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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스테이크 혁명'서 펫푸드·소시지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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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스테이크 혁명'서 펫푸드·소시지로 선회

투자 50억달러→8억8100만달러 급감…비용·규제·대량생산 벽에 틈새시장 공략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의 업사이드푸드 공장에서 지난 2023년 1월 11일(현지시각) 생산된 생 배양 닭가슴살이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의 업사이드푸드 공장에서 지난 2023년 1월 11일(현지시각) 생산된 생 배양 닭가슴살이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소와 닭을 기르지 않고 고기를 생산하겠다는 배양육 산업이 높은 비용과 규제, 대량생산의 벽에 부딪히면서 펫푸드와 소시지용 지방, 초밥용 연어 등 틈새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배양육 업체들이 대중적인 육류 시장을 단번에 대체하겠다는 초기 구상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거나 제품의 장점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얻은 소량의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바이오리액터에서 증식시켜 만든 고기다.

일반적으로 ‘대체육’은 기존 축산육을 대신하기 위한 식품을 폭넓게 가리키며 콩이나 완두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과 동물세포를 직접 키우는 배양육 등이 포함된다. 배양육은 세포배양 기술을 활용해 개발되고 있는 대체 식품이다.

배양육은 기술적으로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축산과 농경지, 어업에 대한 식품 생산의 의존도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실제 산업화 과정에서는 높은 생산비와 더딘 규제 승인, 소비자 거부감, 대규모 생산의 기술적 난관이 발목을 잡고 있다.

◇투자금 50억달러서 8억8100만달러로 급감

가장 뚜렷한 변화는 투자 감소다.

대체단백질 산업 연구기관 굿푸드인스티튜트에 따르면 기후기술 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2021년 대체단백질 기업들은 50억달러(약 6조822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당시 업사이드푸드, 잇저스트, 빌리버미츠, 모사미트 등 여러 스타트업은 배양 닭고기와 쇠고기를 산업 규모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체단백질 분야 전체 투자액은 8억8100만달러(약 1조2026억원)로 줄었다. 이 가운데 배양육과 배양 해산물 기업이 유치한 자금은 7400만달러(약 101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육류시장을 단번에 대체하겠다는 초기 목표보다 먼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을 찾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영국 기업가이자 배양식품 투자자인 짐 멜런은 일부 초기 미국 스타트업들이 자신들을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처럼 생각해 높은 급여와 구글·메타식 조직문화를 추구했지만 배양식품은 본질적으로 산업 생산사업이며 50%의 높은 이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틀리는 펫푸드, 호크스턴은 소시지 지방 공략

영국 스타트업 미틀리는 배양 닭고기를 반려동물 사료에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틀리는 한 번 채취한 달걀의 세포를 이용해 배양 닭고기를 만들며 지난해 식물성 펫푸드 업체 더팩, 유통업체 펫츠앳홈과 함께 배양육이 들어간 반려견 간식을 한정 판매했다.

회사는 유럽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는 배양육 생산시설 건설을 위해 지금까지 1040만파운드(약 187억원)를 조달했다.

미틀리가 반려동물 사료를 초기 시장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시장 규모가 있다. 전 세계 펫푸드 시장은 약 1200억파운드(약 216조3252억원) 규모이며 제조업체들은 사람용 식품 공급망에서 나오는 육류 부산물을 사료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동물세포는 세포벽이 없어 압력과 기포, 혼합 과정에서 손상될 수 있으며 탱크에 박테리아나 효모가 들어가면 배양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대형 배양조에서도 오염 없이 안정적으로 세포를 키울 수 있는지가 상용화의 핵심 과제다.

런던의 호크스턴 팜스는 완성된 배양육 대신 배양 돼지 지방을 가공육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지방은 육류의 맛과 식감을 좌우하지만 공급망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부위다. 소량의 배양 지방을 기존 육류와 섞어 더 큰 규모의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호크스턴 팜스는 지금까지 약 3500만달러(약 478억원)를 조달했으며 2025년 말 싱가포르에 배양 돼지 지방의 규제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본에서는 스미토모상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내년 동아시아에서 첫 승인을 받은 뒤 미국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초밥용 연어 넘어 코코아버터까지

세포배양 기술의 활용 범위는 육류뿐 아니라 해산물과 식품 원료로도 넓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와일드타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규제 절차를 마친 뒤 세포배양 연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와일드타입은 배양 연어의 장점으로 기후나 동물복지뿐 아니라 기생충과 수은, 미세플라스틱, 항생제 등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와일드타입이 초밥용 고급 연어를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반 육류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양기술 자체보다 소비자가 이미 익숙한 음식 형태로 접근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세포배양 기술은 고기와 생선을 넘어 식물성 식품 원료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셀레스트 바이오는 코코아 세포를 배양해 코코아버터를 만드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몬델리즈의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영국 버밍엄에 있는 캐드버리 본빌 공장에서 세포배양 코코아버터를 이용한 초콜릿을 생산했다.

셀레스트 바이오가 겨냥하는 문제는 소비자의 ‘배양 초콜릿’ 수요가 아니라 최근 수년간 이어진 코코아 가격 변동과 공급 불안이다.

코코아콩 한두 개에서 세포를 추출해 탱크에서 증식시키는 방식이며 회사는 기존 코코아버터와 화학적 구성이 동일해 초콜릿 제조공정에서 그대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레스트 바이오는 2027년 말까지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규제 승인을 받고 2035년까지 연간 코코아버터 생산량을 5만t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대량생산·가격 경쟁력 입증은 아직

배양육 산업이 틈새시장에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대규모 상용화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유럽에서는 규제 승인이 느리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배양육 판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 가운데서도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라는 이미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아직 어떤 기업도 정교하게 관리되는 소규모 출시와 시험생산 시설을 넘어 일반 식품업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

FT는 배양육 업계가 동물복지나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초기의 거대한 명분에서 벗어나 가격과 공급 안정성, 맛과 품질 등 소비자와 식품업체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치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멜런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세포배양 식품이 식량 부족과 가격 변동, 집약적 축산에 따른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산업이 성공하려면 도덕적 명분을 넘어 실제 사업으로 성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