기간의 격차다. EU 집행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 건에 대해 역외보조금 규정(FSR) 심층 조사를 개시하지 않기로 202665일 결정하면서 법적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 하지만 신규 원전이 실제로 건설되어 전력을 공급하기까지는 최소 5~10년 이상 소요된다. 당장 매년 여름 반복되는 기후 위기발 전력난을 신속히 메우기에는 시간적 격차가 매우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