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 고액연봉 우위 5~15%로 축소…생활비 격차 5% 미만
싱가포르 주거·사업환경 강점, 홍콩은 낮은 세율·중국 접근성 앞서
싱가포르 주거·사업환경 강점, 홍콩은 낮은 세율·중국 접근성 앞서
이미지 확대보기아시아 양대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가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다시 치열하게 벌이는 가운데 두 도시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외국인 전문직의 경제적 여건도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여전히 고액 금융직의 급여와 낮은 세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싱가포르와의 연봉 격차는 4년 전에 비해 크게 좁혀졌다. 생활비 차이도 5% 미만으로 줄었다. 반면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외국인에게는 상대적으로 넓은 주거공간을 낮은 비용에 구할 수 있는 싱가포르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급여, 생활비, 주거, 교육, 사업환경, 인공지능(AI) 이용여건 등을 비교한 2026년 외국인 전문직 생활환경 분석하며 8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홍콩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당시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이 점차 돌아오고 있다. 중국 본토 출신 전문직 유입도 늘면서 지역 상권과 유흥가, 사립학교의 모습까지 바뀌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사무직 전문인력 비자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당국이 외국인 인력 유치에 한층 선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유한 외국인들은 여전히 고급주택과 자산관리, 명품시장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두 도시는 최근 펀드매니저를 끌어들이기 위한 세제 혜택까지 검토하며 고소득 금융인력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콩 금융 고액연봉 여전히 우위…4년 전 격차는 크게 축소
채용업체 로버트월터스의 자료에 따르면 재무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고위 금융직의 급여 상단은 홍콩이 싱가포르보다 5~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범위의 하단은 두 도시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2022년 블룸버그가 두 도시를 비교했을 당시 이사급과 최고책임자급의 급여 격차가 6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게 줄었다.
투자은행 부문에서는 홍콩의 우위가 더 뚜렷하다. 로버트월터스에 따르면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는 정상급 투자은행가는 홍콩에서 싱가포르보다 약 15% 더 벌 수 있다.
존 멀랠리 로버트월터스 홍콩 담당 매니징디렉터는 중국 기업들이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시장이 홍콩인 만큼 활발한 거래가 투자은행가의 높은 소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세금에서도 홍콩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홍콩 고소득자는 공제 등을 적용한 뒤 과세소득 가운데 처음 500만홍콩달러(약 8억5800만원)에 15%,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16%의 표준세율이 적용된다.
싱가포르는 누진소득세 체계를 운영한다. 처음 100만싱가포르달러(약 10억6200만원)의 과세소득에 대한 실효세율은 20%에 조금 못 미치며 이를 초과하는 소득에는 24%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싱가포르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다 홍콩 기업들이 코로나19 당시처럼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거액의 추가 보상을 제시할 필요가 줄면서 양 도시의 급여 격차도 축소됐다.
◇생활비 차이 5% 아래로…주거는 싱가포르가 상대적 우위
홍콩과 싱가포르는 모두 세계적으로 생활비가 비싼 도시지만 최근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ECA인터내셔널의 최신 조사에서 홍콩은 세계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 순위가 지난해보다 세 계단 낮아졌다. 반면 싱가포르는 2022년보다 순위가 높아졌다.
홍콩의 생활비가 여전히 싱가포르보다 비싸지만 두 도시의 격차는 이제 5% 미만이다. 싱가포르달러 강세가 격차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품목별로는 차이가 크다. 우유 1ℓ는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약 20% 저렴하지만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싱가포르가 두 배가량 비쌀 수 있다.
고급 외식에서는 홍콩의 선택지가 더 많다. 미쉐린 스타를 받은 음식점은 홍콩이 77곳으로 싱가포르의 45곳보다 많다.
자동차 보유 비용은 싱가포르가 압도적으로 높다. 도이체방크리서치인스티튜트는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자동차를 보유하는 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곳으로 평가했다.
