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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예상 밖 성장…제조업·AI가 경기 떠받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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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예상 밖 성장…제조업·AI가 경기 떠받쳐

8월 GDP 0.1% 증가·시장 예상 -0.1% 상회…제조업 생산 1.2% 급증
소비 관련 서비스업 0.3% 감소…영란은행 11월 금리인상 전망 강화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각) 영국 선덜랜드의 닛산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자가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신형 리프 전기차에 뒷문을 장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각) 영국 선덜랜드의 닛산 자동차 공장에서 작업자가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신형 리프 전기차에 뒷문을 장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경제가 고유가와 높은 차입 비용에도 지난 8월 예상 밖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인공지능(AI) 관련 기업활동이 확대되면서 경기 위축을 우려했던 시장 전망을 뒤집었다.

그러나 소비자와 직접 관련된 서비스업은 두 달 연속 감소해 기업활동과 가계소비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세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이란 전쟁으로 높아진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영란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이날 8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한 0.1% 감소를 웃도는 결과다. 영국 경제는 7월 0.4% 성장한 데 이어 8월에도 확장세를 유지했다.

영국의 월간 GDP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것은 4개월 연속이다. 8월까지 최근 3개월간 GDP도 직전 3개월보다 0.7%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긴축적인 금융환경에도 영국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1.2% 급증…AI 관련 기업활동 성장 견인

8월 기준 영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제조업이었다.

ONS에 따르면 8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강한 증가세다.

반면 서비스업 전체 생산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고 건설업 생산은 감소했다.

제조업이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부진을 상쇄하면서 전체 GDP가 예상과 달리 증가한 것이다.

올해 1~8월 영국의 경제 생산은 1.8%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여름철 기업들의 AI 도입 확대가 경제활동 증가에 기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3개월간 성장률을 기준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

기업들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서비스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의 경기 회복이 가계소비보다는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디지털 전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퍼거스 히메네스잉글랜드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이 서비스업을 대신해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부상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경제성장은 지금까지 민간 부문 활동이 이끌어 왔다"며 "재정 압박이 심화하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계속 성장의 큰 몫을 담당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관련 서비스업 두 달 연속 감소…외식·여가 부진

제조업과 기업활동이 호조를 보이는 것과 달리 가계소비 관련 업종에서는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ONS에 따르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업 생산은 8월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7월 0.1%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위축됐다.

특히 술집과 음식점, 스포츠, 오락, 여가 관련 업종에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차입 비용이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압박하는 가운데 기업 부문과 소비 부문 사이의 성장 격차가 드러난 것이다.

블룸버그는 영국 경제가 올해 예상보다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8월 GDP 통계에는 최근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3만3200원)를 넘어서면서 기업과 가계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는 지난 2월 말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1.3% 성장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상승과 높은 금리의 영향이 본격화하면 소비 부진이 심화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에 영란은행 금리인상 전망 강화

영국 경제의 예상 밖 성장세는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성장세까지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맷 버니와 아나 안드라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지표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금융여건 긴축에도 영국 경제의 회복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러한 성장 흐름이 다음 영란은행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영란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2월에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12개월 동안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네 차례 인상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들 가운데 일부도 예상보다 강한 영국 경제성장세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견조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추가 금리인상은 이미 높은 차입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가계와 기업에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10월 28일 예산안 발표…재정 압박 속 성장 유지 과제

이번 GDP 발표는 존 힐리 영국 재무장관이 오는 28일 첫 예산안을 발표하기 전에 공개된 마지막 경제성장 지표다.

영국 정부는 높은 차입 비용과 제한적인 재정 여력 속에서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가계의 생활비 부담도 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주 영국 노동당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영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은 축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채금리 상승으로 정부의 재정적 여유가 줄었다고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고물가에 따른 가계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다만 모든 경제전문가가 하반기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WPI스트래티지의 마틴 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에 대한 역풍이 강해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 가계의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건전하며 소비자와 기업이 저축을 줄이고 지출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AI와 디지털 투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도 추가적인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영국 경제는 제조업과 AI 관련 기업투자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소비 부진과 에너지 가격 상승,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이러한 회복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