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피지·바누아투와 안보협정 맺으며 '방위망' 확대… 섬나라들은 中 배제 조항 완화로 맞서
파푸아뉴기니의 대만 대표부 폐쇄 및 바누아투-中 전략협상… '대만 레드라인' 지키며 실리 챙겨
中, 대규모 차관서 '작고 아름다운' 풀뿌리 원조로 선회… 기후위기·경제난 속 외교 레버리지 극대화
파푸아뉴기니의 대만 대표부 폐쇄 및 바누아투-中 전략협상… '대만 레드라인' 지키며 실리 챙겨
中, 대규모 차관서 '작고 아름다운' 풀뿌리 원조로 선회… 기후위기·경제난 속 외교 레버리지 극대화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호주 등 서방 진영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남태평양 섬나라들과 잇달아 방위 조약을 체결하며 안보망을 좁히고 있으나, 현지 도서국들은 어느 한쪽에 편입되지 않고 양측의 전략적 경쟁을 지렛대 삼아 자국의 경제적·안보적 실리를 극대화하는 고도의 외교적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서방으로부터는 안보 보장과 기후 비자 혜택을 끌어내는 동시에, 중국으로부터는 인프라 건설과 무역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는 이른바 '계산된 헤징(위험 분산)' 전략이다.
8월 23일(현지시각)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최근 호주가 바누아투 및 피지와 연이어 상호 안보·방위 협정을 체결하며 태평양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실제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섬나라들의 외교 양상은 서방의 구상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서방엔 '안보' 받고 중국엔 '항만' 열어… 배제 조항 무력화하는 섬나라들
그레이엄 스미스(Graeme Smith) 호주국립대학교 아태문제대학원 부소장은 "거의 모든 태평양 국가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지만, 주변 해역은 미군과 호주군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생존을 위해 양측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들의 핵심 국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섬나라들은 서방과의 안보 협정 체결 직후 중국을 달래는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바누아투는 호주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도 중국의 항만, 공항, 통신망 투자를 원천 차단하려던 호주 측의 핵심 거부권 조항을 단순 '협의 조항'으로 대폭 완화시켰으며, 곧바로 베이징과 전략 협력 협상에 착수했다.
파푸아뉴기니는 호주와의 첫 방위 조약이 공식 발효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수도 포트모르즈비에 위치한 대만 대표부 폐쇄를 전격 명령하며 중국에 강력한 유화 신호를 보냈다.
中, 거액 빚더미 대신 '작고 아름다운(小而美)' 밀착형 원조로 전략 수정
이에 맞서 중국 역시 태평양 접근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과거 대규모 차관을 통한 항만·고속도로 등 초대형 인프라 건설이 현지 정부의 부채 부담과 서방의 '군사 기지화' 반발을 불렀던 점을 감안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침에 따라 주민 생활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작고 아름다운(Small and Beautiful·小而美)' 저비용 민생 프로젝트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나우루·키리바시는 수백 개의 태양광 가로등을 무상 기증하고 오지 외곽 섬에 중국 의료팀을 파견했다. 특히 토양 오염으로 농업이 불가능한 나우루에는 스마트 수경재배 농장을 구축해 채소 자급을 지원했다.
쿡 제도는 광시 좡족 자치구에서 43m급 다목적 도서 연락선을 건조해 기증함으로써 도서 간 물류 연결성을 개선했다.
쉬샤오민(Xu Xiaomin) 쑨산대학교 오세아니아연구센터 부소장은 "이러한 소규모 밀착형 원조는 정권 교체와 같은 정치적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풀뿌리 대중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으며, 호주와 미국의 전략적 경계심을 피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난민·청년 실업 등 내부 위기 극복이 최우선
남태평양 국가들이 이러한 줄타기 외교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절박한 국내 경제 및 환경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은행(WB)은 2026년 태평양 11개 도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2.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높은 청년 실업률과 의료·교육 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수몰 위기에 처한 투발루에서는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호주로의 기후 이민 비자를 신청하는 등 국가적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결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인프라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서방과 중국 중 어느 쪽의 손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지도자들의 현실적 판단이다.
남태평양 도서국들의 헤징 외교와 미·중의 원조 경쟁은, 향후 ‘해상 수송로 및 해저 통신 케이블이 지나는 남태평양 전략 요충지의 통제권 향방’과 더불어 ‘기후위기와 결합된 글로벌 사우스(신흥국) 지정학의 새로운 세력 균형’을 가늠할 핵심 외교·안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