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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G20에 AI 학습 저작물 ‘공정이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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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G20에 AI 학습 저작물 ‘공정이용’ 촉구

창작자 보호하면서 사전 허락 없는 학습 허용 요구
G20 “AI만 겨냥한 새 규제 자제”…중국도 공동성명 참여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 장관회의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경청하는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G20 혁신 장관회의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오른쪽)이 경청하는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20개국(G20)에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도 일정한 조건 아래 창작물을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정이용’ 원칙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앤스로픽, 오픈AI, 구글, 메타 등 미국 주요 AI 기업이 작가와 출판사, 언론사 등으로부터 잇달아 저작권 소송을 당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 학습에 폭넓은 저작물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제 규범으로 확산하려는 움직임이다.

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G20 기술 관련 회의에서 AI 기업의 모델 학습과 창작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저작권 규칙을 마련할 것을 회원국에 요구했다.

◇ 러트닉 “AI 학습 허용하면서 창작자 보호해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G20 당국자들에게 AI 기업이 창작자의 저작물을 모델 학습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창작자를 보호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이 제시한 핵심 개념은 ‘공정이용’이다.

공정이용은 일정한 조건에서 저작권자의 별도 허가를 받지 않고 저작권 보호 대상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이다.

AI 기업은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책과 음악, 미술작품 등을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기술업계는 이러한 방식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작가와 출판사, 언론사를 비롯한 창작자들은 AI 기업이 허락 없이 자신들의 저작물을 모델 개발에 이용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앤스로픽, 오픈AI, 구글, 메타 등이 관련 소송의 대상이 됐다.

러트닉 장관은 창작자와 발명가를 보호하는 동시에 차세대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은 만들지 않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어떤 경우에 AI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 美 법무부도 같은 날 오픈AI 손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G20 무대에서만 이러한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다.

미 법무부는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와 여러 신문사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 오픈AI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쟁점은 오픈AI가 챗GPT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기 위해 언론사 콘텐츠를 사용한 것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다.

법무부는 의견서에서 AI 모델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자료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국제회의와 국내 법원에서 동시에 AI 학습용 저작물 이용에 우호적인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창작자들의 요구와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기술업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 G20 “AI만을 위한 새 규제는 자제”


G20 회원국들은 AI 규제 자체에서도 새로운 규칙을 무분별하게 만드는 것을 피하는 방향에 뜻을 모았다.

미국이 2일 오후 공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G20은 AI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을 가급적 피하기로 했다.

향후 새로운 규칙은 기존 법률로 처리할 수 없는 AI 고유의 새로운 쟁점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공동성명의 취지다.

이미 광범위한 AI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도 공동성명에 참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AI 규제 최소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기술 발전을 기존 산업별 규제체계 안에서 다루고 기존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한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G20에 제안해왔다.

정부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기업들이 새로운 AI 모델을 출시하는 속도가 늦어지거나 안전 관련 요구에 맞춰 제품 성능을 변경해야 해 산업의 수익성과 혁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술업계의 우려다.

◇ 젠슨 황 “이론적 피해 아닌 실제 문제 규제해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러트닉 장관의 연설에 앞서 같은 행사에 참석해 규제 최소화 기조에 힘을 보탰다.

황 CEO는 G20 당국자들에게 ‘이론적 피해’를 중심으로 AI 규제를 만들지 말고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대상으로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트럼프 행정부와 전날 행사에 참석한 미국 기술기업 경영진의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황 CEO 외에도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톰 브라운,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이 이날 G20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의 이번 제안은 AI 규제를 줄이자는 요구를 넘어 AI 모델 개발의 핵심 원료인 학습데이터를 어떤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라는 저작권 문제까지 국제 규범 논의에 올려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G20이 AI만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규제를 최소화하는 데 뜻을 모은 가운데 향후 핵심 쟁점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AI 기업에 어느 범위까지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허용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