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TSMC 역대급 실적에도 AI 투자 불안 여전…증시 하락 못 막아

글로벌이코노믹

TSMC 역대급 실적에도 AI 투자 불안 여전…증시 하락 못 막아

4분기 매출 최대 543억달러 전망·올해 성장률 44%…3분기 순익 69% 급증
올해 설비투자 최대 640억달러·2027년 900억달러 전망…수익성 우려 확산
지난 5월 15일(현지시각) 대만 가오슝에 있는 TSMC 반도체 생산시설 앞을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월 15일(현지시각) 대만 가오슝에 있는 TSMC 반도체 생산시설 앞을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낙관적인 매출 전망을 내놓았지만 글로벌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부채 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가 기술주 전반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가 올해 4분기 매출이 최대 543억달러(약 72조32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올해 연간 매출은 달러 기준 약 4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TSMC가 발표한 3분기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급증해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호조에도 유럽 증시까지 이어진 글로벌 AI 관련주 매도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TSMC의 낙관적인 전망이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했지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까지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실적 호조에도 AI주 약세…투자자들은 수익성 의문

TSMC의 실적은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주력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TSMC는 AI 기술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첨단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발표 전화회의에서 AI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TSMC의 실적은 AI 수요 전망에 꼭 필요한 신뢰를 더했지만 이를 업계 전반의 불안이 해소됐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력한 AI 수요에도 이익률 둔화와 비용 상승, 해외 생산시설 확대가 실제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나나 전략가는 이번 실적을 시장의 기대 수준을 새롭게 높이는 계기라기보다는 기존 성장 전망을 확인해 준 결과로 평가했다.

TSMC뿐 아니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도 최근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잇따른 호실적은 AI 관련 기술주 매도세를 멈추지 못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코어위브 등에서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확장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TSMC 주가도 이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이어진 기술주 전반의 하락 압력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설비투자 최대 85조원…공장 20곳 동시 건설

TSMC는 시장의 우려에도 생산시설 확충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회사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최대 640억달러(약 85조248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현재 TSMC는 대만과 해외에서 약 20개 공장을 건설하거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통상 동시에 4~5개 건물을 건설하던 것과 비교하면 전례 없이 빠른 확장 속도다.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고객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다.

웨이 회장은 고객사 지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업체에 사업 기회를 넘겨줄 생각이 없으며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가져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TSMC는 미국 텍사스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 '테라팹'과의 협력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다만 TSMC는 무조건적인 사업 확장보다 신중한 설비투자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웨이 회장은 회사가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수요 전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국 현지에 자체 인력을 파견해 데이터센터 건설 진행 상황과 전력 공급 여건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 실제 시설 건설과 전력 공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설비투자 최대 120조원 전망…해외 투자 수익성 변수

시장에서는 TSMC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가 202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내년 TSMC 설비투자 전망치는 평균 750억달러(약 99조9000억원)다.

그러나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설비투자가 850억달러(약 113조2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900억달러(약 119조88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전망은 AI 반도체 수요가 단기간에 둔화하지 않고 생산능력 확대가 계속 필요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하지만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투자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 생산시설 확충은 TSMC의 전체 이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찰스 셤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보다 2027년 사업 전망이 더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확장과 텍사스 생산거점 건설 가능성, 테라팹 협력 논의가 향후 설비투자 규모와 해외 사업의 이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에서 제기되고 있는 웨이퍼 가격 3~6% 인상 가능성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차세대 1.4나노미터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 역시 인텔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TSMC의 전략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AI 성장 기대와 투자 부담 충돌…반도체 시장 불확실성 지속

TSMC는 엔비디아, AMD, 구글 등 주요 AI 기업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핵심 공급업체다.

세계적인 AI 투자 확대가 실제 반도체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TSMC가 지금까지 매출 성장 속도를 높이고 생산능력 확대에도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 확충에 투입한 막대한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회수할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TSMC의 설비투자가 내년에 900억달러 수준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은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기대와 함께 비용 부담 확대 가능성도 드러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실적이 AI 반도체 수요의 강력한 성장세를 재확인했지만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를 멈추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AI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성장 기대가 유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준은 단순한 매출 증가에서 설비투자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한 수익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