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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벽에 부딪혀 쓰러질 때 인간이 안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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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벽에 부딪혀 쓰러질 때 인간이 안도하는 이유

베이징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 기술 도약과 황당한 실패를 동시에 연출
로봇 실패 영상, 인간 소외 불안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는 심리 콘텐츠로 부상
전문가들, 통제된 무대 밖 안전 기준 부재를 실질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
요리하던 G1 로봇이 음식물을 밟고 넘어진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요리하던 G1 로봇이 음식물을 밟고 넘어진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인간의 일자리와 존재 가치를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로봇의 어설픈 실패 영상이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3일(현지시각)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패 장면에 열광하는 대중의 심리를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이번 현상은 고도화되는 기술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막연한 위기감을 묘한 카타르시스로 해소하는 심리적 방어 기제를 보여준다.

화려한 기술 도약 뒤의 황당한 실패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는 이족 보행 로봇의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육상 종목에서는 일부 로봇이 100미터 트랙 주행에서 우사인 볼트의 기록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로봇들은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채 보호벽에 충돌해 불꽃을 튀기며 쓰러졌고, 역도 종목이나 댄스 무대에서도 비틀거리다 자빠지는 해프닝이 이어졌다. 완벽할 것 같은 기계의 허술한 모습은 대중에게 순수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실패 속에서 찾는 인간의 우위


UCLA 로봇공학 교수 데니스 홍은 세탁기가 고장 날 때는 웃지 않지만, 로봇이 실수를 할 때는 인간이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일종의 만족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로봇의 실패를 보며 일시적으로 해소된다는 분석이다. 공학자들 역시 실패를 학습의 도구로 삼으며 연구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중이 소비하는 실패 영상에는 기술에 대한 경계심과 안도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대를 벗어난 로봇과 안전 과제


카네기멜론대 창류 리우 조교수는 휴머노이드가 통제된 무대를 벗어나 예측 불가능한 군중 속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봇이 상용화된 일부 쇼핑몰이나 거리 행사에서는 예기치 못한 충돌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편리한 미래 도우미로 기대받던 로봇이 일상 공간에 본격적으로 진입함에 따라, 인간과 로봇의 안전한 공존을 위한 제도적 인증 표준과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봇의 실패가 주는 웃음 뒤에는 기술 가속화에 직면한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가 담겨 있다. 향후 휴머노이드가 일상으로 영역을 넓혀감에 따라 기술적 도약만큼이나 철저한 안전 기준 확립이 핵심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