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척의 유조선이 보여준 미국의 강함과 미국의 조급함
페르시아만의 밤바다는 멀리서 보면 고요했다. 그러나 미 항공모함과유도미사일 구축함의 전투정보실에서는 여러 개의 궤적이 동시에 살아났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미 해군 함정을 향했고, 두 함정은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미국측 인명피해는 없었다. 잠시 뒤 작전 화면의 중심은 미군 함정에서 이란의 원유 운송망으로 옮겨갔다. 하르그섬 앞바다, 호르무즈 동쪽 자스크 인근, 오만만에 있는 이란 유조선 세 척이 타격 대상이 됐다. 두 척은영구적으로 운항이 불가능해졌고, 승무원을 퇴선시킨 빈 유조선 한 척은 완전히 파괴됐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므로 지금의 질문은 미국이 이란을 곧 다시 공격할 것인가가 아니다. 공격은이미 재개됐다. 미군은 8월 30일 라라크섬의 발사대 두 곳을 타격했고, 9월 1일에는 방공시설, 레이더, 해상자산, 기뢰부설 능력과 통신시설을 공격했다. 9월 5일에는 타격 범위를 이란의 원유 수송망으로 넓혔다. 한 달가량의상대적 소강상태가 끝났고, 미국은 다시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교살을 한 묶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표면만 보면 미국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미국 함정 두 척을 향해 미사일을쏘면 이란 유조선 세 척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미 중부사령관은 실제로 그 교환비를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것은 보복이면서 동시에 향후 협상을 위한 사전 앵커다. 이란이다음 공격의 가격을 미리 계산하게 만들고, 미국이 언제든 이란의 수출과 정권 재정에 더 큰 손실을 줄수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는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협상가는 파괴된 표적의 숫자만 보지 않는다. 상대가 공격을받은 뒤에도 어떤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 지를 본다. 이란은 미 항공모함을 격침하지 못했다. 미국 함정에 사상자를 내지도 못했다. 하지만 미국 함정이 실제로회피기동을 하게 만들었고, 선박회사가 위험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게 했으며, 원유시장이 호르무즈의 불확실성을 다시 매수하게 만들었다. 이란의군사목표는 반드시 미국 해군을 격파하는 데 있지 않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더라도 그행동의 보험료, 호위비용, 탄약비용, 유가와 정치비용을 계속 높이는 데 있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미국은 전투에서 이기려 한다. 이란은 미국이 승리를 완성하지 못하게 하려 한다. 미국은 이란의레이더와 함정, 미사일 발사대와 유조선을 파괴한다. 이란은파괴되고도 남아 있는 소수의 미사일, 기뢰, 소형정, 드론과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세계 시장이 미국의 공격 비용을 함께 부담하게 만든다. 한쪽은 절대적 전투력을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의 정치적 할인율을공격한다.
여기서 미국의 강압은 두 방향으로 동시에 작동한다. 유조선과 항만을공격하면 이란의 외화수입과 정권재정은 더 빠르게 마른다. 그러나 같은 공격은 이란 강경파에게 '미국은 협상 중에도 생존기반을 파괴한다'는 국 내 정치 명분을 준다. 타협파는 경제 고통을 이유로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지만, 안보권력은바로 그 고통을 이유로 해협과 잔존 미사일을 끝까지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압이 상대의 비용을높인다고 해서 상대 내부의 타협 세력이 자동으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대로 가장 강경한 세력에게의사 결정의 독점권을 준다.
보복의 협상효과는 얼마나 많이 파괴했는 지가 아니라 상대의 다음 선택 구조를 얼마나 바꾸었는 지로 측정해야 한다. 이번 타격은 단기로는 미국의 위협 신뢰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란이유조선 손실에 맞서 선박 통항을 더 선별하거나 기뢰와 미사일 위험을 높이면, 미국은 다시 공격할 군사적이유와 더 빨리 협상해야 할 경제적 이유를 동시에 갖게 된다. 한 번의 강한 보복이 다음 협상의 지렛대가될 수도 있지만, 반복된 보복은 합의가능영역, 즉 ZOPA를 오히려 좁힐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은 군사적으로 여전히 압도적이다. 이란은 그 사실을 부정할 수없다. 그러나 군사적 압도와 정치적 굴복은 다른 결과다. 미국이세 척의 유조선을 파괴한 순간에도 호르무즈의 상선 통항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란의 선출정부는 협상종결을 선호한다고 말했지만, 강경 지도부는 장기 버티기를 선택할 의지를 보였다. 미국은 표적을 파괴했지만 이란 내부의 두 의사결정 구조, 즉 타협을원하는 정부와 버티기를 원하는 안보권력 사이의 균형까지 파괴하지는 못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재공격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미국은 전쟁을다시 시작한 것이 아니라 협상력을 다시 사려고 한다. 타격으로 이란의 유보점을 낮추고, 유조선 파괴로 경제적 고통을 키우며, 다음 합의 전에 미국의 체면을회복하려 한다. 그러나 협상력을 군사력으로 구매할 때마다 미국도 유가와 여론이라는 가격을 함께 지불한다. 미국이 더 세게 때릴수록 이란은 더 아프다. 동시에 세계 원유시장과미국의 주유소도 더 아프다.
미국은 이번 공격으로 전술적 우위를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결정적 승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란은 미국 함정을 격침하지 못했지만, 미국이 이 전쟁을 값싸고 짧게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증명했다. 미국은 표적을 파괴할 수 있다. 아직 파괴하지 못한 것은 이란의 버티기 전략과 호르무즈의 가격표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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