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의장국, 집행위 2조유로안서 약 8% 감축
농업·결속기금 보호…개발·행정·경쟁력기금 줄여
농업·결속기금 보호…개발·행정·경쟁력기금 줄여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이 차기 7년 장기예산을 당초 제안보다 약 1600억유로(약 240조9000억원) 줄이는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 예산 축소를 요구한 데 따른 타협안이지만 이들 국가를 만족시키기에는 삭감폭이 충분하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EU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가 10일(이하 현지시각) 차기 7년 예산을 약 8% 삭감하는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아일랜드가 내놓은 방안은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제안한 약 2조유로(약 3011조원) 규모 예산에서 약 1600억유로를 줄이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명목 기준 감액 규모는 1410억유로(약 212조3000억원)라고 전했다.
토머스 번 아일랜드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모든 회원국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우선순위를 파악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며 “어떤 제안에서도 누구도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번 장관은 이번 제안이 다음 단계 예산 협상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농업·저개발 지역 지원은 보호
EU의 7년 단위 장기예산인 다년도 재정운용계획(MFF)을 둘러싼 협상은 수개월 동안 진행돼 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오는 12월까지 합의를 끌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삭감안을 적용하더라도 차기 EU 예산은 2021~2027년 MFF보다 명목 기준으로 약 30% 많다.
그러나 회원국 간 입장차는 크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는 전체 예산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예산 삭감에 반대하고 있다.
EU에서는 오랫동안 농업과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회원국 지원에 집중된 재정을 연구·혁신, 국방 등 새로운 분야로 돌려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돼 왔다. 농업과 결속정책 관련 지출은 전통적으로 EU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아일랜드가 제시한 타협안에서는 공동농업정책(CAP)과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EU 회원국을 지원하는 결속기금을 보호하기로 했다.
대신 당초 2조유로 규모 예산안에서 개발지원, 행정비용, EU 경쟁력기금 등을 줄여 전체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독일·네덜란드 “더 줄여야”
예산을 더 크게 줄여야 한다는 회원국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는 9일 이전 7년 예산보다 전체 규모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 “국가 예산이 이미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턴 총리는 EU 예산이 안보, 경제 회복력, 경쟁력 등 현재의 핵심 현안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높은 비용을 부담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력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독일 출신 크리스티안 엘러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타협안에 대해 “유럽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청정기술 경쟁을 포기한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EU 예산의 대부분은 회원국 분담금으로 충당된다. 이 가운데 EU 예산에서 받는 돈보다 내는 돈이 많은 순기여국들은 예산 확대에 특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집행위원회의 2조유로 예산안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EU 정상들은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차기 장기예산을 논의한다. 에너지, 우크라이나, 중국 정책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