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내 정부채 비중 70%→50%…MBS 등 위험프리미엄 자산 확대
“탈미국은 아니다”…달러화 익스포저 감소폭 0.5%P 그칠 전망
“탈미국은 아니다”…달러화 익스포저 감소폭 0.5%P 그칠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이 미국 국채 보유액을 약 800억달러(약 109조원) 줄이는 대대적인 채권 포트폴리오 개편을 추진한다.
미 국채를 비롯한 정부채 비중을 낮추고 모기지담보증권(MBS)과 정부 관련 채권 등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을 늘려 채권 부문의 수익원을 다변화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미 국채를 줄이는 만큼 다른 미국 채권을 늘리기 때문에 미국이나 달러 자산에서 대규모로 이탈하는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산하 투자관리청(NBIM)이 1일(이하 현지시각) 노르웨이 재무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채권 벤치마크 내 정부채 비중을 현행 70%에서 50%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제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약 1060억달러(약 144조원) 규모의 글로벌 정부채가 포트폴리오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약 800억달러가 미국 국채 감소분이 될 것으로 FT는 추산했다.
현재 노르웨이 국부펀드 규모는 약 2조3000억달러(약 3126조원)에 이른다. 전체 자산 가운데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다.
◇ 정부채 70%→50%…“50%로도 유동성 충분”
NBIM은 채권 투자에 세 가지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격 변동을 낮추고 필요할 때 유동성을 공급하며 채권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현재 채권 벤치마크는 정부채 70%, 회사채 등 나머지 채권 30%로 구성돼 있다.
과거 시장 상황을 토대로 모의시험한 결과 가장 극심한 시장 불안기에도 정부채 비중 40% 정도면 펀드의 유동성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유하기보다 일부를 다른 채권으로 돌려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편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NBIM은 “정부채 비중 50%는 추정되는 유동성 필요량보다 충분한 여유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 美 국채 줄이고 MBS 확대…달러 비중은 거의 그대로
정부채를 줄인 자리는 MBS와 정부 관련 채권 등이 채우게 된다.
NBIM은 채권 벤치마크를 광범위한 글로벌 채권시장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채권지수에 보다 가깝게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새 벤치마크에서는 현재 포함되지 않는 유동화채권이 약 13%를 차지하게 된다. 대부분은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기관 MBS다.
패니메이, 프레디맥, 지니메이 등이 보증하는 MBS는 미국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신용위험이 낮으면서도 미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정부 관련 채권 비중도 약 4%에서 11%로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미 국채 익스포저는 12.2%포인트 낮아지는 반면 미국 내 비정부 고정수익 자산 비중은 11.4%포인트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달러화 자산 전체의 비중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NBIM 대변인은 포트폴리오 개편안이 시행되더라도 달러화 익스포저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감소폭을 약 0.5%포인트로 추산했다.
새로운 채권 벤치마크에서도 달러 비중은 50%를 조금 웃돌아 가장 큰 비중을 유지한다.
따라서 이번 제안은 미국 자산에 대한 불신으로 미 국채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채 일부를 다른 미국 채권으로 교체해 수익원을 확대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 美 부채 급증 속 국채 비중 축소 제안
이번 제안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정부 부채 증가가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나왔다.
NBIM은 지금까지 정부채 벤치마크의 국가별 비중을 각국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정해왔다.
이 방식에서는 경제 규모가 크고 정부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의 비중이 시장 실제 규모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NBIM은 앞으로는 GDP가 아니라 실제 채권시장 규모, 즉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국가별 정부채 비중을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NBIM은 과거에는 소수 국가의 높은 정부 부채가 위험요인이었지만 이제 선진국의 높은 국가부채가 일반적인 현상이 됐기 때문에 GDP 가중 방식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새 방식이 적용되면 영국 국채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일본 국채 비중은 약 2.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종 결정은 내년 봄…“아직 권고 단계”
이번 개편안이 곧바로 미 국채 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NBIM의 제안은 노르웨이 재무부가 올해 초 요청한 국부펀드 채권 투자전략 검토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서한에는 아이다 볼덴 바셰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와 니콜라이 탕겐 NBIM 최고경영자(CEO)가 서명했다.
별도의 전문가위원회도 내년 1월까지 채권 투자전략에 대한 권고안을 재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재무부는 이를 종합해 내년 봄 의회에 최종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NBIM 역시 이번 제안이 아직 권고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새로운 벤치마크가 채택되더라도 시장 충격과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조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NBIM은 새로운 채권 구성이 정부채에 집중된 현재보다 더 다양한 수익원에 투자하면서도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고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기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이번 제안은 미 국채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지만, 실제 투자전략의 중심은 미국 자산 축소보다는 국채에 집중된 채권 포트폴리오를 MBS 등으로 분산해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