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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9조원 들여 美 규제 밖 오라클 칩 빌리자 한국 메모리 공급망 숨통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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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9조원 들여 美 규제 밖 오라클 칩 빌리자 한국 메모리 공급망 숨통 트였다

- 텐센트, 5년간 70억 달러 투입해 역외 인공지능 칩 10만 개 확보
- 표준 임대료보다 43% 낮아…화웨이 특허 제휴·그록 소송 겹쳐 반도체 지형 요동
- 엔비디아 연산 장비 가동률 상승에 삼성·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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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Tencent) 로고. 사진=로이터
중국 빅테크 텐센트가 2026년 10월 미국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의 해외 데이터센터를 통해 고성능 인공지능 칩 약 10만 개를 5년간 장기 임대하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정보기술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는 10월 10일(현지시각) 계약 총액이 70억 달러(약 9조 4066억 원)에 달하며, 중국 본토 반입이 아닌 역외 서버 사용권 임대 방식으로 미국 하드웨어 수출 규제의 틈새를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의 대규모 연산 자원 확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서버 수요를 떠받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수출 규제 피한 역외 임대 방식 부상


텐센트의 이번 조치는 미국 상무부의 첨단 반도체 하드웨어 대중국 수출 통제를 우회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칩을 중국 영내로 수입하는 경로는 원천 차단됐으나,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위치한 오라클 데이터센터의 서버 연산 능력을 빌려 쓰는 것은 현행 미국 규정상 직접적인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계약서에 구체적인 칩 모델명은 기재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 분석가들은 계약 규모와 단가 구조를 볼 때 엔비디아의 호퍼 아키텍처 계열 그래픽처리장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하드웨어와 원천 기술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글로벌 분쟁과 합종연횡도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인공지능 칩 설계 스타트업 그록의 전 직원 2명은 2025년 12월 체결된 200억 달러(약 26조 8760억 원) 규모 거래와 관련해 전 이사회와 전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엔비디아는 소송 피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퀄컴은 중국 화웨이의 독자 반도체 적층 기술인 '로직폴딩' 특허를 도입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극자외선 노광 장비 접근이 차단된 화웨이가 데이터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키린 9050 프로에 구현한 패키징 기술을 미국 설계 기업이 라이선스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대규모 계약으로 단가 43% 낮춰


텐센트와 오라클의 계약에서 주목할 대목은 대폭 낮아진 단가 구조다. 70억 달러 규모의 5년 장기 계약을 시간당 단가로 환산하면, 1년 계약 기준 엔비디아 H100 칩의 시간당 표준 임대료인 2.80달러(약 3763원)보다 약 43% 저렴한 수준이다.

장기 대량 계약을 무기 삼아 연산 비용을 대폭 절감한 셈이다. 첨단 칩을 직접 사들일 수 없는 중국 인공지능 개발사들에게 역외 클라우드 시간 임대가 핵심적인 대안 인프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소재 재활용과 인공지능 모델 분야에서도 독자 공급망 구축 지표가 나왔다. 일본 기가포톤은 심자외선 노광 장비에 쓰이는 네온 가스를 50% 회수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심자외선 공정은 전 세계 네온 공급량의 70% 이상을 소비한다.

유럽 미스트랄은 매개변수 1조 개 규모의 오픈 가중치 모델인 '라지 4'를 공개했으나 글로벌 평가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로부터 38점을 받는 데 그쳐 중국계 오픈소스 모델들보다 낮은 평가를 기록했다.

한국 고대역폭메모리 밸류체인 파급


텐센트의 대규모 역외 서버 임대는 한국 메모리 제조사의 출하 안정성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호퍼 및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에 고대역폭메모리를 주력 공급해 온 핵심 파트너다.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호퍼급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가동하면, 엔비디아의 서버 공급망이 유지되면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공급 기반 역시 지지되는 효과를 낸다. 삼성전자 역시 서버용 디램과 낸드플래시 납품 물량을 방어하는 동시에, 퀄컴과 화웨이의 칩 적층 제휴 흐름에 발맞춰 첨단 패키징 턴키 수주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다만 정책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상무부가 외국 법인의 원격 클라우드 연산 자원 접근까지 물리적 수출과 동일하게 묶는 서비스형 인프라 규제 개정을 확정할 경우,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서버 증설 수요가 냉각돼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주문 흐름이 위축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원격 클라우드 규제 시행 여부와 세부 지침 발표가 향후 공급망 안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