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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아먹기 막아라"… 中, ESS 배터리 신규 공장 승인 '전격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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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아먹기 막아라"… 中, ESS 배터리 신규 공장 승인 '전격 동결'

공업정보화부·발개위, 5월부터 신규 증설 차단… '창구 지도' 통해 건설 광풍에 급브레이크
상반기만 100개 공장·2,600GWh 인허가 폭주…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1.5배 육박하는 '과잉 공포'
글로벌 ESS 점유율 80% 장악 속 '네이쥐안(소모적 출혈 경쟁)' 차단해 지속 가능성 확보 포석
2026년 9월 9일, 중국 동부 장쑤성 양저우에서 연못 위에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9월 9일, 중국 동부 장쑤성 양저우에서 연못 위에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폭증과 중동 전쟁 발 오일 쇼크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저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제조 공장의 신규 인허가를 전격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무차별적인 증설 경쟁에 뛰어들면서, 과거 태양광·전기차 산업에서 벌어졌던 극단적인 공급 과잉과 출혈 가격 파괴(인볼루션·네이쥐안)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ESS 산업에서 기업들의 무분별한 중복 투자를 억제하고 산업 전반의 마진 붕괴를 선제적으로 방어하려는 베이징 당국의 강력한 행정적 개입으로 풀이된다.

9월 12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 정책 사령탑인 공업정보화부(MIIT)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각 성(省)급 지방정부는 지난 5월 이후 신규 ESS 배터리 생산 설비 구축에 대한 모든 인허가를 전면 보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공식 문서 대신 당국이 구두나 비공식 서한으로 지시를 전달하는 일명 ‘창구 지도(Window Guidance)’ 형태로 전달되었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정책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 중국 특유의 비공식 행정명령 방식이다.

상반기에만 2,600GWh 인허가 폭주… 전 세계 연간 수요의 5배 육박


중국 당국이 전격적인 인허가 빗장을 걸어 잠근 결정적 계기는 '통제 불능 수준의 설비 증설 광풍'이다.

정부 지원 단체인 중국전력기업연합회(CEC)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무려 100개 이상의 신규 ESS 배터리 공장 프로젝트가 관련 인허가를 최종 통과했다.
이들 프로젝트의 합산 연간 생산 능력은 총 2,600기가와트시(GWh), 총투자 금액은 4,470억 위안(약 89조 5,4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1~7월 승인된 계획 생산 능력(2,600GWh)은 지난해(2025년) 중국 전체 배터리 제조사들이 생산한 총생산량(1,755GWh)보다 무려 48%나 많은 수치다.

산술적으로 2,600GWh는 약 1,300GW 규모의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보조할 수 있는 용량으로, 1GW가 연간 약 75만 가구의 전력을 충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0억 가구에 육박하는 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서울에 본사를 둔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ESS 배터리 총수요는 전년 대비 79% 폭증했음에도 550GWh 수준이었다.

즉, 중국에서 단 6개월 만에 허가된 신규 공장들의 생산 용량만으로도 전 세계 연간 총수요를 5배 가까이 감당하고도 남는 극단적인 과잉공급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소모적 출혈 경쟁(인볼루션) 막아라"… 마진 붕괴에 선제적 메스


중국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국 제조업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네이쥐안(內卷·인볼루션)’이다.

네이쥐안은 내수 시장에서 지나친 과잉 설비가 유입되면서 모든 기업이 마진을 포기한 채 단기적 생존을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인하 치킨게임을 벌이다 결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공멸하는 병리적 현상을 뜻한다.

이미 태양광 패널 폴리실리콘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업계가 이러한 치킨게임으로 줄도산과 대규모 적자에 직면한 바 있다.

상하이 충성자산관리의 이반 리(Ivan Li) 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ESS 공장 건설 중단 결정은 파이프라인에 대기 중인 수십 개의 신규 프로젝트가 초래할 중복 투자와 대규모 실업 위험에 대해 정책 입안자들이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처급 당국은 배터리 산업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도록 선제적 메스를 들이댄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전력난·이란 전쟁 호재에도… '속도 조절' 들어간 중국 배터리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거대한 호황기를 맞고 있었다.

초거대 AI 모델 학습 및 가동으로 데이터센터의 24시간 무중단 전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빅테크들의 ESS 주문이 쏟아졌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고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자 화석연료 대체재로서의 재생에너지-ESS 결합망 구축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 호재가 중국 지방정부들의 맹목적인 공장 유치 열풍과 결합하면서 역설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설비 버블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의 ESS 배터리 신규 승인 전격 동결 조치는, 향후 ‘글로벌 시장의 80%를 틀어쥔 중국 ESS 배터리 산업이 무분별한 과잉 생산과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전쟁의 늪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국가 행정력으로 강력한 공급망 속도 조절에 나선 상징적 사건’인 동시에 ‘무조건적인 외형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품질 경쟁과 건전한 마진 구조를 유지하려는 중국 산업 정책의 정밀한 전략적 궤도 수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