의류와 와인 한 병, 2인 저녁식사, 커피, 영화, 대중교통, 택시비를 합산한 이른바 '데이트 비용'은 두 도시 모두 200달러(약 27만원)를 넘었다.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더 비쌌지만 취리히와 비교하면 약 절반 수준이다.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외국인에게는 주거비 측면에서 싱가포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싱가포르 대표 쇼핑지역인 오차드 로드 인근의 57㎡ 규모 방 2개짜리 아파트는 월 3944달러(약 53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홍콩 중심업무지구와 가까운 셩완에서는 46㎡ 규모 방 2개짜리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약 4340달러(약 584만원)다. 비슷한 크기의 미국 맨해튼 아파트와 맞먹는 수준이다.
홍콩의 임대료는 중국 본토 출신 인력과 해외에서 돌아오는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상승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올해 임대료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홍콩으로의 기업 인력 이전도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금융업에서 가장 많은 이동이 발생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 홍콩으로 옮겨오는 사례가 주를 이뤘다.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유입되는 수요도 나타났다.
◇자녀 교육은 홍콩 공립학교 유리…국제학교 비용은 양쪽 모두 부담
자녀 교육비는 외국인 가정이 두 도시를 선택할 때 중요한 변수다.
입학 경쟁이 심한 일부 국제학교에서는 별도의 거액을 내면 입학 심사에서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싱가포르 UWC 사우스이스트아시아는 제한적인 우선 입학 프로그램에 세금을 제외하고 약 23만6000달러(약 3억1700만원)를 받는다.
홍콩에서는 학교에 사실상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입학 우선권을 받는 '디벤처'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홍콩국제학교의 경우 38만2700달러(약 5억1500만원)를 내면 입학 우선권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입학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립교육은 홍콩이 외국인 가정에 유리하다. 취학연령의 부양 자녀는 홍콩 공립 초·중등학교에서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 자녀가 공립학교에 다니더라도 학비를 내야 한다. 외국인 자녀의 공립 초등학교 학비는 월 800달러(약 108만원)에 이를 수 있으며 중등학교는 이보다 약 두 배 비쌀 수 있다.
최근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싱가포르로 이주한 한 프라이빗뱅커는 블룸버그에 공립학교까지 높은 학비를 받는 데 놀랐다며 "홍콩보다 훨씬 비싸다"고 말했다.
◇사업환경은 싱가포르 1위…홍콩은 중국시장 접근성 강점
사업환경에서는 싱가포르가 근소하게 앞선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6년 세계경쟁력 순위에서 싱가포르가 세계 1위를 차지했고 홍콩이 2위에 올랐다.
주식시장 성과에서도 최근 1년간 싱가포르 대표 주가지수가 30% 넘게 상승한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같은 기간 대체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러나 홍콩은 여전히 세계적인 기업공개(IPO) 시장 가운데 하나다. 의료연구, 첨단기술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규제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정치적 안정성과 미·중 지정학적 긴장에서 상대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홍콩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시장에 더 깊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외국인 인력의 규모와 인종적 다양성은 싱가포르가 더 크다. 홍콩 인구 750만명 가운데 중국계가 91%를 넘는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계 비중이 80% 미만이다.
◇AI 이용환경도 선택 기준…홍콩과 싱가포르 격차
AI 서비스 이용환경도 해외에서 옮겨오는 전문인력의 새로운 생활·근무 조건으로 부상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홍콩으로 이주하면 평소 사용하던 일부 앱이나 AI 서비스를 대체해야 할 수 있다. 홍콩에서는 틱톡에 접속할 수 없으며 오픈AI는 챗GPT 서비스를 공식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 AI 기업들이 자사 모델이 중국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홍콩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앤스로픽의 클로드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글로벌 은행도 많다.
홍콩 정부는 2024년부터 금융시장에서 AI 활용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 본토와 접한 지역에는 대규모 기술거점인 '노던 메트로폴리스'를 조성하고 있으며 징둥닷컴 등 중국 기술·AI 기업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국가 AI 전략을 내놓은 초기 국가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구센터 구축과 인재 육성, 산업계의 AI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비교를 종합하면 홍콩과 싱가포르 가운데 어느 도시가 더 유리한지는 직종과 가족 구성, 사업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홍콩은 금융권 고액연봉과 낮은 세율, 중국시장 접근성에서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는 상대적으로 넓은 주거공간과 국제적인 인력 구성, 정치적 안정성, AI 서비스 이용환경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