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승리와 협상 승리 사이에 놓인 거대한 전환 실패
폭격기의 항로는 지도 위에 선으로 남는다. 미사일이 떨어진 지점은 위성사진에 검은 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항복은지도에도, 위성사진에도 자동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항복은상대의 의사 결정자가 더 버티는 것보다 합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만 나타난다. 미국이 이번전쟁에서 가장 크게 오판한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중부사령부의 2026년 공식 전과는 압도적이다. 38일간 주요 전투 작전 동안 1만 200회가넘는 출격과 1만 3500회가 넘는 타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드론과 해군 방위산업 기반의 85% 이상을 손상 또는 파괴했고, 방공미사일 체계의 82%를 무력화했으며, 16개 함종 161척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8000기가 넘는 이란의 기뢰 재고 가운데 90% 이상을 제거했고, 지휘통제 구조에도 2000회가 넘는 타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미군의 공식평가이며독립 검증과 이란의 분산·은닉·재구축 능력을 완전히 반영한수치는 아니다. 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작전의 우위가 막대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미지 확대보기핵문제는 이 전환의 실패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제원자력기구가확인했던 이란의 60% 농축우라늄은 440.9kg이다. 무기급으로 추가 농축할 경우 잠재적으로 여러 개의 핵무기에 해당할 수 있는 양이지만 전쟁 이후 사찰단은 타격받은 시설과 해당 물질의 현재 상태를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폭격은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의 위치, 기술자의 지식과 은닉시설의 존재를 인증할 수는 없다. 미국은 핵능력을 지연시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완전히 제거했다고 증명하기는 어렵다.
군사전략과 협상전략 사이에는 이른바 강압의 전환 격차가 있다. 군은 파괴된 표적의 비율로 성과를 측정한다. 협상가는 그 파괴가 상대의 정책 변경으로 얼마만큼 전환됐는 지를 측정한다. 산업기반의 85%가 실제로 손상됐다고 하더라도 남은 15%가 해협을 위협하고, 미국 기지를 공격하며, 핵불확실성을 유지하는 데 충분하다면 협상 효과는 85점이 아니다. 오히려 남은 자산 한 기, 남은 농축물질 1kg의 한계가치는 파괴가 누적될수록 더 커진다. 이란은 그것을 거래재가 아니라 최후의 생존보험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압도적 공격이 반드시 합의가능영역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상대의 선택지를 모두 없애려 할수록 이란은 남은 수단을 내놓을 수 없는 자산으로 본다. 추가 타격이협상 성과가 되려면 파괴 한 단위가 검증 가능한 이란의 행동 한 단위와 미국의 가역적 보상 한 단위로 교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격은 전과로 남지만 정책 변경으로 전환되지 못한 매몰 비용이 된다. 전쟁에서 가장 비싼 무기는 목표를 맞히지 못한 미사일만이 아니다. 목표를맞혔지만 상대의 결정을 바꾸지 못한 미사일도 비싸다.
전쟁 비용도 미국의 협상력을 일방으로 높이지 않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6월 23일까지의 추가 군사비를 약 340억~420억 달러로 추산했다. 미 국방부는 7월 21일 의회에 375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9월 말까지의 일부 예상비용이포함됐다. 행정부는 별도로 876억 달러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고, 이 가운데 약 671억 5000만달러가 작전, 탄약 보충과 관련 군사 수요에 배정됐다. 전쟁발발 이후 미군 사망자는 18명, 부상자는 750명을 넘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이란의 기반 시설은더 파괴되지만, 미국의 재정·탄약·인명·동맹 비용도 함께 누적된다.
이미지 확대보기협상용어로 바꾸면 미국의 BATNA는 여전히 강하다. 합의가 없으면 미국은 다시 공격할 수 있다. 제재와 해상 봉쇄를 강화할 수 있다. 이란의 유조선과 군사시설, 수출망을 추가로 파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WATNA도 동시에 커졌다. 호르무즈해협의 장기 폐쇄, 걸프 기지에 대한 보복, 이스라엘과 레바논 전선의 확전, 핵물질의 완전한 지하화, 미군 사상자 증가, 유가 급등과 11월 선거의 역풍이 그것이다.
이란의 BATNA는 미국을 군사로써 이기는 것이 아니다. 맞으면서도 결정적 항복을 피하고, 해협과 핵불확실성, 지역 보복수단을 거래 가능한 상태로 남기는 것이다. 이란의 경제는심각하게 손상됐다. 이란 통화인 리알화는 달러당 200만 리알을 넘는수준까지 추락했고, 7월 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128%까지올랐다. 이것은 이란의 협상 유인을 크게 높인다. 그러나 체제 생존이걸린 정권은 경제적 고통만으로 즉시 굴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보해도공격이 끝나지 않는다'는 공포가 커지면 핵과 미사일을 더 가치 있는 보험으로 본다.
미국의 최대 압박은 그래서 자기상쇄적이다. 압박이 커질수록 이란은 거래할이유가 늘어난다. 동시에 미국을 믿지 않을 이유도 늘어난다. 특히이스라엘이 미국과 이란의 합의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합의 이후에도 독자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면이란은 선행 양보를 체제 위험으로 해석한다. 상대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것과 상대가 합의를 이행할 만큼 안전하다고느끼게 만드는 것은 다른 기술이다.
이미지 확대보기1만3500회의 타격은 엄청난 전과다. 그러나 협상은 타격 횟수로 끝나지 않는다.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출구, 양보의 동시성, 이행순서와 재공격 방지장치가 있어야 끝난다. 작전상의 우위가 상대의 유보점을 넘지 못하면 전과는 승리문서가 아니라 협상카드로 남는다. 미국은 이란의 군사력을 크게 줄였다. 아직 줄이지 못한 것은 이란이 버티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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