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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다치아 스프링 中서 유럽으로…보조금·관세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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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다치아 스프링 中서 유럽으로…보조금·관세 승부

1만7900유로 가격 유지하며 슬로베니아 생산…EU 중국산 전기차 관세도 피해
2021년 이후 21만대 팔렸지만 프랑스 전기차 붐서 소외…2027년 초 인도
르노의 신형 다치아 스프링.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르노의 신형 다치아 스프링. 사진=로이터

프랑스 르노가 보급형 전기차인 다치아 스프링의 생산지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옮긴다.

중국 생산으로 프랑스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까지 부담해야 했던 약점을 해소해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와 유럽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은 르노가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2세대 다치아 스프링을 슬로베니아에서 생산하고 판매에 나선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형 스프링의 시작 가격은 1만7900유로(약 2790만원)다. 르노의 또 다른 소형 전기차 트윙고 E-테크를 생산하는 슬로베니아 노보메스토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기존 스프링은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입됐다. 그러나 프랑스가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유리하도록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면서 스프링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특히 저소득층의 전기차 구매를 지원하는 프랑스 정부 프로그램에서 중국산 차량이 제외되면서 스프링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스프링은 지난 2021년 출시 이후 모두 21만대가 판매된 다치아의 인기 전기차다. 그러나 최대 시장인 프랑스에서 최근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에는 오히려 시장 확대의 수혜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전기차가 전체 신차 등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7월 35%, 8월 38%까지 치솟았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도 전기차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그러나 스프링은 올해 1~8월 프랑스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55위에 그쳤다. 테슬라 모델Y, 르노5, 트윙고 등에 뒤졌다.

다치아의 프랑크 마로트 판매·운영 담당 부사장은 “지난 4월 이후 모든 차급에서 전기차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며 “수요가 분명히 훨씬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전기차 모델이 하나뿐이어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中 생산에서 유럽으로…보조금 받고 관세도 피한다

르노 입장에서 유럽 생산 전환은 스프링의 가격 경쟁력을 되살리는 핵심 카드라는 분석이다.

신형 스프링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관세 대상에서도 벗어나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조금과 관세라는 두 가지 가격 변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그룹 최고성장책임자(CGO)는 다치아 스프링과 트윙고를 슬로베니아에서 생산하기로 한 결정을 “유럽에 대한 큰 베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과의 경쟁에 맞서려면 트윙고나 스프링 하나만 갖는 것보다 스프링과 트윙고를 모두 갖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유럽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시트로엥 ë-C3, 리프모터 T03을 내놨고 중국 비야디는 돌핀 서프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르노는 신형 스프링의 1만7900유로 가격을 유지하면서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해 보조금 혜택까지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들과 경쟁에 나선다.

◇차체 키우고 250km 주행…2027년 초 고객 인도

신형 스프링은 기존 모델보다 크기도 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차체 길이는 이전 모델보다 18cm 늘었고 외관은 보다 강인한 형태로 바뀌었다. 블룸버그도 신형이 이전 모델보다 길고 넓어져 실내 공간과 트렁크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이며 1회 충전으로 최대 2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신형 스프링은 르노 트윙고, 닛산의 자매 모델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다치아 특유의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선택 사양도 단순하게 구성했다. 신형 스프링은 4가지 외장 색상과 2개 트림으로만 판매된다.

고객 인도는 내년 초 시작될 예정이다.

◇16개월 만에 완전 재설계…다치아 전기차 확대 신호탄

2세대 스프링은 기존 모델을 부분적으로 개선한 차량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해 완전히 다시 개발됐다.

개발에는 불과 16개월이 걸렸다.

이는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신차 개발과 출시 주기를 단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다치아는 오랫동안 르노그룹의 주요 성장동력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경쟁업체보다 부족한 전기차 제품군이 약점으로 부각됐다.

다치아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내연기관차 중심의 제품 전략을 펼쳐왔지만 앞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늘리고 2030년까지 전기차 4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형 스프링이 그 첫 번째 모델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의 순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이상 증가해 전체 자동차 수요의 16%를 넘어섰다.

르노의 스프링 유럽 생산 전환은 단순한 생산거점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 생산해 저렴하게 유럽으로 가져오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을 통해 보조금 자격을 회복하고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